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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 말 덜 들어···이상한 짓" 마이크에 들킨 여권 속마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나눈 대화가 화제다. 둘은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인 줄도 모르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이 원내대표) ,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김 실장)
 
 여기에 한술 더 떠 두 사람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버스 파업 문제도 언급했다.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이 원내대표) ,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김 실장) 
 
 여기까지 들어보면 마치 공무원, 특히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일을 엉망으로 해서 버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 두 사람은 그리 생각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시계를 1년 전으로만 돌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당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선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버스업계에 적용되던 특례 조항도 없앴다.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합의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던 혜택을 없앤 것이다. 무조건 주 52시간을 준수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종업원 300인 이상 버스업체는 7월부터 주 52시간을 준수해야만 한다. [중앙포토]

종업원 300인 이상 버스업체는 7월부터 주 52시간을 준수해야만 한다. [중앙포토]

 
 물론 버스 기사의 과로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면서 '안전'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필요성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식과 시기였다. 
 
 당시 버스업계는 물론 국토부도 주 52시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재원의 부족을 호소했다. 당장 1년 뒤에 주 52시간을 준수하려면 전국적으로 새로 뽑아야 하는 버스 기사만 최대 1만 5000명에 달하고, 이를 위한 인건비만 조 단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를 1년 안에 다 준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버스 업계와 국토부는 물론 전문가들까지 한목소리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외친 이유였다. 그래서 버스 업계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을 1~2년 더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돌아온 답은 "안된다"였다. 아마도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주 52시간제가 시작부터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와 버스업계, 노조가 탄력 근로제 도입 등 궁여지책을 써가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지자체별로 특성에 맞는 준공영제 도입도 추진했다.  
 
 그러나 시간과 돈 부족은 헛말이 아니었다. 1년 안에 모두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역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다. 
서울지역 기사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중앙포토]

서울지역 기사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중앙포토]

 
 지금 파업을 준비 중인 버스 노조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준공영제 지역에 소속돼 있다.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어느 정도 대우를 해주는 지역이다. 
 
 더 큰 폭탄은 아직 무대에 올라서지도 않았다. 경기도 시내버스가 대표적이다. 7월 전에 당장 필요한 인력만 최소 3500명에서 최대 6000명이다. 물론 이들을 채용하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 
 
 또 근로시간은 줄어들더라도 임금은 보전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도 어느 정도 수용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우선 요금 인상이 거론됐다. 요금을 일정 부분 올려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경기도만 해도 이재명 지사가 서울, 인천의 공동인상을 요구하며 독자적인 요금 인상은 주저하고 있다. 서울은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다. 
 
 시내버스는 지자체 관할이다. 현 규정상 중앙정부가 간섭하거나, 자금을 지원해줄 수 없게 돼 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재명 경기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 모두 여권 소속이다. 
 
 버스요금 인상부터 여권 소속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계산에 막혀 있다.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 버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교통시설특별회계 안에 '버스 계정'을 넣는 건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를 여권이 나서서 설득 중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려는 노력 역시 보이지 않는다. 
버스 문제는 자칫 네탓 공방 속에 시민들만 큰 고통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버스 문제는 자칫 네탓 공방 속에 시민들만 큰 고통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실제로 국토부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데 국토부가 버스 문제 등 교통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니 책임을 떠넘기기는 만만해 보인 것 같다. 
 
 국토부 공무원들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뻔히 문제가 보이는 일을, 보완 요구도 무시한 채 밀어붙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공무원들 탓하는 여권 고위층의 모습이 납득이 되지 않아서다. 
 
 지금 정권은 무슨 안 좋은 일만 있으면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곤 했다. '면피'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는 공무원 탓까지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나중에 국민 탓도 하지 않을까 싶다. 
 
 공무원 탓을 하던 두 사람은 이 정권의 중심에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 당사자들이다. 제3자처럼 남 탓하며 '유체이탈' 화법을 쓸 위치가 아니란 말이다. 
 
 지금이라도 '남 탓' 대신 "내 탓이오"를 되뇌며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길 기대해 본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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