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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화장 안 해 왕따됐어” 초2 딸 어떻게 할까요

어른들은 몰라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직장맘 김모(36·서울 송파구)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습니다. 딸이 립스틱·틴트·아이섀도 등 색조화장품을 사달라고 조르기 때문입니다. 김씨 자녀는 유아 때부터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더니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화장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는 이유로 화장을 반대했지만 올해부터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2학년이 된 아이가 “화장을 안 해서 친구 사이에서 왕따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서로 화장한 모습을 평가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화장법을 공유하는 등 여자 초등학생 사이에서 화장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김씨는 “지금부터 색조화장을 시작하면 피부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무조건 금지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습니다.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 중에는 김씨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화장이 성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는데,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피부 톤을 밝게 만들고 입술과 눈두덩에 분홍색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등을 바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등 개인방송 채널에서 초등학생에게 화장법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도 다양하고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절반 정도가 색조화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가 2017년 5월 초·중·고 여학생 3087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 여학생의 42.7%가 색조화장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색조화장을 주 1회 이상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50.5%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73.8%, 76.1%가 색조화장을 해봤다고 답했고, 주 1회 이상 하는 비율은 각각 81.3%, 73.4%였습니다.
 
교사들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화장이 하나의 문화가 된 만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방민희 서울 관악초 교사는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면 부모의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화장하지 말라고 하면 오기가 생겨 더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에게 허용되는 범위를 명확히 알려주고 약속을 지키게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때 자녀에게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알려줘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피부에 좁쌀만 한 종기가 생기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나 화장품을 바르자마자 가렵고 붉어지는 자극성 접촉피부염, 뾰루지가 올라오는 여드름 등은 모두 화장품을 잘못 사용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세연 차앤박피부과 건대입구점 대표원장은 “호르몬의 변화로 피지 분비가 왕성한 시기에 모공을 막는 메이크업 제품을 자주 사용하고 제대로 지우지 않으면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피부 트러블 때문에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는 아이 중에 화장품 사용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화장하고 싶어 하면 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김 원장은 “선크림과 색이 들어간 립밤 정도까지만 허용하고, 화장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직 어린이용 화장품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색조화장품은 천연이 아닌 인공에서 나온 색소로 만들어 그 자체가 발암물질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인공타르 색소에는 비소·납 등의 중금속이 함유돼 있어 식품첨가물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화장품에는 이런 색소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제품을 지속해 사용하면 피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들이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게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가 화장을 지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게 돼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거든요. 이택광(경희대 영미문화 전공 교수) 문화평론가는 “어려서부터 피부가 하얗거나 눈이 커야만 예쁘다는 인식을 갖지 않고, 여자는 꾸며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게 도와야 한다”며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지속해서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또 일부 학생에 해당하는 얘기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유튜브 등의 활성화로 화장하는 초등학생들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방민희 교사는 “같은 학교 내에서도 학급 분위기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화장에 대한 선호가 나뉜다”며 “화장 문제로 고민인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와 상의해 반 전체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합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중앙일보 온라인판 기사의 경어체를 그대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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