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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유급병가, 시행도 안했는데 기준 바꾸고 대상자 5배

서울시가 영세한 소상공인,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시범도입하려던 서울형유급병가제가 제동에 걸렸다. 애초 정책 대상자를 잘못 계산한 것으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사진은 재래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영세한 소상공인,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시범도입하려던 서울형유급병가제가 제동에 걸렸다. 애초 정책 대상자를 잘못 계산한 것으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사진은 재래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이달 도입하려던 '서울형 유급병가제'의 대상자를 잘못 계산해 시행 직전에 재설계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지난해 41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으나 132억원이 필요하다며 최근 시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당초 대상자를 1만4610명으로 예상했으나 재추계해보니 7만8897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형 유급병가는 비정규직 근로자나 저소득 자영업자가 질병으로 건강검진이나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하루 생활비로 8만1180원을 최대 11일 지원하는 제도다. 일종의 질병수당이다.  
 
서울시는 당초 서울지역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중위소득 100% 이하 9만7398명(2016년 기준) 중 입원하는 사람 1만4610명을 지원 대상으로 잡았다. 이들이 5일간 입원할 거라 가정하면 최대 60억원가량 필요하다. 올해는 시행 첫해라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41억원만 책정했다.
 
그런데 올 1월 감사원에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정책 대상자를 산출하면 과소추계될 수 있다면서 재산·소득 기준으로 바꿔야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행복e음 시스템을 통해 소득과 재산을 조회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고 대상자가 7만8897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의원들은 "서울시가 부실한 정책으로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은 "어떻게 사업대상자가 5.4배, 추가 편성 예산이 본 예산의 2배가 넘을 수 있냐"면서 "서울시같은 거대한 행정조직이 이처럼 얼렁뚱땅 업무 처리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오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서울시가 재추계 숫자도 잘못 낸 거 아니냐.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봉규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시의회에 업무보고한 내용은 가안으로 확정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예산 91억여원이 더 필요한 건 맞지만, 전문가 자문단과 함께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문단의 한 인사는 "업무보고된 내용이 최종안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주 새로운 추계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에 서울형 유급병가제도 변경을 위한 정책 협의를 신청했다. 윤정환 복지부 사회보장조정과장은 "여전히 재정 추계 등에서 안 맞는 부분이 있어 서울시에 보완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면서 "당초 합의한 내용과 정책 기준과 규모가 완전히 달라져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같은 거대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 심층적인 검토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탁상공론으로 졸속 처리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한번 시작하면 물릴 수 없는 게 복지정책이니 시작 단계부터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비정규직·자영업자를 돕겠다는 대의명분만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려 한다"고 말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형 유급병가제 자체가 순수한 복지정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미 시행 중인 재난적 의료비나 생계비 지원과 중복되고, 수혜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자영업자 가운데 사업자 본인은 입원하더라도 가족이 대신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데, 행정력이 일일이 관리할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고도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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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