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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안티가 된 팬덤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거짓말이 충격적인 것은 그 장소가 기자회견이라는 점이다. 기자회견은 ‘제가 지금 말하는 건 만인 앞에 공개하는 공식 입장이고 사실입니다’라는 게 전제된 행사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 눈물까지 보이며 가짜 기자회견을 기획하다니 기자로서 그동안 당연한 듯 믿어왔던 뭔가에 금이 간 것 같았다. 전문가들은 ‘팬덤’ 현상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팬덤(fandom)은  ‘열성팬’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엔 그 대상에게 인지도와 경제적 수익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하다. 전 세계 수십억명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인물이나 제품을 퍼뜨리면서 열풍을 일으키고 이 열풍이 매출은 물론 광고시장을 통한 2차, 3차 수익을 일으키는 구조다. 박유천 같은 연예인들은 이런 팬덤을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거짓 기자회견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에도 같은 분석이 적용될 수 있다. 팬덤에 힘입어 성공신화를 쓰던 임블리는 최근 호박즙 곰팡이 검출 논란, 명품 디자인 카피 의혹 등이 터지며 위기에 몰렸다. 진짜 위기는 대응 방식이었다. 팬덤과의 소통으로 성장한 회사가 정작 문제가 생기자 SNS 댓글창을 막아버리고 비공개로 전환해버린 것이다. 운영자인 임지현 상무는 사과문에서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 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오만한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팬덤이 주는 강력하고 달콤했던 지지에 취해 품질 관리, 소비자 대응, 경영윤리 등 기업의 기본을 소홀히 했다는 고백이다.
 
이야기의 끝은 단순하다. 그들의 팬덤은 안티가 됐다. 팬덤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성과에 대한 환호와 존중, 품질에 대한 믿음, 브랜드 가치에 대한 호감과 지지 등 합리적이고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정직과 도덕성은 기본이다. 이런 이유들이 사라진다면? 팬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은 5월 정기조회에서 디지털 팬덤을 여러번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고객의 사랑을 받는 본질은 같다”며 “남보다 잘 만든 우수한 상품과 혁신상품”을 빼놓지 않았다. 팬덤은 성공의 무기다. 하지만 업의 기본과 도덕성이 무너졌을 때조차 무조건적인 방어막이 돼 줄 거라 생각한다면 연예인이든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큰 착각이다.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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