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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중독적인 이야기일 뿐”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스티븐 프라이 지음
이영아 옮김
현암사
 
유교의 오륜(五倫)은 인간의 도리로 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을 제시한다. 부모-자식, 군주-신하, 부부, 세대, 친구 사이에는 갈등이 있다.
 
무신론으로 시작한 문명은 없다. 문명은 신화로 시작한다. 신화는 우주나 세상, 자연현상의 기원을 설명한다. 그 시대의 ‘과학’이다. 신화는 오륜이 막으려고 하는 인간의 5대 갈등의 기원을 묘사한다.
 
그리스 신화 또한 시원적 과학이자 문학이다. 그리스도교와 함께 서구 문명을 잉태했다.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할 이유다. 그리스 신화 읽기는 의외로 만만하지 않다.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리스 신화 읽기가 목표다.
 
‘영국의 국보’라 불리는 저자는 배우, 작가, 영화감독, 퀴즈쇼 진행자다. 이번 책은 그의 10번째 책이다. 프라이는 이렇게 말한다. “고전 문학에 관한 지식은 아무 필요 없다. 그리스 신화에 학구적이거나 지적인 면은 전혀 없다. 그저 중독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고,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일 뿐이다.”
 
장시몽 바르텔미와 장바티스트 모제스가 그린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창조’(1802, 1826). [사진 마리랑 응우옌]

장시몽 바르텔미와 장바티스트 모제스가 그린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창조’(1802, 1826). [사진 마리랑 응우옌]

그리스인들은 신이 완벽하지 않으며 인간이 신과 동등하다고 믿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그리스 신화 속 인간의 5대 갈등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우선 부자지간 갈등을 보자.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증오했다. 우라노스를 거세한다. 크로노스를 부추긴 것은 어머니 가이아다.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이다. 우라노스는 가이아의 아들이자 남편이다. 우라노스와 티탄족 자식들을 낳았지만, 남편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그리스 신화에서 군신유의가 깨진 대표적인 사례는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를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소개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의 영웅.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어 인간에게는 문화를 준 은인이 되었으나, 그로 인하여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졌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으로 인간을 창조했다. 둘은 주군-신하 관계였다. 일신교인 그리스도교와 달리 그리스 종교에서 인간은 신들의 공동 창작물이다.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를 만들 때 사용한 사원소를 생각하면 가이아, 제우스, 아폴론, 아테나도 창조에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 흙(가이아의 점토), 물(제우스의 침), 불(아폴론의 태양), 공기(아테나의 숨).”
 
프로메테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간의 신이 아니에요. 난 인간의 친구예요.”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의 친구가 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경고한다. “단 한 가지만은 인간이 가질 수 없네, 영원히. 그건 바로 불일세.” 구약의 신이 인간에게 지식과 영원한 생명을 주지 않으려고 한 것처럼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이 만든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프로메테우스는 주군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준다.
 
분노한 제우스는 아들 헤파이스토스에게 명령해 최초의 여성 판도라를 창조한다.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이브와 마찬가지로 판도라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고대 그리스인들이나 유대인들이나 세상의 불행을 최초의 여성 탓으로 돌린 것이다.
 
김환영 대기자/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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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