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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반전 승부수는 대북 식량지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 둘째)가 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최승식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 둘째)가 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최승식 기자]

북한의 이른바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승부수로 대북 식량 지원 카드를 띄웠다. 청와대가 7일 밤 이뤄진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밝히면서다.
 

남북, 북·미 대화 물꼬 틀 카드
백악관 브리핑선 ‘식량’ 언급 없어
“문 대통령이 먼저 얘기” 분석 나와
일각선 “미국 식량지원에 소극적”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식량 지원과 관련된 규모나 형식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까지는 오가지 않았다”며 “국내 준비 절차 등은 이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가겠다”고 알렸다. 지원 방식으로는 ▶정부 대 정부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 방식 ▶민간단체 지원 허용 등 세 가지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 열리는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워킹그룹 회의에선 대북 식량 지원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8일 오후 방한했다.
 
대북 식량 지원은 과거에 남북 경색 국면마다 돌파구로 작용했다. 2000년대 초반 비료·옥수수·밀 지원을 계기로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며 김일성·김정일 시대 남북관계의 ‘끈’으로 작용했다. 이번에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식량 지원 의사를 전달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까지 이뤄지면 남북대화 재개와 함께 향후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감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 교착 상황에서 중재력을 마련하는데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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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식량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소식통은 “미국은 최근까지도 대북 식량 지원이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타이밍상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4일 오전 북한이 전격적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올리며 돌발변수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글을 통해 “김정은과 나는 함께하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냉정하게 반응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국면 돌파를 위해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실무라인의 반대를 뛰어넘기 위해 문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꺼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식량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미 정상 통화 이후 1시간 뒤 백악관은 드디어 부대변인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 관련 진전 사항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는 짧은 논평만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을 지지했다”는 청와대 발표 대목은 통째로 빠졌다.
 
북한이 식량 지원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이전 협상에서도 자존심 문제라며 한국 측이 제안한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거절한 전례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규모가 아니라면 이를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식량 지원으로 대응하는 데 대한 보수층의 거부감도 정부로선 설득해야 할 과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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