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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폭행·경찰 유착···강남 한복판서 벌어진 '불편한 진실'

클럽 버닝썬 로고 [중앙포토]

클럽 버닝썬 로고 [중앙포토]

 
‘비리 종합 세트’가 된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 사이 사건이 지난 1월 3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첩된 지 100여일이 흘렀다. 클럽 손님이 폭행 사실을 알리며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ㆍ경찰 유착ㆍ성매매ㆍ연예인 불법 촬영까지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100여일 동안 다른 이슈를 잠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던 버닝썬 사건은 그동안 음지에서 자라던 한국 사회의 병폐를 한번에 터뜨린 사건이었다. 버닝썬을 통해 마주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앞으로의 수사에서 남은 과제들을 짚어봤다.

 
한국은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버닝썬 사건 초기 이슈를 뜨겁게 달궜던 건 ‘마약’이었다. 버닝썬 안에서 마약이 공공연하게 투약됐을 뿐 아니라 성범죄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그동안 마약 청정국인 줄 알았던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클럽 안에서 버젓이 투약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노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이 버닝썬을 통해 드러난 것에 불과했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마약 청정국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은 이미 10만명당 24명으로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버닝썬 내 마약 투약 행위는 있었으나, 클럽 측의 조직적 유통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마약 투약 및 유통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꼽힌 이문호(29) 버닝썬 대표와 클럽 MD였던 중국인 여성 ‘애나’ 모두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버닝썬이 유통에 개입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경우 지인들에게 마약을 나눠준 혐의는 있지만 이를 ‘조직적 유통’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둘은 결국 지난달 26일 검찰 송치됐다.

 
공공연한 유흥업소-공무원 유착  
버닝썬 사건을 최초로 알린 폭행 피해자 김상교(28)씨가 문제 제기를 하며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경찰 유착’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발생했던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 당시 사건을 맡았던 강남경찰서 지능수사과장 석모씨는 버닝썬과 경찰 사이 ‘유착 고리’ 역할을 했던 강모(44)씨에게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제한하는 액수를 넘어서는 금액을 할인받아 차량을 매입했다. 당시 버닝썬은 영업정지를 면했다.  

 
버닝썬 뿐만이 아니었다. 수사가 계속되자 강남 클럽 ‘아레나’와 주변 유흥업소들과 경찰의 유착까지 줄줄이 드러났다. 버닝썬을 수사하던 서울청 광역수사대 수사관 등이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46ㆍ구속)씨가 운영하던 클럽 중 하나로부터 미성년자 출입사건 수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아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강남구청과 서초구청의 위생과 공무원들은 아레나 등 유흥업소로부터 향응 접대를 받고 단속을 피하는데 도움을 줬다가 적발됐다. 현재 경찰ㆍ구청ㆍ소방 공무원 14명이 유착과 관련된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종 비리 혐의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이 8명인데 이 중 100일간 검찰에 송치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부실 수사’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석 과장도 김영란법으로 입건됐을 뿐이다. 게다가 김상교씨가 최초에 주장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의 폭행 여부와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승리는 현재 식품위생법 위반ㆍ횡령 등의 혐의로도 입건된 상태다. “XX 같은 한국 법 그래서 사랑한다”, “강남의 주점들이 다 그렇게 영업해 잘못인 줄 몰랐다”는 승리의 발언 뒤에는 뿌리깊은 공무원들과의 유착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다음주 중으로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왜곡된 성 인식
빅뱅 멤버 승리(왼쪽)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3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빅뱅 멤버 승리(왼쪽)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3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ㆍ비리 사건이었던 버닝썬 사건이 변곡점을 맞은건 일명 ‘정준영 카톡방 사건’ 때문이었다. 가수 정준영(30ㆍ구속)ㆍ최종훈(29) 등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이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놀이처럼 공유한 것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최근 이들의 ‘집단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며 사건은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재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정준영ㆍ최종훈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다.

 
이런 카톡방이 비단 연예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기자와 PD 등으로 구성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 채팅방에서는 이른바 ‘버닝썬 동영상’으로 알려진 불법촬영물 등 각종 음란물이 공유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 정보가 담긴 ‘지라시(사설 정보지)’나 성매매 후기 등도 포함됐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가에서 잇달아 터진 ‘단톡방 성희롱’도 문제가 됐다. 지난 3월 K교대 체육교육학과 15학번 단톡방에서는 남학생들이 특정 여학생과의 성관계 등을 거론하며 성적으로 모욕하는 대화를 나눠 논란이 됐다. S교대에서도 재학생과 졸업생 대면식에서 여학생의 정보가 담긴 책자를 공유한 뒤 외모와 가슴 등의 등급을 매겼다는 폭로가 나와 청와대 청원까지 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여성의 특정 신체를 부각해 찍은 사진을 올리고, 회원들이 댓글로 평가하는 이른바 ‘여친 인증’ 사건이 터져 13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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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