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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나의 아버지도 징병...전쟁은 내게 유사체험"

하루키

하루키

 
“나의 아버지도 전쟁에 징병…전쟁은 내게 유사체험으로 승계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자신의 아버지가 중일전쟁 당시 징병돼 참전했던 사실을 처음 고백했다.
 
무라카미는 10일 발간된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 내가 하는 말”이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를 실었다. 28 페이지에 달하는 긴 기고문에서 무라카미는 자신이 초등학생 때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기억에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에 돌아왔더니, 고양이가 집에 이미 와 있었다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아버지의 전쟁 체험이라는 진중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무라카미의 아버지 치아키(千秋)는 1917년 교토(京都)의 승려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나, 스무살이던 1938년 군으로 징병됐다. 아버지는 제16사단 병참병 제16연대에 배속됐다. 무라카미는 “병참병은 기본적으로 전선에서 전투에는 직접 참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소속된 부대가 중국에서 포로를 처형했다”는 이야기를 딱 한번 아버지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떤 경위로 어떤 기분으로 아버지나 나에게 말했는지는 모르곘다. 꽤 예전의 일이어서 전후의 사정은 불명확하고 기억은 고립되어있다”고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해 11월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와세다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는 무려 37년만이었다.[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해 11월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와세다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는 무려 37년만이었다.[사진=지지통신 제공]

 
“나는 당시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아버지는 그 당시 처형의 모습을 담담하게 말했다. 중국인 병사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서도 동요하지 않았고,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그저 지그시 눈을 감고 조용히 거기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참수됐다. 실로 훌륭한 태도였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아버지는 참수된 그 중국인 병사에 대한 경의를, 어쩌면 죽을 때까지, 깊게 품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무라카미는 “당시 발생한 일이 아버지의 마음에, 군인이면서 승려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영혼에, 큰 응어리로 남았던 것은 확실한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도(칼)로 사람의 목을 날리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나의 마음에 강렬히 새겨지게 됐다”면서 “하나의 정경으로서, 좀 더 말한다면, 하나의 유사체험으로서 (새겨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마음속에 오랜 기간 무겁게 짓눌린 것을, 아들인 내가 부분적으로 승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 내용이 얼마나 불쾌하고, 눈을 피하고 싶은 것이든, 사람은 그것을 스스로 일부로서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나”라고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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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는 작가가 된 뒤 20년 넘게 아버지와 의절하고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인 2008년에 “화해 같은 것”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아버지의 군 이력을 조사하기 위해 약 5년 정도 “아버지와 관련이 있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됐다”고 했다.
 
무라카미는 지난 2017년 발표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아버지의 회상을 투영시킨 듯, 한 등장인물이 전쟁 체험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사히 신문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대치는 무라카미의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다”고 전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해 11월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와세다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는 무려 37년만이었다.[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해 11월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와세다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는 무려 37년만이었다.[사진=지지통신 제공]

 
무라카미는 평소에도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무라카미는 지난 2015년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역사 인식은 매우 중요하기 떄문에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해 전에도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은 1945년 종전(패전)에 대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아무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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