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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 건축] 전시가 된 ‘느티나무도서관’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지난 4월 13일~30일에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갤러리팩토리에서 ‘new wave, new library’ 전시가 열렸다. 정지원(노사이드랩)의 기획으로 용인 수지의 20년 된 사립공공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을 전시로 만나는 자리였다. 필자가 가본 어떤 도서관보다 이상적인 도서관의 모습을 발견했던 곳이 느티나무도서관이었다.
 
‘최소의 도서관’만 옮겨온 전시의 한 축에는 느티나무도서관의 사서와 이용자가 함께 만들어 온 오늘을 살면서 필요한 질문들과 그 답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서적들로 이루어진 ‘컬렉션’이 있었다. ‘방탄현상의 사회학’ ‘죽음의 자기결정권’ ‘내가 살 집은 어디인가’ ‘세상을 여행하는 더 나은 방법’ 등등. 벽을 메운 컬렉션의 주제들은 변화무쌍하여 손에 잡히지 않던 요즈음의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세상을 여행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면 느티나무도서관 컬렉션 서가에서 ‘공정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나, ‘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 등의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펼쳐진 다양한 질문 아래 책들이 분류된 카드를 가져갈 수도, 스스로의 질문이나 책을 추가할 수도 있었다. 전시의 다른 한 축은 관람객-도서관 이용자와 책 사이의 적극적인 매개자인 사서였다. 사서들이 전시장을 지키며 그날의 컬렉션에 해당하는 책들을 소개하고 관람객과 대화했다. 따로 구획된 작은 방에서는 사서가 도서관의 이용자들과 함께 질문을 찾고 컬렉션을 구성하는 과정을 기록한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지난달 열린 ‘new wave, new library’ 전의 일부. 한 도서관을 전시로 구현했다. [사진 노사이드랩]

지난달 열린 ‘new wave, new library’ 전의 일부. 한 도서관을 전시로 구현했다. [사진 노사이드랩]

전시는 공공도서관의 정체성이 책의 물성, 이를 담는 특정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삶이 던지는 질문을 마주한 누구에게나 길잡이가 될 지식과 지혜를 연결하는 도서관의 태도와 방법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를 보고 나서, 느티나무도서관의 공간을 다시 떠올렸다. 돌이켜 생각하니 느티나무도서관의 공간 구석구석은 고유한 정체성의 실험을 거듭해온 현장이었다. 운영팀이 먼저 갖춰지고 나서 6개월에 걸쳐 건축가와 논의하며 건축계획을 결정했다고 했다. 도서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건물의 사방에 출입구를 내고, 도서 도난방지 장치도 두지 않았다. 두 개 층의 높이로 열린 공간, 다락만 한 낮은 공간, 적당히 숨을 구석, 마음껏 이야기하며 낙서해도 좋은 방들이 이웃한 공간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숲처럼 이어졌다. 아이와 함께, 음식과 함께, 혼자 구석에서, 바닥에 눕거나 기대어, 잠시 커피를 내리며…. 책과 만나는 이용자의 패턴 대로 공간을 열고, 그 안에서 이용자는 마음껏 지적 도전을 하도록 응원하는 곳으로서 이용자와 함께 규범을 만들고 신뢰를 쌓아온 공간이었다.
 
책을 보호하고 지식을 독점하는 것에서 시작한 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이 된 역사는 성찰하는 시민의 탄생 그리고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과거에 비해 엄청난 정보와 지식을 각자의 손에 지니고 ‘검색’의 마술봉을 휘둘러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옳은 질문을 내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다.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의 ‘도서관 운영이 아닌 도서관 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 운동이 확산되며 나타날 새로운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공공도서관을 상상하고 기대한다.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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