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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북한 탄도미사일 쐈다”…한국은 “단거리 미사일”

북한이 10일 공개한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4일엔 바퀴, 9일 엔 궤도 형태라는 점이 다를 뿐 발사체의 외형은 거의 흡사하다. [AP=연합뉴스]

북한이 10일 공개한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4일엔 바퀴, 9일 엔 궤도 형태라는 점이 다를 뿐 발사체의 외형은 거의 흡사하다. [A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일 동해로 쐈다는 발사체 두 발의 모습이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봤다는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화력타격훈련 보도사진에서다. 그러나 이 발사체의 정체에 대해선 한국과 미국이 시각차를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10일 “(9일 발사체는) 현재까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한·미 공동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 국방부 대변인인 데이비드 이스트번 중령은 중앙일보에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북한이 북서부 지역에서 복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미사일은 동쪽으로 300㎞ 넘게 비행한 뒤 바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도 “(북한이 쏜 것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인다”며 미국 편을 들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체’ 발사 장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4일엔 바퀴, 9일엔 궤도 형태라는 점이 다를 뿐 발사체의 외형은 거의 흡사하다. [A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체’ 발사 장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4일엔 바퀴, 9일엔 궤도 형태라는 점이 다를 뿐 발사체의 외형은 거의 흡사하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종류와 제원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도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합참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과 입장이 유사한 건 중국이다. 중국도 탄도미사일로 부르길 거부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발사물의 종류와 성질에 관해 현재 중국은 구체적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발사물(발사체)로 지칭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방금 (질문에서) 탄도미사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중국은 현재 구체적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닷새 간격으로 쏜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이냐, 탄도 미사일이냐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단거리 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분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장난에 가깝다”며 “정부가 자꾸 북한을 의식해 도발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사일은 거리를 기준으로 단거리·중거리·장거리로 나뉜다. 탄도미사일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떨어지는 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 중 최대 사거리가 1000㎞에 못 미치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된다. 반면 저고도를 유지하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면 순항미사일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과 군 당국이 ‘단거리 미사일’로 일단 명명하는 이유는 이번 발사가 탄도미사일로 확정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되는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결의 1718호와 2009년 결의 1874호, 2017년 결의 2397호 등을 통해 탄도미사일의 발사는 물론 모든 관련 활동의 중단을 북한에 요구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양해를 받은 상황에서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내외 여론이 나빠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인지, 순항미사일인지 묻자 “지금은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것만 얘기할 수 있다”며 얼버무렸다.
 
군 당국은 지난 4일 북한이 쏜 것은 ‘발사체’라고 했고, 지난 9일 발사한 것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했다. 만약 4일 쏜 것과 9일 쏜 게 동일하다면 군 당국은 같은 것을 놓고 다른 얘기를 한 게 된다. 군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가 10일 공개한 사진 중 일부엔 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서 수직으로 치솟는 장면이 실려 있다. 겉으로 봐서는 지난 4일 북한이 원산 호도반도에서 쏜 전술유도무기와 매우 흡사하다. 지난 4일 TEL에는 바퀴가 달린 데 비해 지난 9일 TEL은 전차처럼 궤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게 차이점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 4일과 지난 9일 북한의 발사체 외형이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와 비슷하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하고 있다.
 
신범철 센터장은 “정부는 당초 ‘발사체’라고 했다가 지난 9일에서야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북한이 훈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워싱턴·베이징=정효식·신경진 특파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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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