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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를 읽은 모두가 울었다···노래로 탄생한 초등생 동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2016년 우덕초 6학년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 유방암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 전북교육청]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2016년 우덕초 6학년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 유방암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 전북교육청]

초등학생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이 동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부안군 집에서 아버지 이성(53)씨와 오빠 이서인(17·부안 백산고 2학년)군과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성씨]

초등학생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이 동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부안군 집에서 아버지 이성(53)씨와 오빠 이서인(17·부안 백산고 2학년)군과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성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짜증 섞인 투정에도/어김없이 차려지는/당연하게 생각되는/그런 상/(중략)/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엄마 상/이제 받을 수 없어요.'
 
전북 부안군 부안여중 3학년 이슬(15)양이 우덕초 6학년 때 지은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의 일부다.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하며 쓴 이슬양의 시가 동요로 재탄생했다.  
 
전남 여수 여도초 조승필(47) 교사가 지난 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연히 이슬양의 시를 보고 감동해 이 시를 노랫말로 곡을 만들었다. 노래는 부산 명진초 5학년 천보민(11)양이 불렀다. 보민양은 조 교사와 친분 있는 작곡가 이호재(45)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다.  
 
이슬양의 시는 지난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에서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슬양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시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엄마가 정성을 담아 차려주신 밥상과 엄마의 얼굴(상)이라는 중의적 표현을 담고 있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슬양은 "가난했지만, 엄마와 함께 지냈던 (시절과) 엄마가 차려주셨던 밥상이 그립다.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엄마의 얼굴"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우덕초 6학년 때 쓴 시 '가장 받고 싶은 상'으로 지난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 시상식에서 김승환(66) 전북교육감으로부터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교육청]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우덕초 6학년 때 쓴 시 '가장 받고 싶은 상'으로 지난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 시상식에서 김승환(66) 전북교육감으로부터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교육청]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2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슬 어린이의 시가 노래로 나왔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김 교육감은 "당시 시상식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이 시를 함께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조 교사는 노래를 만들기 전 이슬양 시의 저작권을 가진 전북교육청의 허락을 받았다. 그는 "이슬 학생의 시가 주는 감동을 노래로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방암 판정을 받은 이양 어머니는 5년 투병 끝에 2016년 4월 37세의 나이로 숨졌다.      
 
이양은 어머니가 눈을 감기 전까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이양은 도화지에 시와 함께 어머니와 본인 모습, 그리고 반찬들로 가득한 밥상을 그려 넣었다.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시 구절)'라는 바람이 커서일까. 이슬양의 꿈은 '요리사'다.  
 
동요 '가장 받고 싶은 상' 악보. [사진 조승필 여수 여도초 교사]

동요 '가장 받고 싶은 상' 악보. [사진 조승필 여수 여도초 교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이성(53)씨는 아내가 숨진 뒤 홀로 이양과 오빠 이서인(17·부안 백산고 2학년)군 등 남매를 키우고 있다. 젊을 때는 화물차 운전을 했지만,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택했다고 한다. 이슬양의 남다른 글솜씨와 예술적 감수성은 어디서 나온 걸까. 초등학생 때부터 일기를 매일 쓴 덕분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싱어송라이터'였던 아버지의 DNA(유전자)도 물려받았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이씨는 총각 시절 서울에서 악기상을 하며 기타학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1998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기 위해 인척이 있는 부안에 내려왔다 아예 눌러앉았다. 띠동갑인 아내도 부안에서 만났다.
 
정착 초기 이씨는 부안읍내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했다. 회사 경리로 일하던 이양 어머니는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이씨에게 첫눈에 반했다. 아마추어 무명 가수와 팬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했다.    
 
이씨는 요즘도 집에서 쉴 때는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이양과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자주 부른다. 곡이 리드미컬하고 가사가 재미있어 딸과 웃으면서 부를 수 있어서다.
 
이양은 본인이 작사한 동요를 듣고 '자기 스타일'이라며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혼자 멜로디를 흥얼거릴 정도다. 이씨는 "요즘 애들은 가요를 따라 부르는데, 슬이는 목청이 동요에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이슬양의 시는 지난달 10일 출간된 에세이집 『내가 엄마니까』에도 실렸다. 이씨는 "책 판매 수익금을 미혼모들을 위해 쓴다고 해서 출판사에 시 게재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이들이 노래로 만들어진 슬이 시를 듣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가장 받고 싶은 상>

우덕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그동안 숨겨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내(뇌)어 봅시(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 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들로만
한가득 담을게요.

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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