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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빠진 새끼 반달곰…사육곰 불법증식 알고도 구출 못 해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육곰 농가에 발톱이 빠진 새끼곰이 방치돼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육곰 농가에 발톱이 빠진 새끼곰이 방치돼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육곰 농가. 
 
좁은 철장 케이지 안에 새끼 곰 다섯 마리가 갇혀 있다. 앞가슴에 반달 모양의 흰색 브이(V)자 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올해 초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이다. 

 
인기척이 들리자 새끼 곰들은 철장을 긁으면서 울부짖었고, 한 새끼 곰은 발톱 하나가 빠져 있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관리를 쉽게 하려고 배설물이 케이지 밑으로 떨어지는 뜬장 안에 곰들을 가두다 보니 발바닥이 갈라지거나 염증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성화 수술 면제받고 32마리 불법증식”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육곰 농가에 새끼곰들이 방치돼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육곰 농가에 새끼곰들이 방치돼 있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 농가는 2014년 웅담 채취용 사육곰 중 22마리의 곰을 전시 관람용으로 전환했다. 
 
환경부가 웅담 채취용 사육곰 사업을 종식한다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사육곰들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는데, 전시 관람용으로 전환한 곰은 수술을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이후 4년에 걸쳐 총 32마리를 불법으로 증식했다.
 
녹색연합은 “현장 조사 결과, 해당 농가는 허가를 받지 않고 2016년 5마리, 2017년 9마리, 2018년 8마리를 불법 증식했고, 올해 현장 모니터링에서 또다시 10마리의 불법 증식 개체가 확인됐다”며 “해당 농가에서 전시 관람용으로 전환한 곰 개체 수보다 4년간 불법 증식한 개체 수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용 곰을 인공증식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한 뒤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곰을 불법으로 증식했다는 것이다.
 
“곰 코스요리로 모십니다” 홍보글 올리기도
사육곰 농가에서 인터넷에 올린 곰 코스요리 홍보 글. [녹색연합 제공]

사육곰 농가에서 인터넷에 올린 곰 코스요리 홍보 글. [녹색연합 제공]

이 농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카페에 곰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홍보 글까지 올렸다. “곰 샤브샤브와 발바닥 요리, 육회, 웅담주 코스요리로 모신다”며 손님을 모집했다. 과거에는 곰 기름을 판매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사육곰에 대해 허가를 거쳐 웅담 채취만 할 수 있고, 그 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육곰 농가에서 불법으로 증식과 도축을 하는데도, 이를 막을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2016년에 불법증식을 확인하고 해당 농가를 고발 조치했다. 하지만, 200만 원의 벌금형에 그치면서 몰수도 하지 못하고 4년째 불법증식을 방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육곰도 사유재산이다 보니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불법증식한 개체를 몰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몰수한다고 해도 아직 사육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현재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에 막대한 돈 쓰면서 사육곰은 방치”
사육곰. [녹색연합]

사육곰. [녹색연합]

사육곰은 1980년대 초 농가 수익을 위해 사육 후 재수출을 목적으로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됐다.
 
하지만, 한국이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한때 1400마리에 육박했던 사육곰은 현재 525마리로 줄었다.
 
남은 사육곰들은 웅담 채취용으로 도축될 날만을 기다리면서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 사육곰은 10살이 지나면 웅담 채취를 위한 도축이 가능하다.
 
국내 웅담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사육곰은 농장주들에게 돈이 안 되는 처치 곤란한 상품이 돼 버렸다. 이에 농가에서는 폐업 지원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피하고 있다.
  
박 활동가는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에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멸종위기 사육곰을 위한 보호시설 예산이 없다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보호시설을 설립하고 사육곰에 대한 관리·감독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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