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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의 졸음쉼터] 부부싸움

문희철 산업1팀 기자

문희철 산업1팀 기자

포드자동차 고급브랜드 링컨의 대형세단 타운카. 운전하던 남편이 차내에서 담배를 태운다. 아내가 짜증을 내자 남편은 후진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일부러 철골에 세게 부딪친다. 화가 치밀어 오른 아내가 차에서 내리자, 남편은 매정하게 그녀를 두고 캘리포니아주 남부 모하비 사막을 질주한다.
 
퍼시 아들론 감독의 영화 ‘바그다드의 카페’는 자동차에서 부부싸움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닌 게 아니라 자동차만 타면 싸우는 부부가 많다. 지난달에도 같은 동네 쌍둥이네 부부싸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내가 ‘당장 내리라’고 소리치자 남편이 갓길도 없는 올림픽대로에서 하차해서 걸어왔다고.
 
 
 
제조사는 종종 자동차를 가족의 행복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평소엔 조용하던 부부도 차만 타면 싸우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쩌면 자동차는 서로를 자극하기 쉬운 공간이다. 평소 쌓인 걸 꾹 눌러 담고 사는데, 마음은 급하고 정체는 이어지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평소 웃고 넘길 상황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고따위로 운전하냐!”
 
사실 끼어든 차량은 운전자의 분노를 듣지 못한다. 날 선 적개심을 목격하는 자는 오직 보조석에 앉은 배우자뿐이다. 부부는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서로 일상에 지쳐 속 깊은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사실을 잊은 채. 그런데 상대방의 원초적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 뜻밖의 실존적 고찰이 시작된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자동차가 ‘파국의 공간’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면서 ‘오늘은 구(舊) 여친 얘기는 하지 말자’거나 ‘돈, 부모, 그리고 구차한 가족사는 잊자’고 읊조리자. 그래도 자기 통제가 어려울 것 같으면 하이데거나 사르트르를 소환하거나 치킨 맛집 순위를 매기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도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면, 가만히 ‘바그다드 카페’ 피아노곡의 볼륨을 배우자 목청보다 크게 높여보자. 차만 타면 라디오부터 켜는 어느 노부부가 일러준 ‘꿀팁’이다.
 
문희철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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