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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하면 다 죽는다” 민주당 의원들, 이인영에 몰표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뉴시스]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뉴시스]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충돌로 얼어붙었던 여야 관계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첫날인 9일 4개 야당 중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먼저 찾았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에 문제가 있을까 봐 말씀 안 드렸는데 (민주당) 세 후보 중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역지사지도 해보고 케미도 맞춰 보려고 민주당 색깔과 비슷한 (푸른 계열)재킷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형님을 모시고 일했는데 동생이 나타났다”며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만 56세인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보다 한 살 위다.
 
나 원내대표는 “말을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하셨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뼈 있는 농담도 던졌다. 이어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보는 부분이 확대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된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지 모르겠다”며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딱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도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하고, 정국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면 최대한 반영할 길을 찾겠다”며 “5월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9일 친문 주류인 김태년 의원을 제치고 몰표로 이인영 원내대표 체제를 선택한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가 정치권의 화제다. 이 의원을 찍었다는 A의원은 민주당 상황을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boiling frog)”에 빗대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 현장의 연설이 표심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A의원은 “김태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많이 냈으니 지금처럼만 잘하자’고 한 반면 이인영 의원은 ‘지금처럼 하면 다 죽는다’는 취지로 얘기했고, 이 위기론에 의원들이 공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의원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청와대와 당 주류가 열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싸여 냉정한 평가를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대표의 복심 역할을 한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 ‘청와대 2중대’란 비판을 받는 당·청 관계에 대한 불만이 원내대표 선거에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당내 비주류 의원들 사이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계의 ‘총선 학살’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도 청와대 출신 인사 등이 민주당 문을 두드리는 데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일훈·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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