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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BTS와 ‘어벤져스’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지금 놀라운 두 문화 현상을 보고 있다. 전지구적으로 성공하며 문화사를 바꾸고 있다. 변방의 아이돌로 서구 주류 음악계를 ‘접수’한 BTS,  영화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마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어벤져스4)’ 얘기다.
 
우선 BTS.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는 게 딱 이들 얘기다. 새 앨범 ‘맵 오브 더 소울:페르소나’의 발표 무대가 한국 아닌 미국일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 “비틀즈 이후 최고 팬덤”(CNN)이라며 서구 미디어의 반응도 뜨겁다. 기껏 틴팝 정도로 낮춰봤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빌보드도 소셜 아티스트 외에 본상(팝 듀오·그룹)을 함께 안기며 음악성을 인정했다. 앨범 판매량은 322만장. 지금까지 국내 최고 기록이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252만장·1995년)을 넘었다.
 
5~6일(현지시간) 미국 LA 로즈볼 스타디움 콘서트에서는 해외 팬들의 한국어 ‘떼창’이 예외 없이 펼쳐졌다. 뜻 모를 영어 가사를 외워 부르던 우리 과거와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쯤 되면 BTS에 대해 “한국적 문화예술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던 한 저명한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어벤져스4’는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한 슈퍼히어로 연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여정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하는 영화다. 국내 관객이 1200만명을 넘었고, 개봉 11일 만에 전세계에서 23억 달러(2조7000억원)를 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 2위에 올랐다(박스오피스 모조). 1위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7억 달러·2009년)를 무난히 따라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리된다면 주로 애들이나 보는 것으로 치부됐던 슈퍼히어로 만화 출판사에서 출발한 마블이, 한때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나는 세상의 왕”이라고 포효했던 거장 카메론을 확실히 제치는 셈이다. 이미 글로벌 흥행 10위안에는 마블 영화가 5편이나 포진해있다. MCU 11년만의 대기록이다.
 
BTS와 어벤져스의 공통점으로는 ‘팬덤’과 ‘크로스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BTS 글로벌 팬덤 ‘아미’의 발화력은 잘 알려져 있고, ‘어벤져스’ 역시 팬덤 없이는 설명 안 된다. 국내만 봐도, 1990년대 아이돌·여성중심으로 시작된 팬덤 문화가 2000년대 남성에게 확산되는 계기로 ‘무한도전’과 ‘마블’이 꼽힌다. 이들은 BTS나 어벤져스를 좋아하고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간다.
 
마블 팬이라면 마블의 특정 영화 한 편만 보지 않는다. 각 슈퍼히어로별로 진행되는 이야기, 총출동하는 이야기, 프리퀄(前史) 등을  통틀어 마블이 구축한 하나의 월드(MCU)를 소비한다. 의미도 후속편을 봐야 전편이 명료해진다. 장르 역시 영화, 만화, 게임,TV 드라마 등을 아우른다. 단일 콘텐트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로 소비되는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다. ‘어벤져스4’만 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보려면 전작 영화 21편을 다 봐야 한다. 만화, 게임, TV 시리즈로까지 영역을 넓히면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당연히 서사의 규모가 방대하다. 단기 속성으로 따라잡기가 쉽지 않으니 팬과 팬 아닌 이의 격차가 크다. 마블은 조만간 MCU 4기를 시작하는 영화들을 선보인다.  
 
BTS 음악 역시 각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고 가사, 뮤직비디오, 멤버 캐릭터가 다 연결돼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팬들만의 재미도 크니 ‘덕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거기에 BTS는 국경 없이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의 강점을 최대한 누렸다. 다양성과 소수자성을 옹호하는 서구 밀레니얼 세대가 그들의 아이콘으로 BTS를 택하며 인터넷 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이 두 사례는 새로운 문화 콘텐트 흥행 공식을 보여준다. 돈을 벌어들이는 새 방식이자, 문화가 작동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세상이 굴러가는 새 방식이다. 둘 다 히어로들이다. 팬들만의 일이라 치부할 게 아니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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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