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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신조어도 척척 꿰는 그녀들

MBC에브리원의 퀴즈대결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서 활약 중인 세 사람. 왼쪽부터 안젤리나 다닐로바, 에바, 모에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MBC에브리원의 퀴즈대결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서 활약 중인 세 사람. 왼쪽부터 안젤리나 다닐로바, 에바, 모에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단하다 못해 대견하기까지 하다.
 

퀴즈프로 ‘대한외국인’ 인기 멤버
‘보배(보조 배터리)’도 알고 있죠
별걸 다 줄여 말하는 한국인 신기
각자 가수·통역사·연기 꿈 키워
“아기에게 한글 이름 지어줄 것”

한국인도 잘 모르는 순우리말 ‘구쁘다’(배 속이 허전해 자꾸 먹고 싶다)의 뜻을 알아맞히고, ‘ㅅㅅㄱ ㄱㅅㅇ’란 초성만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유추해내는 능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과 한국의 스타 출연진이 한국에 대한 퀴즈 대결을 펼치는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외국인 출연진 얘기다. 10단계까지 난이도별로 포진해 한국인 출연자들의 도전을 막아내는 이들을 보면, 프로그램 제목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말 ‘케이블TV 방송대상’(예능·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다
 
‘대한외국인’은 외국 패널과 한국 스타가 대결하는 퀴즈 프로다. 한국어 실력은 에바, 모에카, 안젤리나 다닐로바(위쪽부터) 순. [사진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외국 패널과 한국 스타가 대결하는 퀴즈 프로다. 한국어 실력은 에바, 모에카, 안젤리나 다닐로바(위쪽부터) 순. [사진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외국 패널과 한국 스타가 대결하는 퀴즈 프로다. 한국어 실력은 에바, 모에카, 안젤리나 다닐로바(위쪽부터) 순. [사진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외국 패널과 한국 스타가 대결하는 퀴즈 프로다. 한국어 실력은 에바, 모에카, 안젤리나 다닐로바(위쪽부터) 순. [사진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외국 패널과 한국 스타가 대결하는 퀴즈 프로다. 한국어 실력은 에바, 모에카, 안젤리나 다닐로바(위쪽부터) 순. [사진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외국 패널과 한국 스타가 대결하는 퀴즈 프로다. 한국어 실력은 에바, 모에카, 안젤리나 다닐로바(위쪽부터) 순. [사진 MBC에브리원]

특히 에베레스트를 빗댄 별명 ‘에바레스트’로 불릴 정도로 에이스급 한국어 실력을 과시하는 에바(코노노바 에바·27·러시아), 3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거주 기간에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닌 안젤리나 다닐로바(23·러시아), 한자어 문제에 강한 모에카(사토 모에카·27·일본) 등 여성 고정출연자 셋의 활약은 프로그램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 덕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에바(9단계), 모에카(4~6단계), 안젤리나(2~3단계)순이다. 매주 금요일 촬영을 앞두고 이들은 어떤 준비를 할까.
 
에바는 “어려운 조선시대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다”고 했고, 모에카는 “신조어와 난센스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TV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했다. 안젤리나에겐 한국 친구들과 주고받는 소셜미디어 메시지나 K팝 가사가 유용한 한국어 교재다.
 
이들은 모든 걸 몇 음절로 축약해 표현하는 한국인의 언어습관에 대해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는 뜻)이라고 했다. 보조 배터리의 줄임말 ‘보배’도 방송에 퀴즈로 등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아’로 줄이는 걸 보고, 한국 사람들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줄임말 등장 주기가 빨라져 업데이트하기 힘들어요.”(에바)
 
이들은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외면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 ‘소나기’를 꼽은 모에카는 “소나기는 일본말보다 음감이 훨씬 아름답다”고 했다. ‘잔나비’(원숭이)와 ‘여우비’를 가장 사랑하는 우리말로 꼽은 에바는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순우리말 이름을 지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삶의 지표로 삼는 인생 속담으로 모에카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를, 안젤리나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를 꼽은 반면 에바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를 택했다. “정말 절묘한 속담이에요. ‘사람 일은 모른다’ ‘사람은 안 변한다’ 같은 말도 재밌어요.”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한·러 통번역을 전공한 에바는 장차 러시아 대통령 옆에서 통역을 하고, 한·러 문화교류의 전령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명함에는 ‘이에바’라는 한국 이름이 적혀 있다. “피아노 강사 일을 하던 어머니를 따라 6살 때 한국에 온 뒤 양국을 왔다 갔다 하며 자랐어요. 양국에서 대학을 동시에 다니며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죠. 평범한 한국 남자와 결혼해 행복한 ‘대한외국인’이 됐습니다.(웃음)”
 
걸그룹 소녀시대를 좋아하던 모에카는 도쿄의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하루에 10시간씩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하루 종일 한국 생각만 나길래 무작정 건너와 뷰티방송 BJ 등의 일을 했어요. 4년간 생활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배운 것도 많아요. 모델 일 외에 예능과 연기도 하고 싶습니다.”
 
아이돌그룹 엑소에 빠져 살던 안젤리나가 한국에 오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러시아의 한국식당에서 된장찌개 먹는 모습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이 인기를 끌며 한국 네티즌 사이에 유명인사가 됐다. 덕분에 케이블TV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고, 출연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방송과 모델 일을 하고 있지만, 원래 꿈은 싱어송라이터예요. 언젠가 내 안의 색깔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한국어 가사라면 더 좋겠죠.”
 
이들은 "이게 뭐냐” 같은 혼잣말도 한국어로 할 때(에바), 일본에 간 지 이틀 만에 고등어조림이 그리워질 때(모에카),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한강이 보고 싶어질 때(안젤리나) ‘내가 한국 사람이 다 됐구나’라고 느낀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도 들려줬다. “한국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고,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살아요. 한국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신경 쓰며 살다 보니 스트레스가 엄청 쌓이더군요. 다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안젤리나·모에카)
 
“한국 사람들이 좀 더 자기 나라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변화가 빠르고 스트레스 많은 사회인 건 맞지만,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가 어딨나요? 열심히 살고 계신 한국분들, 자부심을 가지세요.”(에바)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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