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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인내력 시험하는 북한의 위험한 도박

북한 선전매체가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 잇따른 발사체·미사일 도발에도 대응을 자제하며 어떻게든 대화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청와대와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남북관계의 큰 전진이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라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시시껄렁한 물물거래나 인적교류 같은 것으로 (판문점) 북남선언 이행을 때우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인도주의라는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를 하는 것은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도와주려는 측을 비난하는 북한의 언사는 과연 식량지원을 받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대북 식량지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북한이 지난 2월 148만t가량의 식량 부족이 예상된다며 국제사회를 향해 SOS 신호를 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꽉 막힌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를 찾겠다며 식량 지원을 추진해 왔다. 북한이 이에 호응은커녕 트집을 잡는 바람에 정부도 곤란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북한은 ‘시시껄렁하다’ ‘호들갑’ 등의 거친 표현으로 정부의 선의를 무시했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지랖 넓다’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 등 북한의 모욕적 표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무한대의 관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상대가 자꾸 얕잡아보고 ‘말 폭탄’에 가까운 표현을 예사로 쏟아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치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시험 등으로 도발 강도를 높이는 한편, 대남 비난전에 열을 올리며 ‘외세 추종 정책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적 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한·미 공조를 흔들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균열을 가하려는 속셈에서다. 12일 ‘조선의 오늘’이란 또 다른 선전매체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 남한 당국의 정책 결단만 남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북한의 의도가 드러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강경 노선을 자제하고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화·협상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탄도’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뢰 위반(a breach of trust)은 아니다”고 했다. 이처럼 맞대응을 자제한 이유는 어렵게 만들어진 ‘판’ 자체를 깨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전화 통화 등의 기회를 통해 대북 지원에 떨떠름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며 “식량지원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묵인을 받아낸 것도 교착상태에 빠진 대화 국면을 재가동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돌아온 것은 북한의 무력 시위와 자극적인 대남 비난이었다. 북한은 닷새 간격으로 신형 무기 발사체 도발을 반복했다.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레드라인’까지 넘는 도박을 계속할 경우 한·미의 자제력도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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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