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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레드라인’ 줄타기, 추가 제재 피하려 단거리 쐈나

북한 관영 매체들이 강원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화력 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5일 보도했다. 4일 김정은 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이 강원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화력 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5일 보도했다. 4일 김정은 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 참관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레드라인’을 염두에 둔 줄타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우려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대놓고 과시하면서도 미국으로선 적극적으로 추가 제재에 나서기 어려운 ‘단거리’ 미사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다. 미국을 위협하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즉각적으로 위협받을 가능성은 일단 줄이는 계산된 대미 압박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 의도는
장거리 발사 아니면 미국 덜 민감
김, 북·러회담 후 푸틴 후원 얻고
시진핑 방북 전 판 흔들기 분석

망원경으로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장면을 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망원경으로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장면을 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발사한 직후 결의안(1695호)을 채택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또 2009년 채택한 안보리 결의 1874호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추가 발사도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신무기 발사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탄도미사일’로 공식 발표하는 순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유엔 안보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사거리 1만3000㎞ 추정) 발사로 채택된 2017년 12월 2397호에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지를 재확인하면서 ‘트리거 조항’(위반 시 추가 제재)도 포함했다. 2397호는 “대륙 간 범위에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스템과 관련해 추가 개발이 있을 경우 북한의 석유 수출을 추가로 제한한다”(28항)고 명문화했다. 즉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유엔 안보리는 자동적으로 추가 제재에 나서게 된다.
 
동해상으로 발사되는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뉴시스]

동해상으로 발사되는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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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거리 미사일을 놓곤 미국이 ICBM 시험발사보다는 덜 민감하게 대응했던 전례가 있다. 미국은 본토가 공격받을 위협이 있는 ICBM급 시험발사를 놓곤 핵폭격기 등 전쟁 발발 시 평양 타격 전력을 한반도에 보내며 발끈했다. 하지만 사거리 1000㎞ 이내인 스커드미사일 시험발사는 추가 제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에 사거리를 240여㎞ 이내로 해서 발사시험을 한 건 이런 미국의 과거 태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럼에도 북한이 언어적 위협에 군사적 위협으로 대미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는 미사일 위협까지 꺼내든 건 지난 2월 하노이의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의 여파로 보인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개월 만에 군사 도발을 했다는 건 그만큼 초조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위협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북·미 협상 국면이 조성되기 전 북한은 쓸 수 있는 카드를 최대한 다 써보려 할 것”이라며 단 “미국이 협상판을 걷어차지 않을 범위 내에서 일단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는 시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연관돼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전략전술적 협력을 약속받으며 ‘미국 외의 다른 선택지’를 과시했다. 다음달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중국을 끼고 움직이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는 힘들 것이란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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