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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교감한다는 동물카페…라쿤, 유리벽 긁으며 이상행동

서울 마포구 한 동물체험카페의 라쿤. 카페내 별도의 공간에 전시돼 있다. 천권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동물체험카페의 라쿤. 카페내 별도의 공간에 전시돼 있다. 천권필 기자.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동물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문을 꼭 닫아달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카페 안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돌아다니고, 방마다 각종 야생동물이 전시돼 있었다.
 
“방에 들어갈 때는 개들이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고, 라쿤이 소지품을 빼앗아 갈 수 있으니 가급적 맡기는 게 좋아요.”
 
직원의 간단한 안내를 들은 뒤에 방마다 전시된 동물들을 구경했다. 라쿤, 미어캣은 물론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왈라비와 코아티도 보였다.
 
가족 단위로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은 여러 동물을 직접 만지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 카페에서는 100만 원대에 라쿤을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미어캣과 왈라비가 한 방에…“약한 종 스트레스”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라쿤이 차단문 위에 올라가 있다. 천권필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라쿤이 차단문 위에 올라가 있다. 천권필 기자.

다양한 야생동물이 좁은 실내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이상 행동들도 눈에 띄었다.
 
라쿤 한 마리는 유리벽을 반복적으로 긁거나 차단문을 넘어 수시로 방을 탈출하려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미어캣과 왈라비가 먹이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미어캣과 왈라비가 먹이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몽구스과인 미어캣과 캥거루과인 왈라비가 먹이를 두고 서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을 피해 쉴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먹이 경쟁을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종이나 개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어떤 나라에서도 생태적으로 연관이 없는 동물들은 합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등록 동물카페 전국 84곳 운영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미어캣. 천권필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미어캣. 천권필 기자.

서울 등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체험형 동물카페가 유행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처음에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위주로 운영되다가 최근 들어 야생 포유류나 파충류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들 카페에서는 라쿤, 뱀, 미어캣 등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직접 만져보거나 교감할 수 있어 가족 단위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런 동물카페에 대한 위생·관리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은 동물을 10종 또는 50개체 이상 키우면 동물원으로 시설을 등록하고, 안전관리 등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동물원은 총 97곳이다. 실내형 동물원이 45곳으로 가장 많고, 테마형(21곳), 체험형(16곳), 전시관람형(15곳) 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체험형 동물카페는 소수의 동물만 키우고 있어 동물원으로 등록할 의무가 없다. 환경부는 이런 미등록 동물체험 카페가 전국적으로 84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물카페에서는 제대로 된 질병 관리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시설에 수용된 동물과 종사자들, 방문객들의 건강도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물카페 금지 추진…점주들 “안락사로 내몰린다” 반발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왈라비. 천권필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전시된 왈라비. 천권필 기자.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올해 초 카페 등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동물원법에 의해 등록되지 않은 동물원이나 카페 같은 식품접객업소에서 야생동물의 전시를 금지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등록제로 돼 있는 동물원법을 허가제로 바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동물원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카페 점주들은 대책도 없이 동물카페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게 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갈 곳을 잃게 된 동물들이 사실상 안락사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동물카페를 운영하는 지효연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장은 “동물카페도 교육적 목적에서 먹이 주기나 만지기 체험을 통해 동물들과 교감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폐업을 종용하기보다는 사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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