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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시스템 바꿔라” 중 “무역흑자 줄이겠다” 줄다리기

미·중 무역전쟁 시즌2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오른쪽)가 10일 무역협상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오른쪽)가 10일 무역협상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00억 달러에 대한 25%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스티브 행크 교수(경제학)가 지난해 10월 중앙SUNDAY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9년 1월로 예정된 관세 인상이 무역전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말이다. 이전까지 미·중이 상대에 부과한 관세는 “두 나라 경제 규모에 비춰 큰 충격은 아니었다”고 행크 교수는 경고했다.
 
행크 교수가 말한 티핑포인트는 올 1월에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중이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따금 긍정적인 말을 입에 올렸다. 세계는 무역전쟁이 협상으로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었다. 그런데 돌연 티핑포인트가 10일 오후 1시1분(한국시간)에 다가왔다. 넉 달 정도 지연된 현실화다. 경제 장치 가운데 증권시장만큼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없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관세율 인상을 알린 이달 5일 이후 세계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2360조원) 넘게 사라졌다. 이번 인상이 불러올 충격을 시장이 주가에 서둘러 반영한 결과다.
 
 
시간 끌수록 양국 모두 피해 커져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중 대표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달 넘게 협상을 벌였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와 마주 앉기 앞서 “굿 딜(Good Deal)을 원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대표는 지난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이저가 말한 굿 딜은 중국의 경제 시스템과 법규를 바꿔 기술 도둑질 등을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라이트하이저의 목표는 1980년대 미국이 일본과 독일(당시 서독)을 상대할 때 추구한 것과는 딴판이다. 당시 미 정부는 일본과 독일 시장을 개방해 무역적자를 줄이는 게 목적이었다. 일본과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을 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경제 구조와 글로벌 자본흐름 메커니즘 때문에 발생하는 무역역조는 정부간 협상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었다.
 
이런 경험을 익히 알고 있는 라이트하이저는 국영기업이 시장을 교란하고 시장 접근을 미끼로 기술 제공을 강요하는 중국의 행태를 ‘꾸준히’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 이와 달리 중국은 1980년대 일본식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천연가스와 콩 등 농산물을 대거 사주는 방식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준다는 전략이다. 돈으로 미국의 예봉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법규를 개정하고 시스템을 바꿔주면 발목이 잡힐 수 있어서다. 양쪽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질 성격이 아니었다. 결국 사달이 났다. 트럼프가 이달 5일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사태는 빠르게 관세 인상으로 치달았다.
 
이날 관세 인상으로 중국이 해마다 미국에 수출하는 5800억 달러어치 상품 가운데 44%인 2600억 달러에 관세 25%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중국산 가운데 이익률이 높은 기술제품엔 추가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다르면 이번 관세율 인상으로 글로벌 성장률은 올해 0.1%포인트, 내년엔 0.3%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 안팎이다. 미·중이 협상을 가능한 빨리 끝내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관세 인상 충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인상 때문에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0.8%포인트 정도, 미국 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가 공언한 중국 수입품 나머지 3250억 달러에도 관세 25%를 매기면, 세계 경제의 충격은 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받을 충격이 가장 크다. 미국이라고 충격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더욱이 내년이 되면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에 중국을 압박해 유권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 안에 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이유다.
 
미·중 두 나라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상대 공세를 오래 견딜 수 있다.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워스는 “미·중은 무역전쟁 흐름에 맞춰 경기부양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공격적으로 돈 줄을 풀고 재정지출을 확대할 전망이다.  
 
 
한국, 대만 이어 두번째 큰 피해
 
그렇다고 무역전쟁 충격이 모두 경기부양으로 흡수되지도 않는다. 한국 등이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미국 금융그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 참여도에서 한국은 대만에 이어 2번째다. 무역전쟁의 피해가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무역전쟁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미·중 갈등은 단순히 무역분쟁이 아니다”며 “패권전쟁이기 때문에 협상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철수해 제3국으로 이전한다는 얘기다.  
 
경제역사가들이 말하는 ‘대륙봉쇄령 효과’다. 19세기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때문에 유럽의 네덜란드 등 해안가 산업지대가 쇠락했다. 대신 스위스와 프랑스 리옹 등 내륙 지역의 산업이 흥했다. 200여 년이 흐른 지금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지로 베트남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꼽힌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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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