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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전성기 앞으로 3년…현재 이적시장 가치는 895억

축구 선수의 경제학
세이프 덴디르

세이프 덴디르

손흥민(26)의 소속팀 토트넘이 8일(현지시간) 아약스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 혹사 논란이 일 정도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부담스런 경기를 한번 더 뛰게 됐다.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이후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뿐 아니라, 한국 국가대표 평가전, 아시안컵 등에 줄줄이 출전했다. 자연스럽게 체력 고갈과 부상 우려 등이 제기됐다. 심지어 ‘손흥민이 지금처럼 얼마나 더 뛸 수 있을까?’란 궁금증마저 일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앙SUNDAY는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래드포드대학의 세이프 덴디르 교수(경제학)에게 전화를 걸었다. 덴디르 교수는 계량경제학 기법으로 EPL 등 유럽 주요 리그 선수들을 분석해 ‘축구 선수는 언제 전성기에 이르는가?’란 논문을 썼다. 영국 BBC는 그의 논문을 “축구 선수 전성기와 수명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 논문”이라고 평했다.
 
요즘 손흥민이 많이 뛰고 있다.
“올 시즌(2018~19년) 소속팀에서 뛴 시간만도 3100분 이상이다.”
  
EPL 구단주·감독 과학적 분석 안 해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 정도 출전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뛴 시간에는 EPL뿐 아니라 유럽 클럽 간 경기 등도 포함돼 있다. 소속팀 경기만을 놓고 보면 평균치 수준이다. 하지만 손은 소속팀 경기를 마친 후 곧바로 A매치(국가대표 경기)에 참가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운동생리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선수가 경기 후 휴식 없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이동해 A매치에 뛰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국에선 손흥민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PL을 비롯해 유럽의 주요 리그에 뛴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살펴보니 공격수는 25세 전후가 절정(Peak)이었다. 손의 올해 나이가 26세다. 요즘이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많이 뛰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경기에 나서고 광고 출연 등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때다. 내 모델에 따르면 손의 전성기는 앞으로 3년 정도다.”
 
덴디르 교수에 따르면 포지션별로 출전시간이 가장 많은 나이는 다르다. 손흥민 같은 공격수는 25세 전후이고, 미드필더는 25~27세, 수비수는 27세 전후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의 EPL과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에 뛰고 있는 선수 3100여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결과다.
 
손흥민 출전기회가 줄어드는 것인가.
“내 연구결과는 평균치다. 유럽 4대리그 평균적인 선수들을 바탕으로 한 통계치다. 절정 이후 2년 동안 출전시간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이 시기가 바로 선수의 전성기다. 다만 공격수든 미드필더든 29세 이후엔 출전기회가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내가 보기에 손은 ‘상당히 뛰어난 선수’다. 전성기의 기간이 평균치보다 길 수 있다. 또 출전시간과 함께 퍼포먼스(공격포인트) 그래프도 살펴봐야 한다.”
 
선수의 퍼포먼스 그래프는 출전시간과 다른가.
“선수의 퍼포먼스는 축구통계회사인 후스코어드닷컴(WhoScored.com)이 평가한 공격포인트를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다. 평균적인 공격포인트는 6~6.9포인트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평균적인 선수들의 절정시기 퍼포먼스가 바로 6~6.9포인트 사이였다. 평균적인 선수라도 어떤 경기에서 9포인트(최우수)를 받곤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슷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평균치에 수렴한다. 그런데 공격수의 출전시간 그래프는 포물선 모양인데, 공격수의 퍼포먼스 그래프는 파동형에 가까웠다(오른쪽 그래프). 공격수의 퍼포먼스 전성기는 21~30세 사이였다. 절정 시기 이후에 감소했다가 30대 후반에 되살아나는 모양이다.”
 
나이 들어도 퍼포먼스는 좋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선수가 나이 들면 출전시간이 감소하게 마련이다. 반면 경기 경험 덕분에 짧은 시간 뛰더라도 높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다. 다만, 미드필더 퍼포먼스 그래프는 출전시간과 비슷한 포물선 모양으로 나타났다. 30대 이후에 퍼포먼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덴디르 교수가 발견한 포지션별 전성기는 EPL 팀의 경영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한 기간보다 짧다. EPL 구단주와 감독 등은 선수들이 23~30세 사이를 전성기로 봤다. 덴디르 교수는 “EPL 등 유럽 주요 리그팀들의 규모가 상당한데, 최근까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선수들의 출전시간과 퍼포먼스를 거의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뜻밖이다. 유럽 축구팀은 하나의 기업이지 않는가. 그런 분석을 했을 법한데.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선수는 축구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연간 매출 가운데 선수 연봉으로 나가는 부분이 가장 크다. 그런데도 내 연구가 선수들의 절정 시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는 처음이다.”
  
공격 포인트는 30대 이후 회복할 수도
 
손흥민 앞날은 어떨까.
“손은 퍼포먼스를 기준으로는 30대에도 훌륭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팀이 자주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무슨 말인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같은 팀은 30세 이상인 선수들과는 장기 계약을 하지 않는다. 선수들을 활용하는 시간(출전시간)이 가파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30세 이상인 선수들은 여기저기 팀을 옮겨가며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이는 프로축구 선수의 숙명이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손의 생명이 길 듯하다. 그는 10대 독일에서 축구를 배웠다. 10대부터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실전에 참여한 선수가 비교적 오랜 기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
 
선수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절한 휴식이 필수다. 절정의 시기가 지난 선수는 부상 리스크가 크다. 절정의 시기에 많이 뛸수록 부상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최근 손이 출장정지 당했다.”
 
덴디르 교수의 말대로 손흥민은 3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영국축구협회가 내린 결정이다. 손흥민은 이달 4일 본머스와 경기에서 거친 태클을 해 퇴장당한 후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덴디르 교수는 “(웃으며) 출장정지 기간을 쉬는 시간으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손흥민 올해 연봉 110억 … 토트넘과 2023년까지 계약
손흥민의 축구인생에서 지금이 전성기다. 올해 그의 연봉은 720만 파운드(약 11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소속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와 계약기간은 2023년 6월 말까지다.
 
선수의 가치는 연봉 외에 이적료로 평가되기도 한다. 손흥민의 이적료 가치는 추정치다. 분석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스위스의 민간연구소인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지난해 말에 발표한 손흥민의 이적가치(Transfer Value)는 9010만 유로(약 1180억원) 정도로 추정됐다.
 
선수의 이적가치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온 축구정보사이트인 트랜스퍼마켓(Transfermarket)에 따르면 올 3월 5일 현재 손흥민의 이적시장 가치는 5850만 파운드(약 895억원)선이다.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EPL 전체 선수 가운데 21위다. 미 래드포드대학 세이프 덴디르 교수는 “이적가치 순위를 보면 손흥민은 정상급 선수”라며 “그가 부상당하지 않고 소속팀에서 시즌마다 3000분 정도 출전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3년 안에 최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세이프 덴디르 에디오피아 출신 경제학자다. 2005년 이후 래드포드대학에서 거시경제와 경제발전론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칭 ‘축구광’이다. “계량경제학 방법론으로 내가 좋아하는 유럽 축구를 분석했다”며 “전공과 취미가 휼륭한 조화를 이뤄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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