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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도 나왔지만, 여성 ‘개천용’은 더 힘들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력 대권 주자로 올라선 2002년 3월. 여성계는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일각에선 “여성의 권력 획득이 늦어질 때 희생될 여성들을 생각하라”며 박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선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어쨌든 2000년대 들어 여성의 정치권 진출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은 개선됐을까? 2003년 이후 국내 여성의 불평등도 변화를 추측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능력 있는 여성 성공 못할 확률
14년 새 61 → 66%로 올라 최고치
성별 차별, 독박육아 등 큰 영향
30대 이후 평균소득 급격히 줄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는 지난 2일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 정책워크숍에서 여성이 일을 통해 최상위 소득 계층(노동소득 20% 이내 계층) 편입에 실패할 확률을 측정한 ‘성별 개천용불평등지수(개천용지수)’를 소개했다. 측정 결과 여성들(30~50세)은 능력이 있어도 고소득층 편입에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2003년 61% 수준에서 꾸준히 올랐다. 2017년에는 사상 최고치(66%)를 기록했다.  
 
주 교수는 “여성들이 고소득층에 편입되려면 경력을 살려 꾸준히 승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일부 ‘유리천장’을 뚫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여성도 나오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자녀 양육과 가사부담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비상근 근무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기회 불평등 지수 상승의 한 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개천용지수는 ‘용’이 된 상위층 중 ‘개천’ 출신자들의 비율(N)과 상위층과 하위층 모두를 포함한 전체 집단에서 ‘개천’ 출신자들의 비율(Q)을 따져 구한다. 가령 개천 출신자들이 모두 용이 됐다면 N과 Q의 값은 같아진다. 반대로 용이 된 계층에서 개천 출신자들이 아예 없다면 N은 0이 된다. 이를 지수화(1-N/Q)하면 개천용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개천에서 용이 나올 확률은 낮아지며, 0에 가까울수록 ‘완전 기회 평등’에 가깝다는 의미가 된다. 백분율로 환산한 개천용지수가 66%라는 의미는 개천에서 태어난 능력자 100명 중 66명이 기회 불평등으로 인해 실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성별 개천용지수 분석 결과는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임금 근로 일자리별 소득 결과’에서 나타난 모습과도 비슷했다. 2017년 남성의 평균소득은 337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만원 늘었지만 여성 평균소득은 213만원으로 7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성은 결혼 후 육아·가사를 전담하게 되면서 평균소득이 30대에서 정점을 찍고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학력이 낮을수록 자녀 소득이 적어지는 현상도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학력이 가장 낮은 집단(중졸 이하) 출신자(30~50세) 중 능력이 있어도 소득 상위 20%에 진입하지 못할 확률은 2000년 23%에서 2013년에는 34%로 뛰었다.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2017년 28.9%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현상은 한국에서만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주 교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기회 불평등 정도는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보다는 높았지만 미국·이탈리아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소득 분배 정책만으로는 불평등 개선과 경제 성장 모두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교육 투자와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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