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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놈'…이름 뒤에 붙을 호칭의 기준은?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2)
한국에서 빈민구호 활동을 벌였던 노무라 모토유키 씨. 노무라 씨는 지난 10년간 푸르메 어린이병원 건립기금을 기탁해 왔다. 사진은 2012년에 방문한 노무라 씨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에서 종군위안부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봉선화'를 플루트로 연주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에서 빈민구호 활동을 벌였던 노무라 모토유키 씨. 노무라 씨는 지난 10년간 푸르메 어린이병원 건립기금을 기탁해 왔다. 사진은 2012년에 방문한 노무라 씨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에서 종군위안부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봉선화'를 플루트로 연주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무라 모토유키. 89세. 일본인. 도쿄 거주.
여기까지의 신상명세로는 지극히 평범한 일본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1968년 이래 우리나라와 맺어 온 인연을 생각하면 그는 일본인이라기보다 한국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국 사람에 가깝다. 1968년 청계천을 방문해 도시 빈민의 생활상을 목격한 이래 그 당시 빈민운동을 하던 고 제정구 의원의 후원자가 된다. 그 이후 한국을 60여 차례 방문하면서 일본, 서독, 미국 등지에서 모은 기금과 심지어 도쿄의 집까지 팔아 한국에 전달하는 선행을 이어왔다.
 
노무라 씨의 한국 사랑은 그가 아들에게 한 “너는 일본이 과거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일을 많이 했는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우리가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서 흔히 일본 사람들을 폄훼할 때 ‘일본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노무라 씨를 보면서 그와 같은 일본사람을 일본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 사람 중에 ‘조선놈’보다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며 누가 누구를 욕할 것이며 또, 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직업이나 호칭 뒤에 붙이는 접미사 중에 ‘님’과 ‘놈’이 있다. 과거 ‘님’이라는 호칭은 대부분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붙이는 조사였다. ‘놈’은 어떤가? 이 또한 과거 직업과 연관해서 천대받는 계층의 호칭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못된 짓을 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이기도 했다.
 
노무라 씨는 1960년대 청계천을 방문해 도시 빈민을 만난 이후로 수십 년간 한국에 대한 사랑을 이어왔다. 사진은 1961년 서울시내를 흐르는 청계천을 따라 끝없이 늘어서 판잣집. [중앙포토]

노무라 씨는 1960년대 청계천을 방문해 도시 빈민을 만난 이후로 수십 년간 한국에 대한 사랑을 이어왔다. 사진은 1961년 서울시내를 흐르는 청계천을 따라 끝없이 늘어서 판잣집. [중앙포토]

 
그렇다면 오늘날 ‘님’은 어떤가? 과거에는 귀하거나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 붙였다면 이제는 존경받는 행위 때문에 ‘님’을 붙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과거 존경받던 직업인에게 붙이던 ~님이 ~놈으로 불리는 현실을 보면 그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과거 ~님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놈으로 불릴까? 이유는 단 하나다. 존경받는 행위를 안 하기 때문이다.
 
‘님’자를 붙이는 이유는 존경받기 때문이었는데 그 존경받던 분이 못된 일을 저지르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님’에서 ‘놈’으로 격하된 게 아닌가. 우리가 이런 경우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명색이 ㅇㅇ라는 놈이 그럴 수가 있냐?” 명색은 ‘~님’인데 행위로 인해 ‘~놈’으로 바뀐 예이다.
 
파렴치한 일을 저지른 경우가 아닐진대 왜 놈이라는 호칭을 받을까를 생각하면서 봉사하는 삶과 나만을 위한 삶을 대비해 본다.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나 외에는 어떤 일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진심을 담아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을 위해 희생하고, 희생까지는 아니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에게 ‘~놈’자를 붙이는 경우는 없다.
 
'손님이 왕'이라며 마냥 고객을 높이던 시절은 지났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갑질'을 일삼는 고객을 두고 '손놈'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귀했던 손님이 못된 일을 저지르고 해악을 끼치니 '놈'으로 격하된 것이 아닐까. [사진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손님이 왕'이라며 마냥 고객을 높이던 시절은 지났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갑질'을 일삼는 고객을 두고 '손놈'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귀했던 손님이 못된 일을 저지르고 해악을 끼치니 '놈'으로 격하된 것이 아닐까. [사진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어떤 이는 ‘놈’이라는 호칭의 문제를 갖고 “아~ 놔. 나 그렇게 살다 갈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님’자를 들으며 사는 것과 ‘~놈’자를 듣고 사는 것은 단순히 남으로부터의 대우문제를 넘어선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건 자기 스스로 삼가고 자제하면서 삶으로써 행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예방하는 삶을 살아가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이다.
 
사람의 삶에서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적용된다. ‘~놈’ 소리를 듣는 행위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따라 오니까. 한때 남자들의 사회에선 아무리 점잖은 직업의 사람이라도 예비군복만 입혀 놓으면 개차반이 된다는 농을 자주 했다. 점잖은 직업과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 ‘~님’자를 붙였다가도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이 막돼먹은 행동을 하게 되면 ‘~놈’이라고 했다.
 
왜 동일 인물이 님과 놈 사이를 오고 갈까? 그건 직업과 직책의 차원이 아니라 행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언행이 거칠고 예의범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상대도 그에 대응한 언행을 하게 되었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누가 뭐라 하든 내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우화적 예로 들었다. ~놈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한 결과가 있다. ~님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삶이 따른다. 그래도 ‘~놈’자를 들으며 살겠는가? ‘님’과 ‘놈’을 가르는 기준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봉사의 여부다.
 
푸르메재단을 방문한 노무라 씨 가족의 방문 기념사진 촬영(위). 노무라 씨는 지난 10년간 푸르메 어린이병원 건립기금을 기탁해 왔다. 1m당 1원씩 적립해 푸르메재단의 장애 어린이 재활, 치료기금으로 기부하는 봉사단체 한걸음의 사랑 걷기 모습(아래). 우리 주변에는 이들과 같은 고마운 '님'이 많다. [사진 푸르메재단, 한익종]

푸르메재단을 방문한 노무라 씨 가족의 방문 기념사진 촬영(위). 노무라 씨는 지난 10년간 푸르메 어린이병원 건립기금을 기탁해 왔다. 1m당 1원씩 적립해 푸르메재단의 장애 어린이 재활, 치료기금으로 기부하는 봉사단체 한걸음의 사랑 걷기 모습(아래). 우리 주변에는 이들과 같은 고마운 '님'이 많다. [사진 푸르메재단, 한익종]

 
노무라 모토유키 씨는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연금과 개인의 용돈을 모아 푸르메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기금으로 기탁해 왔다. 우리는 그를 노무라 모토유키 씨가 아닌 노무라님이라고 부른다. 그가 과거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었던 일본인이 아닌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위해 봉사하는 고마운 분이기에 ‘님’이라고 부른다.
 
우리 주위에는 노무라 님과 같은 고마운 분이 많다. 돼지저금통을 털어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하는 고사리손, 한걸음 걸을 때마다 기금을 적립해 장애아동을 위한 치료와 재활기금으로 기부하는 사람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연말이면 아무도 모르게 기부금을 놓고 사라지는 천사…. 모두가 고마운 님이다.
 
가끔 사회적 패악을 일삼는 사례를 언론으로부터 접하며 우리 사회를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 ‘~놈’보다 ‘~님’이 더 많다는 얘기다. 주위에선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작은 정성이라도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다 고마운 ‘~님’들이다. ‘OO 님’이라 불리는 대열에 동참해 보자. ‘나’ 뿐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나~쁜 놈’이다.
 
한익종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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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