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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의 심스틸러] 영원한 아이언맨 로다주를 떠나 보내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언맨.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언맨.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포수인 요기 베라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이 말은 이제 스포츠보다 영화계에서 더 자주 사용되는 듯하다.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가 개봉할 때면 ‘쿠키 영상’ 유무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고, 이번 영화에서 던져진 떡밥이 다음 영화에서 어떻게 소화될지 관객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 탓에 ‘스포일러 금지 캠페인’까지 벌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이후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돼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서 활약한 로다주
현실 결합된 애드리브로 몰입감 높여
데뷔 50년만 아카데미 수상할까 기대
‘아이언맨’ 등 출연작 10편 다시보기도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향방에 대한 토론은 더욱 뜨겁다. 아이언맨ㆍ캡틴 아메리카ㆍ토르 등 지금의 MCU를 이룩한 초대 어벤져스의 주축 멤버들이 ‘엔드게임’을 끝으로 작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엔드게임’은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국내에서는 개봉 17일 만에 12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외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고, 글로벌 수익은 10일 기준 23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넘어서 2009년 ‘아바타’가 기록한 28억 달러를 넘보고 있다.  
 
오는 7월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예고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오는 7월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예고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일러 금지 기간의 공식 종료를 선언한 마블이 오는 7월 2일 개봉(북미 기준)을 앞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예고편 영상을 공개하면서 차기 아이언맨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어딜 가도 그분이 보인다”며 멘토인 아이언맨을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당신이 다음 아이언맨이냐”는 질문을 받는 등 그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여기에 ‘엔드게임’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이언맨3’의 시골 소년 할리(타이 심킨스)를 지지하는 이들과 2016년 제작진이 공개한 15세 흑인 여성 리리 윌리엄스가 연기하게 될 아이언 하트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물론 ‘아이언맨4’를 기다리는 팬들도 적지 않다. 마블이 발표한 2019~2021 라인업에는 포함돼 있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아이언맨3’에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만난 할리(타이 심킨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이언맨3’에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만난 할리(타이 심킨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는 역석절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4)가 연기한 아이언맨, 그리고 토니 스타크가 너무 완벽한 캐릭터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에 입성한 그는 엔딩신에서 밝힌 “내가 아이언맨(I am Iron Man)”이라는 대사처럼 아이언맨 그 자체였다. 기자들을 불러모은 회견장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내용의 대본을 무시하고 저런 애드리브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로다주가 얼마나 즉흥적인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과 닮은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애드리브는 오늘날 MCU를 만드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그 대사는 이후 우리의 모든 영화에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마블 코믹스라는 걸출한 원작이 있지만 영화가 원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또 이를 각색하고 진화하고 변화시키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 셈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자신의 모습을 아낌없이 아이언맨에 투영하면서 캐릭터와 교집합을 늘려나갔다.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언맨’에서 처음 등장해 ‘엔드게임’까지 이어지는 치즈버거 에피소드는 이미 유명한 일화다. 영화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5살 때 영화 ‘파운드’(1960)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아버지와 함께 마리화나를 피웠다. 이후 커리어 절반을 약물중독과의 싸움으로 보낸 그가 어느날 그토록 좋아하던 치즈버거의 맛조차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 가지고 있던 마약을 모두 버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 것. 이 때문에 영화 관람 후 치즈버거를 찾는 관객들도 많을 정도다. 
 
극 중 토니 스타크의 딸로 등장하는 모건 스타크 역시 치즈버거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언맨과 로다주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겠는가. 모건의 명대사 “3000만큼 사랑해” 역시 로다주의 딸 에브리 로엘 다우니가 평소 자주 하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11년간 10편의 마블 작품에 출연하며 완벽하게 아이언맨 캐릭터에 녹아든 로다주는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해 숱한 애드리브와 즉흥연기를 남겼다. 
 
그러니 마블 팬들이 로다주의 모든 인터뷰를 찾아서 꼼꼼히 읽고, 이를 토대로 해석 영상을 만들고, 서로 돌려가며 반복재생할 수밖에. 그중 하나라도 놓치면 ‘아이언맨’ 1~3편을 다시 보고, 그러다 ‘어벤져스’ 1~4도 다시 보며 날밤 새우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엔드게임’은 아이언맨을 비롯한 1세대 히어로들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결과물임이 틀림없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와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아 여전히 주변을 빙빙 맴도는 셈이다. 
 
‘아이언맨’에서 처음으로 수트가 탄생하는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이언맨’에서 처음으로 수트가 탄생하는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럼에도 이것이 ‘필연적인(inevitable)’ 이별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내년이면 연기 인생 50년을 맞는 로다주가 평생 아이언맨을 연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배우로서도 마이너스다.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오른 ‘채플린’(1993)이나 ‘트로픽 썬더’(2008) 등 아이언맨 이전의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그가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더욱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길 원할 것이다. 이미 올해 ‘닥터 두리틀의 여행’과 내년 ‘셜록 홈즈 3’ 등 차기작도 확정된 상태다.  
 
기왕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스카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루소 형제의 주장처럼 현실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아카데미가 히어로 영화에 유독 박하긴 하지만, ‘엔드게임’에서 그의 연기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는지를 부정할 수는 없을 터. 그가 아이언맨으로서 지내온 11년은 괴로움과 번뇌의 연속이자 깨달음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수트가 업그레이드된 만큼 그의 내면도 자라났을 것이다. 그 정도면 모두가 행복하게 그를 놓아줄 수 있지 않을까. 잘 가요 아이언맨, 그리고 더 멋진 로다주로 돌아와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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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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