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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동 건 전국 첫 ‘부산형 살찐 고양이법'…대법원가나

부산에서 지나치게 높은 자치단체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조례, 일명 ‘살찐고양이법’이 전국 처음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상위법 위반 소지에 따른 행정안전부의 대법원 제소 같은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 시행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부산시의회,공공기관 임원 보수제한 조례 공포
지난달 30일 재의결이어 8일 의회 의장이 공포
부산시 재의요구에 의회는 지난달 재의결 처리
“상위법 위반소지 있어 대법원 제소여부 관심”

부산시 의회는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조례는 곧바로 시행된다. 이 조례는 자치단체 가운데 전국 처음으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이사·감사 같은 임원의 급여(연봉)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박인영 시의회 의장은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적정 기준을 정하는 것은 시민 눈높이에서 공공기관의 공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다”며 조례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조례는 행안부가 법제처 유권해석을 빌려 지난 3월 26일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 “상위법 근거 없이 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의회가 개입하는 것이다.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방공기업법 등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 결정권은 자치단체장 고유권한이란 논리다.
 
8일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한 박인영 부산시 의회 의장. [사진 부산시 의회]

8일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한 박인영 부산시 의회 의장. [사진 부산시 의회]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김문기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를 지난 3월 29일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부산시가 설립한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의 대표이사·이사 등의 연봉 상한선을 부산시장이 ‘권고’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연봉 상한선은 기관장의 경우 최저임금의 7배, 임원은 6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부산시는 행안부 의견에 따라 지난달 16일 의회에 조례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의회는 별다른 수정 없이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표결 끝에 시의원 47명 중 찬성 44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재의결했다. 의회가 재의결한 조례안을 의회가 시로 이송하면 시장이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하나, 부산시가 이행하지 않아 의장이 이날 공포한 것이다. 재의 요구절차에 따라 시로 이송된 조례안을 시장이 5일 이내 공포하지 않으면 의장이 공포할 수 있다. 
 
이 조례가 시행되면 부산시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25곳 가운데 5명의 급여가 조례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벡스코 사장이 2920만원, 아시아드 CC 사장은 1785만원을 삭감해야 한다. 하지만 벡스코와 아시아드 CC 사장의 급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이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는 보통 3년으로 대부분 오거돈 시장 취임 이후 임명됐다. 이들의 연봉은 벡스코 사장이 1억7500만원, 아시아드 CC 사장이 1억6400만원,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이 1억5500만원, 부산연구원장이 1억3900만원 등이다.

 
부산시 의회 본회의 장면. [사진 부산시 의회]

부산시 의회 본회의 장면. [사진 부산시 의회]

또 시장과의 계약으로 결정하는 기관장 임금과 기관장과의 계약으로 결정하는 이사 등 임원의 급여를 조례로 제한하는 것은 기관경영의 자율성 보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임명하는 기관장의 경우 조례 기준을 어느 정도 따를 수 있지만, 이사 등 임원은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문제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혁신하려는 의회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조례가 재의결되면서 행안부가 20일 안에 상위법 위반 여부를 심사해달라며 대법원에 제소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일종의 가처분신청)을 할지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조례 내용을 검토해 오는 24일까지 대법원 제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법원이 상위법 위반을 판정하면 이 조례는 취소된다. 
 
미국 풍자만화에 나오는 ‘살찐 고양이’는 처음에 탐욕스럽고 배부른 기업가·자본가를 지칭했으나 특권과 혜택을 입는 부자, 많은 보수를 챙기는 금융가 등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어 살찐 고양이의 임금을 통제하는 법이 스위스와 유럽연합 등에서 통과되면서 일반화됐다. 국내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2016년 민간기업 경영진의 최고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통과가 안 되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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