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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채 삼킨 화마 속에서 멀쩡…강원 산불서 집 지킨 방법

지난달 4일 강원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당시 9채의 주택이 있는 속초시 영랑호 인근 작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박성철씨 집. [사진 독자제공]

지난달 4일 강원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당시 9채의 주택이 있는 속초시 영랑호 인근 작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박성철씨 집. [사진 독자제공]

지난달 4일 발생한 강원 고성·속초 산불로 속초시 영랑호 인근의 한 작은 마을은 폐허로 변했다. 이 마을엔 총 9채의 주택이 있는데 8채를 화마(火魔)가 집어삼켰다. 나머지 1채는 방충망과 에어컨 실외기 일부만 불에 탔을 뿐 집은 멀쩡했다. 231㎡(70평) 규모의 이 집은 박성철(58)씨와 자녀 5남매가 사는 집이다.

 
그렇다면 왜 박씨의 집만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일까. 박씨는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불씨가 쓰나미처럼 집 쪽으로 날아드는데 문득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 때 생존자가 썼던 생존 방식이 생각났다”며 “당시 생존자는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 물에 젖은 솜이불을 덮고 버틴 것으로 안다. 그래서 집을 빠져나가기 전 옥상 수챗구멍을 막고 호스를 연결해 물을 틀어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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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박성철씨와 5남매가 사는 속초시 영랑호 인근의 한 작은마을 주택들이 불탄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박성철씨와 5남매가 사는 속초시 영랑호 인근의 한 작은마을 주택들이 불탄 모습. 박진호 기자

집안 화장실과 마당 수도 계속 흐르도록 조치
당시 박씨는 옥상 말고도 집안 화장실과 마당에 있는 수도 2곳의 물이 계속 흐르도록 틀어놨다. 또 주택과 숲 경계 지역이 흥건히 젖도록 물을 뿌린 뒤 나뭇가지와 잡풀을 걷어내고 LP 가스통을 멀리 옮겼다. 
 
박씨는 “밤새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음날 마을에 가보니 우리 집만 멀쩡했다”며 “옥상에는 10㎝가량 물이 고여 있었고, 그 위로 날아든 불씨가 둥둥 떠다녔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힌트를 얻은 대연각호텔 화재는 1971년 12월 25일 발생했다. 이 불로 163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쳤다.
 
산림이 많은 강원 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르면서 주택 보호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불 당시 수많은 주택이 다 탔는데 박씨 집처럼 비슷한 위치에 있었지만, 불이 옮겨붙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미네소타 한 주택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이 장치는 산불이 발생할 경우 주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사진 강원연구원]

미국 미네소타 한 주택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이 장치는 산불이 발생할 경우 주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사진 강원연구원]

산림과 주택 경계에 물 많이 머금은 참나무 등 활엽수 심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데는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도 요인인 만큼 수종 변경 등 몇 가지 환경만 개선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원대 이시영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나무는 기름 성분이 많아 불이 붙으면 오래간다. 산림과 주택 경계에 참나무처럼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는 활엽수를 심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연구원도 지난 7일 발표한 ‘양간지풍 산불의 교훈과 미래형 대책’ 정책메모를 통해 산불로부터 주택을 보호하기 위해선 5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화 수림대 확보, 스프링클러 설치, 불연성 지붕 재료 사용, 산림과의 이격거리 확보, 주택 주변 가연물 청소 등이다. 이를 위해 주택 인허가와 기존 주택 관리개선을 위해 건축법, 소방법 및 도시관리 법률과 연계된 산불방지형 시·군 조례와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나무림 인근의 주택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엽수 식재 개념. [사진 강원연구원]

소나무림 인근의 주택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엽수 식재 개념. [사진 강원연구원]

동해안 산불 이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17건 달해
강원연구원 김경남 생태자원연구부장은 “고성·속초 산불로 발생한 건축물 피해는 대부분 인접 지역 나무에서 생성된 화염이 ‘페인트칠 된 강판’과 ‘플라스틱 기와’ 등 지붕으로 옮겨붙어 발생한 것”이라며 “미국과 캐나다는 산불이 많은 지역은 주택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안에 나무 등 불에 잘 탈 수 있는 물질이나 물건을 놓지 않는다. 이제는 숲을 도시 부속시설물로 바라보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4일 고성·속초 등 5개 시·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총 2832㏊와 주택 553동을 태워 128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원도에서는 이후 17건의 산불이 났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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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