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삶의 향기] 감사가 답이다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 밤샘토론 앵커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 밤샘토론 앵커

“잔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와 “잔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  
 

울분의 묻지마 범죄가 판치는 때
별일 없이 ‘안녕’한 하루 고마워
‘감사의 선순환’ 곳곳서 이뤄지길

평소 반쯤 찬 물잔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후자 쪽이 삶과 세상을 훨씬 밝게 보는 부류라는 게 익히 알려진 통념이다. 그런데 한술 더 뜨는 경우도 있다. 반씩이나 남은 물에 기뻐하는 걸 넘어서 애초에 물을 담을 수 있는 잔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는 이들 말이다. 얼핏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한번 곰곰 되씹어 보시라. 실제로 그럴 수만 있다면 하루하루 산다는 게 참 행복하지 않을까.
 
너나없이 우울과 슬픔,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요즘 사람들에게 철학자 윌리엄 어빈(미국 라이트주립대 교수)이 권하는 처방도 바로 그런 거다. 평소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이 무너져버린 상황을 떠올려 보라는 얘기다. 예컨대 아내가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든가, 직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다고 상상해보시라. 그 순간 시시콜콜한 잔소리조차 한없이 그리워지고, 지긋지긋했던 출근길 스트레스 역시 씻은 듯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부정적 상황 설정’인데 오래전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자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고 행복에 이르기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많은 걸 가져도 그보다 더 많이 갖길 바라는 게 인간의 본성. 그 바람에 도통 기뻐할 줄 모르는 모습이 안타까워 소소한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심리적 기법을 만들었다는 거다.
 
철학 운운했지만 결국 ‘범사에 감사하라’는 뻔한 소리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요사이 그 진부한 말이 어느 때보다 사무치는 게 비단 나 혼자뿐일까.  
 
경악할 만한 사건사고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시절이다. 마구잡이 칼부림이며 느닷없는 자동차 돌진으로 다치거나 숨진 이들 소식을 들으면 도무지 남의 일 같질 않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아무리 밤길 조심하고 원한 사지 않게 애써 본들 애꿎은 피해를 볼 위험과 언제 어디서 맞닥뜨릴지 모른다. 이참에 정신 질환자 관리를 부쩍 강화한다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별의별 이유로 울분과 분노에 사로잡혀 누구에게든 복수하려 드는 ‘사회 불만 세력’이 차고 넘치니 말이다.
 
언젠가부터 서양의 관습을 좇은 건지 ‘좋은 아침’이니 ‘좋은 하루’로 대체해 버린 우리네 인사말도 이제 다시 ‘안녕하세요’로 되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녕(安寧)이란 말 그대로 아무 탈 없이 편안하길 서로서로 간절히 빌어주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별일 없이 산다는 것, 그저 그 자체로 충분히 감사하고 남을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시는가.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마음 졸이기보단 아무 탈 없이 보낸 일상에 감사하며 지내는 편이 적어도 정신 건강엔 확실히 좋을 듯하다.
 
‘감사의 과학’을 설파해온 심리학자 로버트 에몬스(미국 UC데이비스 교수)도 비슷한 얘길 한다.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은 유전자가 50%, 환경 10%, 행동이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타고난 유전자나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건 부질 없으니 행동을 바꿔야 할 텐데 그 핵심이 바로 감사라는 거다.  
 
“매일 고마움을 느낀 일 5가지를 일기에 적어보며 감사를 습관화하자. 그럼 행복은 물론 건강도 절로 따라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줄어들 뿐 아니라 혈압은 낮아지고 면역이 높아지는 효과까지 있다니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다만 이쯤에서 꼭 덧붙이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감사가 우리 내면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이다. 고마운 마음을 말로,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맛있는 저녁에 감사하다고 느낀다면 정성껏 밥상을 차려준 이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도록 하자. 불황에도 장사가 그럭저럭 잘 되는 게 고맙다면 함께 애써준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도 하고 말이다. 이 같은 감사의 말과 행동이 쌓이고 쌓일 때 개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하고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더불어 총체적 불행에서 비롯된 묻지마 범죄가 모두를 잠재적 피해자로 만드는 일도 얼마간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로 봐도 걱정과 슬픔, 분노의 지수가 기록적으로 높아졌다는 우울한 뉴스가 들려온다(2018년 갤럽 연례 조사 결과). 부디 ‘감사의 선순환’이 곳곳에서 이뤄지길! 그래서 너와 내가 함께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밤샘토론 앵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