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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나 좀 보고 가시죠"···이재명 "고문실 끌려간다"

"모임 끝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님께서 시간 내서 보고 가라고 해 제가 곧 고문실로 끌려가게 됩니다."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 안-제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3기 신도시)' 발표 현장. '버스요금 인상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재명(54) 경기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버스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국토교통부의 압박을 에둘러 '고문실'로 표현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 지사는 "경기도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인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현실성이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사실 그럴 여력(재정)이 없어서 고민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경기도에 버스비 인상 압박하는 국토부  
서울을 포함한 전국 9개 지역 버스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이 지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이 버스파업을 해결할 열쇠라며 경기도에 버스 요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앞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8~9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96.6%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오전 4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주 52시간 도입과 준공영제 등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입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버스회사나 지자체 입장에선 재정부담이 문제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꺼낸 카드가 '버스비 인상'이다. 요금 인상으로 버스회사의 재정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방안'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상선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방안'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상선 기자

국토교통부는 "경기도가 먼저 버스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경기도청을 찾아 이 지사와 회동을 갖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날 회동에서도 김 장관은 '버스요금 인상'을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서울·인천과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요금제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인천시도 동시에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는 200원 검토, 업체는 400원 인상 요구 
사실 경기도도 버스비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긴 하다. 경기도 내 시내버스 업체 63곳 중 21곳이 7월부터 주 52시간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다. 3240~5669명의 운전자를 추가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200원 정도 인상을 고려하는 경기도와 달리 버스업체는 4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서울·인천을 뺀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면 당장 도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영종 경기도 버스정책과장은 "경기·서울·인천 수도권통합환송할인제로 동일요금이 적용되는 상황이라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긴 어렵다"며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할 경우 경기도 요금 인상분의 23%가 서울, 인천, 코레일에 돌아가 인상 효과가 반감되는 데다 경기도 주민만 비싼 요금을 내고 버스를 이용하게 돼 차별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버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장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며 "1000억∼2000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버스업체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업체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요금을 인상하거나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준공영제 등에 따른 임금 조정문제를 놓고 사용자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15개 버스업체 노조가 9일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은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버스업체 차고지 모습. [연합뉴스]

주 52시간제 도입과 준공영제 등에 따른 임금 조정문제를 놓고 사용자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15개 버스업체 노조가 9일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은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버스업체 차고지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정부가 먼저 나서야"
이에 경기도는 지난 8일엔 도내 31개 시·군과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조합, 시내·시외버스업체 대표들과 상생협의회를 열고 "지자체와 버스업계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해 버스 운송사업에 국고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지자체와 업계도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운수 종사자 처우 개선과 업계 수익구조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수립은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국고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지자체의 재정지원과 요금 압박 인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역할 강화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스 운송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요금제로 인한 불합리한 업계 수익구조 개선과 정산기준 개선 등을 위한 정부 차원 대책 마련 법제화 ▶운수 종사자 양성 및 취업 활성화 위한 정부 지원·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버스업계의 문제에 지자체보다는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기도는 이 건의문을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수원=전익진·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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