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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오너 리스크에도 잘나가는 삼양식품, 왜?

중국 등 해외 입맛 사로잡아 국내 한계 극복… 식품기업도 정보통신기술 트렌드 십분 활용할 필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당기는 데 성공하면서 삼양식품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사진: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당기는 데 성공하면서 삼양식품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사진:삼양식품 제공


‘삼양라면’으로 유명한 코스피 상장사 삼양식품의 주가는 올 들어 거의 배로 올랐다. 지난 1월 4일 4만7200원을 기록한 후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올라 4월 30일 기준 7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6월 한때 기록했던 11만원대의 신고가엔 못 미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만 걸었던 것을 고려하면 완연한 반등세다. 지난해 신고가 경신을 이끈 호재는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연간 4694억원의 매출, 55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4%나 증가한 수치다. 이후의 내림세는 이 회사에 들이닥친 오너 리스크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회사 자금을 개인 목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아내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과 함께 기소됐다. 두 사람은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돼 올 초 전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김 사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이렇게 날아간 시가총액만 수천억원에 달해 시장에선 “삼양식품도 이대로 몰락하나”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로 경쟁사인 농심(50%)과 오뚜기(25.7%)에 크게 뒤처졌다. 그나마 이 기간 전년보다 1% 정도 점유율이 오르면서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지만, 소비자들의 한 번 굳은 ‘입맛’이 쉽게 바뀌지 않는 식품산업 특성상 획기적인 비상은 쉽지 않아 보였다.
 
 
오너 리스크에도 실적으로 버텨
 
그럼에도 주가가 눈에 띄게 반등한 이유는 뭘까. 단순히 저점 매수세가 지속돼서일까. 시장은 더 구체적인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키워드는 ‘수출’ 그리고 ‘불닭볶음면’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어차피 기대되지 않았다. 대(對)중국 수출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총판 거래처의 현지 재고 소진으로 일시 부진이 예측됐던 것”이라며 올해 전망을 낙관했다. 전열 재정비가 끝나면서 중국향 수출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라면의 수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전체 수출 금액이 3355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4% 증가했다”며 “특히 중국향 라면 수출 금액이 935만 달러로 305.5%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만한 분석 하나를 추가했다. “삼양식품의 중국 거래선 조정에 따른 수출 회복세가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지난 4분기 114억원이었던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153억원으로 뛰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 라면 소비국 중국에서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오너 리스크로 휘청거리던 삼양식품, 나아가 한국 전체 라면 업계에 청신호를 안긴 ‘킬러 콘텐트’가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1년여의 제품 개발 과정을 거쳐 2012년 4월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인 불닭볶음면은 삼양라면 정도만 외로운 히트작으로 갖고 있던 삼양식품에 높은 성장 가능성을 준 획기적 제품으로 평가된다. 입 안을 알싸하게 만드는 매운 맛과 향으로 승부하는 요리인 불닭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론칭 초기만 해도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매운 라면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은 당시만 해도 농심 ‘신라면’이나 팔도 ‘비빔면’에 더 익숙해 이 이질적인 라면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의 중독성 있는 맛과 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와 만나면서 폭발적인 연쇄 반응이 나타난 것이 입소문 확산에 결정적이었다. 예컨대 외국인 유튜버(유튜브 영상 제작자)들이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에 도전하는 영상이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와 피드백을 기록하면서, 너도 나도 불닭볶음면 시식에 나서는 이른바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 붐이 일었다.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인 유튜브에서 호기심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콘텐트로 불닭볶음면이 급부상한 것이다.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불닭볶음면 관련 영상만 100만 개가 넘을 정도다. 다른 SNS에서도 자연스레 불닭볶음면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이는 곧 해외 수요와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불닭볶음면은 2013년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이 시작돼 이젠 북미와 유럽 등 총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 사이 불닭볶음면 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2016년 660억원에서 2017년 1795억원, 지난해 173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전체 매출의 약 86%가 불닭볶음면 브랜드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닷컴에선 지난해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한국 제품 5위로 불닭볶음면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에서는 이미 거래선 조정이 불가피해졌을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불닭볶음면이 없던) 과거 대비 천지개벽 수준으로 커지면서 국내 매출 의존도도 그만큼 낮아졌다”며 “통상 소비재 업계에서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면 큰 타격이 뒤따르게 마련이지만, 삼양식품의 경우 이 때문에 오히려 시장의 지지를 확고하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오너 리스크와 해외 수출 전선은 사실상 무관해서다. 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의 성공은 그간 식품 업계에서 번번이 입증됐던, ‘잘 키워 해외에서도 통하는 히트작 하나를 만들어내는 일’의 중요성을 재차 보여주기도 한다.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꼬북칩’,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같은 히트작들은 해외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기업별 오너 리스크나 내수 판매 위축 등 각종 악재가 터질 때마다 기업 가치를 꾸준히 일정 수준으로 지탱시켜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식품 업계에 정보통신기술 트렌드인 유튜브·SNS 활용도를 극대화한 마케팅이 한층 중요해진 시대임을 시사하고 있다.
 
 
해외 매출로 기업 가치 꾸준히 지탱
 
다만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삼양식품이 실적만 믿고 오너 리스크에 대한 별다른 개선책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려 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양식품은 3월 22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횡령·배임 이사의 해임에 대한 주주 제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사가 회사나 계열사 관련 횡령·배임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낸 바 있다. 최근 전 회장과 김 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일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이번 부결로 오너 일가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 소액주주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시됐던 기업인데 실적을 방패삼아 분위기 쇄신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나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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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