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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총수 아직 못 정했다"…공정위, 대기업 발표 연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던 '2019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이 한진그룹 측이 "총수를 정하지 못했다"고 통보하면서 15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던 '2019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이 한진그룹 측이 "총수를 정하지 못했다"고 통보하면서 15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로 예정된 대기업 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을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이 정부에 “동일인(총수)을 지정하지 못했다”고 통보하면서다.
 
공정위는 8일 한진그룹이 차기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아 애초 10일로 예정했던 2019년도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지정 일자를 15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정일 하루 전인 9일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8일까지 한진이 자료를 내지 않자 공정거래법상 정한 최종 기한(15일)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대기업 집단 지정 관련 자료를 제출하긴 했지만, 동일인 변경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며 “한진이 ‘기존 동일인인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뒤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한진에 대해 지정 일자까지 자료를 제출해 동일인 지정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독려했다고 밝혔다. 또 한진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정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 왼쪽부터)가 영정을 따라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 왼쪽부터)가 영정을 따라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8일 숨진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였다. 같은 달 24일 고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한진칼 회장으로 선임되고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비쳤다. 한진은 당시 “조원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며 이는 고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공정위 발표에서도 조원태 회장이 무리 없이 한진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이번에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 자료에 상속세 납부 계획 등도 밝혀야 하는 만큼 3남매가 상속 문제를 아직 정리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되도록 빨리 제출하겠다고 답이 왔다”고 말했다. 한진 관계자도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ㆍ진에어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한진칼은 고 조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17.84%)을,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전무(2.30%)가 각각 3% 미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지분이 미미한 데다 고 조 회장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확보가 불투명하다. 2000억 원대로 추산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14.98%까지 늘리며 경영권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同一人)은 대기업 집단을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의 ‘기준점’이다. 동일인을 기준으로 친족ㆍ비영리법인ㆍ계열사ㆍ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를 결정한다. 기업집단 소속 회사 범위도 동일인 범위를 기준으로 확정한다. 공정위는 주식 지분율 등 ‘정량 조건’과 지배적 영향력 등 ‘정성 조건’을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해 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이 15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조원태 회장이 지배주주로 상속을 받지 않더라도 특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근거는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곽재민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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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