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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병원·거제도 싹 뒤진다…다급한 MB측 '김백준 추격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40여년을 가까이 지낸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이야기다. 
 
지난 8일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 재판부는 재판 시작 시각(오전 10시)이 채 되기도 전에 “증인 김백준씨 출석했습니까”부터 물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을 모두 6차례 증인으로 불렀지만 그는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에는 구인장도 발부했다. 구인장은 증인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법원이 그를 증언대에 부르기 위해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재판부는 검찰에 “구인장 집행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고 검찰은 “집행이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증인 신문 기일을 잡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증인이 발견되거나 출석하겠다고 하고, 이를 재판이 모두 끝나기 전에 알려주면 기일을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헬스클럽ㆍ병원ㆍ거제도ㆍ휴대전화…‘김백준 찾기’ 4가지 키워드
다급해진 쪽은 이 전 대통령 측이다. 급기야 김 전 기획관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1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을 유죄로 판단한 근거 중 상당 부분이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이 그를 증언대에 세워야 하는 이유고, 김 전 기획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로 짐작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의 소재를 파악할 방법을 크게 4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헬스클럽’이다. 지난 2월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에 핵심 증인에 대한 구인장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엔 "김 전 기획관이 서울의 한 헬스클럽에 정기적으로 들러 사우나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썼다. 이번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이 자주 들렀던 헬스클럽을 주시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이 다닌 병원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달 김 전 기획관 재판에 아버지 대신 나온 김 전 기획관의 아들은 “아버지가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서울 시내 모 병원에서 김 전 기획관이 치료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김 전 기획관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그를 찾는 것은 아니다. 김 전 기획관이 그동안 “거제도 지인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밝혀온 만큼 거제에 있는 김 전 기획관의 지인들을 탐문하며 그의 소재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내역 역시 관심사다. 이 전 대통령 측이 통신사 등에 문의한 결과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이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근까지 통화 내역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이 된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김 전 기획관이 자신의 증인 소환 사실을 모를 리가 없고, 지인들과 연락도 하고 지낸다’는 점을 재판부에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구인장은 종이쪼가리? 실망한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공판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 측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구인장 발부로 증인 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산됐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검찰이 지휘해 경찰이 증인을 찾으러 가는데 구인장에 주거지가 적혀있었지만 만날 수 없어 집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그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집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가 다음 기일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증인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계속하는 식으로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데 증인 신문 기일을 잡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면 재판부 영장 발부를 무시하면 된다는 그릇된 관행을 만들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항소심 재판 싱겁게 끝나나
재판부는 10일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씨의 증인 신문 일정을 마지막으로 더는 증인 신문 기일을 잡지 않은 상태다. 증인 신문 절차가 끝나면 양측 최후 변론 기일이 한 차례 남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최후 변론이 끝나면 검찰 구형 후 조만간 선고 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판부가 선고 전에 김 전 기획관의 소재를 찾으면 추가 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행방이 묘연한 사람을 법정에 앉히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 측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조서는 이 전 대통령 측도 조건부 동의했기 때문에 1심에서부터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1심에서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유죄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항소심이 싱겁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사라·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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