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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 30배’ 미륵사 석탑, 콘크리트 185t 제거에만 4년

[SPECIAL REPORT] 문화재 보존의 과학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에 지어져 현존하는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인 익산미륵사지 석탑이 대수술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보수정비 준공식을 열었다. 석탑 붕괴 가능성이 제기돼 1999년 문화재위원회가 해체를 결정한 후 20년 동안 진행된 대역사가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부재 1627개를 짜 맞춰 새롭게 완성했다. 높이는 14.5m, 폭은 12.5m, 무게는 약 1830t이다. 석탑 보수에 투입된 연 인원만 12만명이 넘고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도 100여 명이나 된다.  
 

‘대수술 20년’ 김현용 학예연구사
3차원 스캐닝해 정밀 데이터 확보
깨진 돌 등 접합엔 티타늄 봉 활용

원부재 닮은 황등석 조달 때 고생
문화재 보수, 원형 지키는 게 중요

김현용

김현용

이 중 해체부터 보수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이가 김현용(42)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다. 석탑 해체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0년 조사보조원 자격으로 연구소에 들어와 석탑과 인연을 맺었다. 젊은 시절 대부분을 오로지 석탑 보수작업에 매달려 왔다. 김 학예사는 “처음 탑을 봤을 때는 막연한 경외감이 들었다가, 학예사가 돼 현장팀을 꾸릴 때는 엄청난 부담감과 역사적 무게감이 짓누르는 느낌을 받으며 일했다”고 지나온 세월을 회고했다.
 
단일 문화재 보수로는 최장기간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건가?
“부피나 높이 등 그 규모가 석가탑의 30배 정도로 큰 탑이다. 하지만 원형을 기록한 자료가 없었다. 조사와 연구, 보수를 위한 기술 등 과정 하나하나마다 방향성을 새로 정하면서 일을 진행해 나가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2009년 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국보급 사리장엄구 1만여 점이 발견돼 유물의 보존 처리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등 변수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일제강점기 때 콘크리트로 보수한 부분을 제거하는 일이었을 텐데.
“2001년부터 콘크리트 부분을 석장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하기 시작해 2004년 중반에 마무리했다. 4년이나 걸렸다. 막상 콘크리트 제거를 시작해보니 옛날 돌들이 다 살아있어서 마구잡이로 뜯어낼 수가 없었다. 석공들이 일일이 다 쪼아서 185t이나 되는 콘크리트를 제거해야 했다. 망치와 정뿐 아니라 치과에서 스케일링 할 때 쓰는 도구들까지 동원해 일일이 부재 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콘크리트를 긁어내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보수 과정에서 어떤 과학적 기법들이 동원됐나.
“조사 과정에서 원재료의 돌이 어떤 암질인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 데이터를 학보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 3차원으로 스캐닝을 해 입체 형상을 기록하는 일도 진행했다. 각종 사전 조사와 분석, 데이터 확보를 위한 작업에만도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부러지고 절단된 부분을 새 석재와 티타늄 봉으로 접합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티타늄 봉을 이용한 이유가 있나.
“석조 문화재를 보수할 때 철이나 스테인레스 등 금속을 많이 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익산미륵사지석탑은 티타늄과 가장 잘 맞았다. 중량은 가볍게 하면서 강도는 높였다. 티타늄 봉을 활용한 석재 접합 기술 개발로 우리 문화재의 보존과 보수 능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자평한다.”
 
훼손이 많은 부분을 남아 있는 원부재만으로 보수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일단은 축조 당시의 원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부족한 부분은 익산군 황동면에서 출토한 화강암인 황등석을 신부재로 이용해 보수했다.”
 
원부재와 유사한 재질의 황등석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원부재와 최대한 비슷한 부재를 얻기 위해 돌의 압축 강도와 흡수율, 비중 등을 엄격하게 따져 주문했다. 워낙 까다롭게 조건을 붙이다보니 주문하고 받는 데 한 달 이상 걸린 적도 있었다. 일반인들은 구분이 잘 안가겠지만 돌의 결에도 신경썼다. 수평이나 수직 결이 있다. 압축강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수평결로 이뤄진 황등석을 구해 썼다. 이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썼다.”
 
일각에서는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완전 복원’이 아닌 지금과 같은 6층으로 보수된 모습이 불완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석탑을 9층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최고층이 9층이라는 것도 추정일 뿐이다. 6층까지만 보수한 것에 대해 불편하게 보인다는 얘기도 있지만 원형을 지키는 것이 문화재 보수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료도 없고 고증이 부족한데 석탑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 무리하게 보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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