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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억 들인 무선충전차, 세종 ‘폐차’ 구미 ‘방치’ 서울 ‘중단’

지난달 16일 경북 구미시 선기동 시내버스 회사 일선교통. 버스 차고지 한편에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라고 쓰인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2014년 3월 구미시가 카이스트(KAIST)에서 지원받아 회사에 운행을 맡긴 무선충전 전기버스 중 한 대다.
 

정부, 2009년 카이스트 통해 개발
충전장치·배터리 문제에 고철 전락
“1년 중 절반은 고장 나 운행 못 해”
부품 회사 문 닫으며 AS도 어려워

대당 7억원 정도 하는 무선충전 전기버스는 충전기를 차량에 꽂지 않고, 지면을 통해 무선으로 충전하는 자동차다. 구미시가 5년 전 도입한 버스는 차고지에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타이어 바람은 빠져 있고, 차체는 먼지가 가득했다. 김우환 일선교통 이사는 “배터리 충전 부품 한 개가 고장 나서 지난 3월 8일 마지막 운행 후 이대로 있다”며 “부품을 교체하려면 400만원을 주고 주문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그동안 선기동~구평동 14㎞ 구간을 운행했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개발한 ‘무선충전 전기자동차’가 전국 곳곳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잦은 고장으로 운행을 중단했거나 아예 폐차해 고철이 된 차량까지 등장했다.
 
무선충전 전기자동차 기술은 정부가 2009년 카이스트를 통해 처음 개발했다. 최근까지 각 부처를 통해 780억원 가량을 기술개발에 쏟아부었다. 2011년부터는 시범운행을 거쳐 서울대공원, 구미 시내버스 등에서 상용화했다. 하지만 상용화에 투입한 무선충전 전기자동차 상당수는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차량.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차량.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서울대공원의 무선충전 기술이 적용된 6대의 코끼리열차도 그 중 하나다. 공원 측은 서울시 등을 통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열차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는 한대도 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운행을 중단하면서다. 김명준 서울대공원 운영과장은 “배터리 교체 문제로 열차들이 점검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아예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폐차했다. 2015년 세종시는 구미시처럼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시내버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기버스 충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배터리·에어컨 등도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결국 1년 뒤인 2016년 9월 사업을 중단하고 폐차 처리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1년 중 절반은 고장으로 운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차량. 카이스트 교내 전기버스.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차량. 카이스트 교내 전기버스.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고철로 변한 무선충전 전기버스는 카이스트에도 남아 있었다. 지난달 16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 문지캠퍼스 진리관 뒤편 공터. 색이 바랜 채 주차된 버스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버스는 카이스트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가 2개 기업과 협력해 제작한 전기버스다. 2012년 열린 여수세계박람회 때 현장에서 운영한 뒤 7년가량 이렇게 방치돼 있다. 애초 시범운행을 거쳐 카이스트에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현장 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수리만 하면 운행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운행은 어려운 상태다. 이 버스와 같은 기종을 운영하는 구미 시내버스 회사에서 버스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자 이곳으로 달려와 버스 부품을 모두 뗐기 때문이다.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차량. 구미 전기버스.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차량. 구미 전기버스.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무선충전 전기 버스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품 수급 문제가 가장 크다. 카이스트는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한 버스를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OLEV’ ‘한국FIBER’ 등과 손잡고 만들었다. 그런데 상용화 과정에서 동원OLEV가 철수하고 한국 FIBER마저 문을 닫아버렸다. 이미 상용화한 버스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부품 조달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부품을 별도 주문 제작해야 하거나, 부품 자체를 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배경이다. 무선충전 방식의 새 교통수단이다 보니 수리 전문가가 거의 없고 잔 고장이 상당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구미시 한 간부 공무원은 “문 닫은 버스 제작회사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회사가 A/S를 유지한다고 연락해왔지만, 실제 수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미·세종·대전=김윤호·신진호·박형수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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