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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운동권 ‘꼰대’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서울역에 모인 대학생들은 신군부의 무력진압을 우려해 철수를 결정했다.” 1만6000자에 달하는 대통령의 최근 기고문(‘평범함의 위대함’)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문구다. 1980년 5월 15일의 이른바 ‘서울역 회군’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역 회군은 민주화 운동사에서 논란인 지점이다. 대학생들이 몰아붙였다면 신군부가 광주에서 강제진압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란 가정(假定)에서다.
 
곧 학생운동 사상 최초의 집단적 이론투쟁으로 번졌다. 최근엔 범여권을 중심으로 “서울대 학생회장이던 심재철이 철수 결정을 해 서울의 봄을 망가뜨렸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유시민은 대신 맞선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 이는 그러나 실상과 거리가 있다. 서울대 운동권의 주류였던 ‘무림’(한국사회연구회 주축)이 결정을 주도했고 심재철도 유시민도 무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억의 오류다.
 
범여권 인사들이 줄지어 주장하는 “김대중(DJ) 내란음모 사건에서 심재철의 증언이 DJ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도 어설프다. DJ에게 중대했던 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한민통) 수괴 혐의였는데, 1심 판결문엔 그와 관련된 증언을 했음 직한 DJ와 가까운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근래 심재철-유시민 등의 논쟁을 보며 다시 느낀다. “기억은 경험·체험·학습한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평가하고 앞으로 계속 다루어갈 것까지 포함하는 아주 복잡한 구조물”(『착각의 과학』)이다. 기억한다고 진실인 건 아니다.
 
안타까운 건 이거다. 지금의 정치적 대립을 드러내기 위해 40년 전 기억을 더듬곤 하는 운동권 출신 주류들의 습관적 회귀, 그리고 인지적 나태함과 빈곤함이다. 자신들의 도덕적 무오류성을 고집하는 편협함도 있다. 언제까지 그 시절에 머물 건가. 지금 중요한 문제가 그것인가. 정말 ‘꼰대’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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