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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7도 장보고기지, 먹고 살 것 어떻게 마련할까

2017년 12월 한국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대륙이 장보고과학기지에 5차 월동대원들을 위한 화물을 내리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2017년 12월 한국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대륙이 장보고과학기지에 5차 월동대원들을 위한 화물을 내리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항공기 이용 물자보급은 3개월여뿐
 
남위 74도 장보고과학기지는 계절과 관계없이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 여름철(11~1월) 찾아오는 국내외 연구원들과 기지 월동대원들이 먹고살려면 무엇보다 보급이 중요하다. 장보고기지 보급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항공기를 이용한 보급이요,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하는 것이다.  
 
월동대원들은 연구 지원과 기지 시설 유지에 힘쓰기도 하지만, 물자와 기름 보급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해빙(海氷) 활주로가 유지되는 10~1월까지는 항공기가 운항되기에 신선한 채소와 먹을거리 그리고 차량으로 운반 가능한 소규모 물품들이 기지로 들어온다.  
 
.아로온호가 1m 두께의 해빙을 뚫고 남극대륙 장보고과학기지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아로온호가 1m 두께의 해빙을 뚫고 남극대륙 장보고과학기지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컨테이너 23대분 물자와 중장비 보급은 아라온호로
 
길이 111m, 7500t급 아라온호를 통해 들어오는 보급은 23대의 컨테이너와 그 외에도 중량의 물품이 포함돼있어 월동대 전체가 초긴장이었다. 컨테이너 안에 1년 동안 생활할 정기 보급품과 기지 보수자재, 발전유와 항공유, 소형 굴삭기가 실려있다. 이외에도 인근 이탈리아 기지에서 요청한 4기의 컨테이너와 40t 굴삭기, 폭약도 있어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우리 5차 월동대가 장보고기지에 들어온지 약 한 달 정도 지난 12월 초에 아라온호의 1차 보급 날짜가 잡혔다. 아라온호는 뉴질랜드에서 남극해를 거쳐 아직 녹지 않은 해빙을 뚫고 어렵게 기지로 들어와야 한다. 때문에 자칫 며칠 연기될 수 있다.  
 
모두 바짝 긴장한 상태로 아라온호가 들어올 자리의 해빙 두께를 빈틈없이 재서 안전한지 먼저 판단했다. 아라온호는 1m 두께의 바다얼음을 깨고 시속 3노트(약 5.5㎞/h)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보급품을 내린 뒤에는 선적작업도 해야 한다. 우리 5차 대원들은 이전 4차 월동대가 남긴 폐기물과 냉동 시료를 컨테이너에 넣어 선적할 준비를 미리 했다. 이외에도 비규격 화물이나 일부 항공유도 실어야 했다. 안전한 선적ㆍ하역 작업을 위해 여러 차례 모의 교육을 하다보니 저 멀리서 아라온호가 두꺼운 해빙을 뚫고 간신히 기지 앞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유규철 대장을 비롯한 5차 장보고기지 월동대원들이 하역자업을 마치고 아라온호 앞에 섰다. [사진 극지연구소]

.유규철 대장을 비롯한 5차 장보고기지 월동대원들이 하역자업을 마치고 아라온호 앞에 섰다. [사진 극지연구소]

하계연구원 떠난 장보고기지의 생활 
 
아라온호가 기지에서 안전한 위치까지 오면 주변에 눈을 치워 넓은 공터를 만들고 기지까지 들어오는 길도 만들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아 하역도 선적도 잘 진행됐다. 이탈리아 사람들도 보급도 잘 이루어져 연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라온호를 통해 나가는 28명의 하계 연구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일부 대원들은 먼저 한국에서 보냈던 개인 짐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담배가 게 중 절실했을 둣하다. 그동안 담배가 떨어진 일부 골초 대원들이 이탈리아와 뉴질랜드 기지에서 어렵게 담배를 구하기도 했다.  
 
하계 연구원들을 떠나보내니, 그간 60명에 가까웠던 기지 체류 인원이 반으로 줄었다. 고단했던 월동대의 하계 연구 지원 업무가 많이 줄어드니 그나마 주말에 쉴 틈이 생겼다. 2~3명이 묵었던 숙실도 개인별로 배정되면서, 월동대원들이 개인 짐들을 챙겨 방을 꾸미기 시작했다.  
 
무료한 월동 기간을 위해 영화 시청용 TV와 스피커를 준비한 대원도 있었고 기타와 게임 보드를 챙겨온 대원도 있었다. 나는 가능한 대원들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대원들 방에 거의 들어가지 않아, 어떻게 방을 꾸몄고 청결은 어떠한지 잘 알지 못했다. 보통 회식 자리에서 재는 방이 지저분하다느니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정말 우리 대원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모두 깔끔했다.  
 
.2018년 3월, 5차 월동대원을 위한 마치막 아라온호 보급작업이 이뤄졌다. 바다얼음이 녹았지만, 기지 근처는 꽁꽁 얼어붙어 12월 하역작업처럼 기지 가까이에서 하역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헬기를 이용한 제한적인 하역작업을 해야 했다. [사진 극지연구소]

.2018년 3월, 5차 월동대원을 위한 마치막 아라온호 보급작업이 이뤄졌다. 바다얼음이 녹았지만, 기지 근처는 꽁꽁 얼어붙어 12월 하역작업처럼 기지 가까이에서 하역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헬기를 이용한 제한적인 하역작업을 해야 했다. [사진 극지연구소]

악조건 속 헬기 이용한 '보급 투쟁' 
 
그리고 1년 동안 먹을 냉장ㆍ냉동 식자재는 해체해서 비워있는 냉장고와 냉동고에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으면 되지만, 나머지 상당한 분량의 먹을거리와 생활물품, 주방물품들은 본관동의 좁은 창고와 공간에 두어야 하니 고민이었다. 사실 외부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생활 중심인 본관동에 여기저기 보이는 길목에 쌓아놓고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그게 너무 싫었다. 총무가 기지를 발휘해 정말 그 많던 보급품들이 잘 보관되어 깨끗한 본관동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3월 초 아라온호가 마지막 보급을 위해 기지로 들어온다. 배에는 약 6개월간 먹을 중요한 야채와 채소ㆍ과일이 있고, 남극점까지 3000㎞에 이르는 안전 육상로 개척을 위한 K-루트 사업에 사용할 중장비도 있었다. 이 시기에는 매번 바다 얼음이 녹는다. 때문에 하역작업을 바다 위에서 해야 한다. 무동력 바지선을 고무보트로 끌어 아라온호 옆에 대고 작업을 하기에 1차 때보다 더 위험하고 힘들다.
 
바람이라도 불면 영하 10도의 추위는 물론 파도와도 싸워야 하기에 한 걱정하고 있었다. 당시, 3월 보급 날짜는 다가오는데 웬일인지 먼 바다 해빙은 사라졌지만 기지 근처의 해빙은 끄떡없었다. 해빙 때문에 고무보트를 띄울 수 없었고, 해빙은 두께가 얇아 1차 보급 때처럼 할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했다.  
 
결국 아라온호에 있던 야채와 과일을 헬기로 모두 나를 수 밖에 없었다. 중장비들은 하역하지 못했다. 아라온호와 함께 마지막 하계 연구원들을 떠나보내면서 5차 월동대원 17명이 남았다. 오랫동안 바깥에 있었던 야채와 채소가 얼어있어서 언 부분을 깔끔하게 처리하여 개별 신문지 포장을 하느라 발전동에서 모두 땀을 뻘뻘 흘렸다. 8월인가 먹을 야채와 채소가 일찍 떨어졌다. 이후론 신선한 요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⑧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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