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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7000만원에 극단적 선택···일가족 4명 구제 길 있었다

A씨의 네 가족은 전화 상담 한 번 할 용기만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사진 pixabay]

A씨의 네 가족은 전화 상담 한 번 할 용기만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사진 pixabay]

어린이날인 5일 새벽, 경기도 시흥시 한 농로에서 30대 부부가 4살, 2살 아이와 함께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상황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사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가족·친구 진술을 토대로 빚으로 인한 생활고를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개인회생 중 실직으로 어려움 겪어
전문가들 "상담 전화 한 번만 했으면"

알려진 남편 A씨의 부채 규모는 7000만원. 결혼 전 쓴 사채 빚이 5000만원이고, 이후 장모로부터 2000만원을 더 빌렸다. A씨 아버지는 “아들이 파산 신청을 해서 월 80만원씩 내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월 변제금이 80만원씩 발생했다는 점에서 A씨가 개인파산이 아닌 개인회생을 했을 것으로 본다. 공장에서 일하던 A씨와 콜센터에서 일한 부인은 한달쯤 전에 모두 실직했다.  
 
개인회생으로 빚 탈출 꿈꿨지만
개인회생은 법원 판결을 통해 빚을 일부 감해주고 이를 3년 동안(2018년 6월 이전엔 5년) 성실히 나눠 갚으면 빚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금융권 부채만 조정해주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제도와 달리, 사채를 포함한 모든 빚을 조정받을 수 있다.  
 
사진 : PIXABAY

사진 : PIXABAY

매월 갚아야 하는 납입변제금은 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것으로 정한다. 최저생계비는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다. A씨처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엔 배우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 수로 계산한다. 즉, A씨는 월급에서 3인 가구 최저생계비 약 22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 납입변제금 80만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 다시 한번 손 내밀지 않았을까
최저생계비로만 살아야 하는 A씨의 생활은 팍팍했을 것으로 보인다. 네 식구는 A씨 장모 집에서 살았다. 부인이 콜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냈지만 최근 들어 부부 모두 실직하고 말았다.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는 컸을 것이다. 추측컨대, 개인회생 변제금을 내지 못하게 된 스트레스도 심했을 수 있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A씨 부부는 왜 다시 한번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
 
A씨가 개인회생 중 실직을 했다면 적어도 납입변제금을 크게 줄일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돼있다. 변제계획안 변경신청이 그것이다. 실직처럼 변제금을 납입 못하는 사정이 생겼으니 계획을 변경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 개인회생을 폐지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인회생 신청보다 비용이나 기간 모두 적게 드는 제도다. 만약 이를 이용했다면 A씨 가족은 월 80만원에 달하는 변제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변제계획안 변경 제도는 활용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센터장은 “분명 법에 있는 제도지만 이용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자격) 브로커들이 손을 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임료만 챙기면 그만인 브로커들은 이러한 법적 절차를 필요한 사람들에 알려주지 않는다.
 
애초에 개인파산으로 가야 하는 지급 불능 상태의 채무자가 종종 개인회생을 신청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도 이러한 브로커들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브로커들은 파산이든 회생이든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며 “상담하다 보면 애초 파산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개인회생 중인 채무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A씨 부부가 실직 이후 도저히 빚을 갚을 길이 없어보였다면 아예 개인회생 절차는 폐지하고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전문가와 상담 한 번만 했더라면
사건을 수사한 시흥경찰서. [연합뉴스]

사건을 수사한 시흥경찰서. [연합뉴스]

A씨 친구는 경찰에서 “A는 워낙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친구가 거의 없다. A의 친구는 나와 다른 한명, 딱 둘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도 “어려움 있으면 친구와 상의도 하고, 기관을 찾아가서 상의도 하면 좋았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어딘가에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A씨는 가진 재산이 없고 아이 둘을 부양하는 상황이었다. 최장 6개월까지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긴급생계비지원 같은 복지 제도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어디에도 터놓고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듯하다.
 
박 센터장은 “A씨의 어려움이 7000만원 빚 때문이었다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정보가 많았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주시 금융복지상담소 김선유 실장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어린이재단 등을 연계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상담 위해) 전화 한통 할 용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그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 듯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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