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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떠돌이 고려석탑, 109년 만의 귀향

[SPECIAL REPORT] 문화재 보존은 과학이다 
지광국사 석탑 복원 현장. [김성태 객원기자]

지광국사 석탑 복원 현장. [김성태 객원기자]

국외반출, 폭격, 잦은 해체…. 큰 상처를 입고 천년의 세월을 힘겹게 버텨온 고려시대 석탑이 4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중병을 앓는 환자는 ‘비운의 석탑’으로 불리는 국보 제101호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이다. 지광국사(984년∼1067년)가 입적한 후 그 사리를 봉안한 석탑이다. 석탑은 현재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있는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해체된 상태로 파손 부재 접착, 표면 오염 제거, 구조 보강 등 보수가 진행 중이다. 석탑의 보수·복원을 책임지고 있는 센터의 이태종 학예연구사는 “과거 보수 때 시멘트로 발라놓았던 부분은 거의 다 제거한 상태”라며 “석탑에 새겨진 조각 문양이 많아 일일이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파손된 탑을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서둘러 복구하는 과정에서 시멘트가 사용됐다. 당시 탑을 수리하고 맞추는 과정에서 일부는 위치가 바뀐 채 접합된 곳도 있었다.
 
탑을 해체하고 조사하던 중 탑 내부에서 옥개석 파손 부재편들도 발견됐다. 과거 수리할 때 위치를 찾지 못해 보관해 놓은 부재들이다. 이중 절반 정도는 원래 자리를 찾아 복원했다. 일부는 원부재와 유사한 석재도 사용된다. 이 연구사는 “남한에서는 같은 재질의 석재는 찾지 못했다”며 “(원부재는) 북한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나오는 석재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석탑의 보수는 내년 하반기나 되야 끝날 것으로 보인다.
 
보수 후 석탑이 어디로 옮겨갈 것인지는 또 다른 관심사다. 석탑이 일제강점기에 원주를 떠나 현재까지 대략 10차례나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며 여기저기를 떠돌았기 때문이다. 1911년 일본인에 의해 원주에서 무단 반출된 석탑은 경성 무라카미 병원 정원(현재의 명동에 위치)에 몇 달 동안 머물렀다. 하지만 이듬해 또 다른 일본인에 의해 남창동 지역으로 옮겨졌다가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 석탑 반출로 국내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조선총독부의 데라우치 총독이 반환 명령을 내렸다. 국내로 돌아온 탑은 고향인 원주로 가지 못하고 경복궁 내 여러 곳을 전전했다. 해방 후엔 전쟁 통에 폭탄을 맞아 일부가 파손된 석탑은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져 긴급 수리도 받았다. 1990년에는 다시 국립고궁박물관 앞으로 이전했다가 2016년 해체·보수 결정이 내려져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산하 센터로 이송됐다.
 
김봉렬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중앙SUNDAY와의 전화통화에서 “석탑이 고향인 원주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다만 보존 처리가 끝나더라도 석탑이 빗물 등 외부 영향에 취약하기 때문에 실내 보관이 필요하다”며 “탑을 내부에 둘 수 있는 보존 각 같은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도 “문화유산이 태어나고 창조돼 머물던 곳으로 보내는 ‘귀향’이 문화유산의 복원과 보존의 제1원칙”이라며 석탑의 ‘원주 귀향’에 공감을 표했다. 지광국사탑에 대한 보수가 내년 하반기에 끝나면 109년 만에 원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고성표 기자·정미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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