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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영원한 사랑·신화·기후… 스토리 있는 이탈리아 허수아비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에서 남서쪽으로 50km쯤 떨어진 작은 마을 카스텔라(Castellar)에서는 매년 허수아비 축제가 열린다. 인구는 300명에 불과하고 알프스 자락에 숨어 있어 오가는 사람이 드문 이 마을도 허수아비 축제가 열리면 외지 사람들로 붐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카스텔라의 허수아비는 우리의 허수아비와 좀 다르다. 한국의 허수아비는 가을 들판에 외로이 서서 참새를 쫓아내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카스텔라의 허수아비는 동네 골목이나 정원, 마당 그리고 들판에서 주민들과 어울린다. 계절도 연중 가장 아름다운 5월에 만든다.
 
가장 큰 차이점은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각자 허수아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문예술 지식을 구현하고, 지구환경 보전을 호소하기도 한다. 
 
위 허수아비는 빨간 원피스에 진주목걸이까지 둘렀다. 파란색 아이섀도우를 그리고 머리엔 꽃을 꽂았다.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를 만든 것일까?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다. 
 
페넬로페는 남편이 트로이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이에 수많은 사내로부터 원치 않는 청혼을 받는다. 그녀는 "시아버지를 위해 수의를 짜는 중인데 그 일이 끝나면 구혼자 중 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낮에 짠 천을 밤에 몰래 다시 풀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천을 짜며 애타게 남편을 기다리는 페넬로페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웃음 짓게 한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허수아비 연작을 만들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사이렌'이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마녀로 반은 여자고 반은 새다. 바위섬에 살면서 매혹적인 노래를 불러 근처를 지나는 배들을 좌초시켰다.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노래가 들리자 부하들에게 귀를 막고 섬 반대방향으로 노를 젓게 하고,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고 그 노래를 즐겼다. 아내가 천을 짜며 사내들을 속이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이런 모험을 하며 지중해에서 세월을 보냈다. 
 
카스텔라 마을의 사이렌 마녀는 조개껍데기로 가슴을 가리고 있다. 그녀 아래 넘실대는 푸른 물결은 신화의 바다 지중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철골로 몸을 만들고, 예쁜 이목구비를 붙이고, 옷을 입혔다. 전문 조각가의 솜씨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역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이 푸른 눈의 귀여운 아가씨는 남친을 만나러 가는지 한껏 들떠 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노란색 비닐 옷을 입은 이 아가씨는 기후에 대해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다. Klimat는 스웨덴어로 '기후'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마을 카스텔라에 스웨덴 주민이 사는지도 모른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빨간 목도리의 선생님'(La Maestrina dalla sciarpa rossa)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허수아비.
선생님은 두 눈에도 빨간색 하트를 켜고 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이 허수아비는 분위기가 독특하다. 
이탈리아 허수아비답게 모자와 스카프, 치마와 가방까지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다만 그늘에 가려진 표정과 양쪽으로 삐져나온 빗자루가 마녀의 분위기를 풍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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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쓴 농부 같은 허수아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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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건초를 뭉쳤지만 역시 빨간 스카프와 검은 벨트로 포인트를 살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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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쌍의 허수아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찡해진다. 
남자가 병상에 누워 있고 여자는 그 곁에 앉아 있다. 오른쪽 탁자에 빨간 글씨가 보인다. 
Infinito Amore, 영원한 사랑. 
사랑하는 이가 건강을 되찾고, 이들이 행복하길….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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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