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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문재인·조국의 사법개악안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의 사법개혁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우선순위가 틀렸다.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채 통제받지 않는 형벌권을 행사해 온 검찰의 흑역사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 권력을 수술하겠다는 강박관념이 지나쳐 검찰보다 더한 괴물을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괴물 권력은 이른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고삐 풀린 경찰을 말한다.
 

‘괴물 공수처’ 수장 민변 출신일 듯
정권 유착 ‘경찰 권력 시대’ 가능성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두 사람은 검찰의 절대 권력을 삭감하겠다면서 청와대의 절대 권력을 증대하는 사법개악을 감행하고 있다. 검찰 잡는 공수처와 검찰 지휘 안 받는 경찰이 키워드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민주주의를 치는 급소가 숨어 있다. 신설 공수처를 법무부 아닌 대통령의 직접 통제 아래 뒀다. 경찰을 검찰로부터 해방시켰으나 청와대에 종속되는 구조는 그대로다. 사법경찰에서 정보권을 떼어 내거나 12만명 집단을 개별 지방자치단체로 분리시키는 보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런 거대 경찰 권력이라면 문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빨갱이 잡는 친일 경찰’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속된 말로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났다는 게 이런 경우다.
 
최상의 사법개혁은 만인을 법 앞에 평등하게 다루는 국가 형벌권의 완비다. 여기엔 대통령이나 그 친인척도 예외가 될 수 없다(헌법에 대통령은 재임 시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으나 박근혜 시대 때 현직 대통령을 범죄 혐의자로 수사하는 관행이 처음 확립됐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재인·조국의 검찰 개혁법안은 청와대 권력의 부패 범죄를 형벌권의 사각지대로 옮겨 놨다. 청와대 사람들을 수사·기소할 수 있는 길을 실무적으로 대단히 좁혀 놓은 것이다.
 
일례로 검찰이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수석 등의 비리 단서를 잡아 수사를 하다가도 공수처장이 이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면 꼼짝없이 응하도록 한 조항 같은 것이다(공수처법안 24조1항). 이럴 경우 대통령의 직접 통제 하에 있는 공수처한테 제대로 된 권력형 범죄 수사를 기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수처장은 경력 15년 이상의 판·검사, 변호사면 누구나 가능케 함으로써(법안 5조1항) 친문 성향의 판사 집단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친문 변호사 세력인 민변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시중에선 조국 민정수석이 초대 공수처장이 될 것이란 풍문도 돌고 있지만 그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기에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공수처 검사는 25명 이내인데 현직 검사는 정원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어(법안 8조1, 2항) 13명 이상이 변호사 출신으로 채워질 터다. 그 상당수가 민변에서 충원될 것임은 불 보듯 환하다. 이런 법적 구조, 이런 인적 구성으로 탄생될 공수처가 청와대 권력자들을 추상처럼 견제·감시·단죄할 수 있으리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이 정부 들어 특히 지속적으로 권력의 사냥개처럼 굴고 있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한때 그들의 선배 검찰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자식들을 구속시켜 유죄를 받게 한 실력과 용기가 있었다.
 
문재인·조국의 사법개혁은 바로 얼마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벌벌 떨게 만든 미국의 특별검사와 FBI(연방수사국), 그리고 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한 법무부 체계를 모델로 삼았어야 한다. 이 나라의 법무부 장관 역시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만 사법행정에 관한 한 오히려 대통령한테 공격적인 시스템과 문화를 갖췄다. 청와대의 입장을 앵무새같이 반복하는 한국의 장관과 근본부터 다르다. 사법개혁의 초점은 대통령과 청와대처럼 살아있는 거대 권력의 감시에 맞춰져야 한다. 검찰 권력의 분산을 이 큰 목표의 하위 개념으로 진행시켰다면 번지수 틀린 지금과 같은 개악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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