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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 나와 3시간 뒤…미 관세 25% 선공, 타협 문은 열어뒀다

극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을 뿐이다. 미국은 예고한 대로 관세율을 올렸다. ‘무역전쟁 시즌2’의 시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시간 10일 낮 1시1분(미국 동부시간 10일 0시1분) 미국 뉴욕항 등 동부지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산 5745개 품목의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장치, 자전거 안전모, 카시트, 섬유제품, 농산물 등이 인상 대상”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도 즉각 반응했다.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은 유감”이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어떻게 보복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이날 워싱턴에서 시작된 무역협상이 끝난 지 약 세 시간 만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무역대표부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일행과 90분간 회담했다. 이어 메트로폴리탄클럽에서 저녁 8시40분까지 저녁식사 겸 협상을 이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나라 협상에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며 “(날이 밝으면) 협상을 다시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미국의 트럼프나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모두 파국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고 평했다.
 
이날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두 나라 무역전쟁이 시즌2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두 나라가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7~9월이 시즌1이다. 지난해 11월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5개월 정도 이어진 휴전 상태가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시즌2는 치열했던 시즌1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시작됐다. 사공 이사장은 “협상이 결렬도 아니고 순항도 아닌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른바 ‘가짜전쟁(Phoney War) 상태’다. 전쟁 중인데 전쟁 같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10일 밤(미국 시간 새벽)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좋은 분위기 속에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가짜전쟁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여차하면 가짜전쟁이 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밤에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3250억 달러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고 공개했다. 앞으로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나머지 중국산 모두에 관세폭탄을 떨어뜨리겠다는 으름장이다. 글로벌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워스는 중앙SUNDAY에 보낸 e메일에서 “모든 중국산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세계 경제는 최악의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분석회사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애초 예상치에서 0.65%포인트 정도 하락한다. 미국 성장률은 0.42%포인트 정도 떨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놓은 중국과 미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는 각각 6.3%와 2.3%다. 충격은 내년이 더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은 0.73%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미국은 0.54%포인트 정도 하락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관세는 미국 경제를 약하게 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한다”며 “중국산에 부과된 엄청난 관세가 재무부 국고에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자신들이 사람을 죽이고도 처벌을 모면하도록 한 오바마 행정부 등과 협상하고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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