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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기부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

인생 굴곡 겪은 엔젤리나 졸리 기부와 나눔… 스스로의 힘으로 자산 모으고 기부하게 하는 유대인들
지난해 1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미국 영화배우 엔젤리나 졸리가 요르단 마프라크에 있는 자타리 시리아 난민캠프를 방문해 한 난민소녀와 뺨을 맞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미국 영화배우 엔젤리나 졸리가 요르단 마프라크에 있는 자타리 시리아 난민캠프를 방문해 한 난민소녀와 뺨을 맞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해마다 방송되는 MBC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이란 프로그램에 가수이자 배우 아이유가 출연한 적이 있다. 아이유가 어린이 합창단과 ‘뭉게구름’을 부르며 후원을 독려하는 공연을 펼쳤다. 그녀의 해맑은 목소리와 아름다운 미소는 저녁이 내리는 거리에서 마음에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였나. 곡의 전주가 나올 때 불과 28만원이었던 모금액은 아이유의 노래가 끝날 때쯤 약 2000만원으로 늘었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다. 국민 여동생의 위엄이 엄청나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재능기부를 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유명인의 모습에 동화된 우리는 한통의 전화를 걸게 된다. 그런 행위를 하는 걸 보면 기부가 어렵다는 건 어쩌면 편견일 수 있다. 누군가는 그런 현상을 생각하며 어릴 적 구세군 자선냄비에 주머니 속 동전을 탈탈 털어 넣은 기억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예쁜 마음을 생각하며 부자가 막대한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못지않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 엔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수입 중 어마어마한 액수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기부뿐 아니라, 봉사에도 발 벗고 나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구호활동을 펼친다. 어느 인터뷰에서 오드리 헵번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아프리카 여행을 한 그의 책 [아주 특별한 여행]을 읽어 본다. 그녀는 책에서 난민들을 찾아 떠난 여행의 일지를 어떻게 썼는지를 말한다. 그녀는 여행으로 그녀의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처음 그렇게 발을 내디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써내려가며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게 무엇일까? 더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었을까?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외의 대답을 들려준다. 그건 ‘나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신념이었다. 그녀는 삶에서 아프리카 여행길을 감사하게 여겼다. 그토록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고 굉장한 경험을 했던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겸손함을 보인다. 그녀는 870억원짜리 요트를 구입하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산 사치스런 인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과거 그녀는 10대 시절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 심리치료를 받았다. 죽음의 이미지에 푹 빠져 장의사나 흡혈귀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꿈을 꾸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도 했다. 데뷔 초에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나쁜 여자로 통했다. 그러나 TV에서 본 난민사태를 좀 더 알아보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후 다시는 예전 생활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제는 죽을 때 여배우가 아니라 인도주의에 푹 빠진 봉사활동가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졸리는 할리우드 반항아의 상징이기도 했다. 애완동물로 뱀을 키웠다.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자살을 시도하며 자기파괴를 일삼기도 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우울과 자괴감에 사로잡힌 불행한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의 변화 과정은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긴 머리 소녀들의 값진 행위
 
요즘 동네미용실에 가면 긴 머리를 주저 없이 기부하는 소녀나 여성을 본다. 물론 머릿결이 좋아야 한다. 그저 버려질 수 있는 긴 머리가 소아암을 앓고 있는 소녀들을 위해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길이 25㎝ 이상 파마와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를 가진 여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부자가 되면 기부를 많이 할 건데, 지금부터 기부 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언어의 온도를 높입니다. 내 온기를 상대방에게 전해 주고 상대방의 온기가 다시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기분이랄까. 그게 바로 기부가 주는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요.”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그녀, 반달처럼 가녀린 하얀 얼굴, 우연히 미장원에서 본 긴 머리 소녀. 우리에게 떠오르는 긴 머리 소녀의 이미지는 각기 다를 수 있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윤 초시네 증손녀일 수도, 국화꽃을 닮은 내 누이일 수도 있다. 여하튼 그녀들이 소중히 간직한 머리를 잘라 쇼트커트가 된 모습이 유난히 예뻐 보인다. 엄마 손을 잡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싹둑 자르는 소녀의 아름다운 행위가 멋져 보인다.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범죄가 늘고 있지만 이처럼 보이지 않는 선행으로 우리네 마음을 녹여주는 미담을 들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느 모습이 인간의 진짜 모습일까?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모습을 설명한다. 최초로 생겨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있었다. 그 유전자로부터 자기복제가 오랜 세월을 거쳐 시작된다. 각기 다른 형태로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서로 경쟁을 거치면서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그 결과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생겨나게 된다. 모든 생물은 최초의 유전자의 자기복제와 돌연변이가 오랜 세월 누적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습에는 두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인가? 지킬박사도 하이드도 우리 자아의 이중주란 말인가?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게 숭고한 행위 같지만 최초의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하며 자신을 전파시킨 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행위도 입력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면 지나친 말일까? 하긴 짐승들도 자기 새끼 돌보고 키우는 건 마찬가지다. 순간 자식을 막 대하는 반인륜적 부모들의 행위도 생각나서 그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긴 그들은 돌연변이로 보면 될까? 아니면 사회의 부적응자로 봐야 할까? 리처드 도킨슨은 남을 돕는 이타적 행위, 평화에 대한 염원도 경쟁과정에서 어쩌면 자기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행위일 뿐이라고 한다. 진화의 결과란 것이다.
 
그게 진화의 결과이고 이기적 유전자의 존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자신을 비우고 남을 헤아려 주는 미덕은 세상을 밝게 한다. 세상 모든 기부 행위는 다 아름답다. 성탄절 날 선물을 받기위해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주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불행은 엄습할 수 있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한 게 인간사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기 기부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코끝이 시큰해진다. 순간 죽어도 사는 법에 대해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세상을 떠나도 누군가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그들의 장기를 통해 숨을 쉴 수 있다고 믿는다. 하긴 기부는 단순히 돈을 내놓는 일만은 아니다.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게 사는 법을 배우고 깨닫고, 의미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 땅을 떠나더라도 한동안 머물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장기기증센터에 전화를 걸어 등록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이런 기부행위야말로 정말 어렵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통상 [비즈니스 위크] 선정 세계 50대 자선가 중에서 15명 이상이 유대인이다. 미국 인구의 2%인 유대인이 미국 기부금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유대인저널]은 100억원 이상을 기부한 거액 기부자 중 약 25%가 유대인이라고 한다. 유난히 기부를 많이 하는 유대인들은 어떻게 그런 습관을 키우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유대인 경제활동의 기본 정신 ‘쩨다카’
20세기 초 유대인 노점상이 밀집해 있던 뉴욕 브롱스의 거리.가난한 동부 유럽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들은 이곳에서 자립의 터전을 닦았다.

20세기 초 유대인 노점상이 밀집해 있던 뉴욕 브롱스의 거리.가난한 동부 유럽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들은 이곳에서 자립의 터전을 닦았다.

쩨다카는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가치 있는 일에 돈을 기부하는 것을 일컫는 히브리어다. 이는 유대인 경제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이다. 유대인들은 쩨다카를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의무이자 축복받는 비결로 여긴다. 그들은 쩨다카를 실천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부를 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진다. 그러니 유대인은 부자가 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된다. 한국에서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은 부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한국에서 미국 명문대학에 유학을 보내면 극성스러운 엄마로 여긴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좀 더 넓은 무대에서 배우게 하고 싶어 유학을 보낸 것인데 ‘도피성 유학’이라고 폄하한다고 불평한다. 고급 주거지 근처에 살면 주민들이 주위 시선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어떻게 번 돈인데 하며 한탄하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부자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혹자의 말처럼 ‘있는 것들이 더 해’라는 말이 무서워서일까? 한국에서는 떳떳한 부자라도 확실히 어깨를 활짝 펴기가 조심스럽다.
 
어쩌면 그건 기부에 인색한 문화 때문이기도 하리라. 유대인 부모는 쩨다카의 정신을 알려 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경제교육을 시작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 스스로 돈을 벌어서 기부하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유대인들은 믿는다. 그들은 부모의 돈이나 남의 돈을 빌려서 하는 기부는 진정한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은 돈은 결국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일까? 유대인 어린이는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대신,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을 한푼 두푼 모아 사고 싶은 것도 사고 기부도 한다. 재활용품 분리수거, 화분 가꾸기, 신발장 정리, 고양이 먹이 주기 같은 집안일을 거드는 것을 시작으로 생활력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행위를 가르친다. 그 순간 공부만 하면 모든 게 다 이루어질 것처럼 키우는 한국의 부모 세대들과 아이들이 오버랩되어 고개를 떨구게 된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직업을 알려준다. 나아가 그 일을 옆에서 돕게 한다. 가족이 소비하는 돈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것인지 알아야 자녀들의 경제관념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자녀가 청소년이 되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하나 정도 배우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 순간 여러 나라에서 추방당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온 유대민족의 DNA를 떠올리게 된다. 그게 그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들은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누구에게나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가르친다. 세상 어디에 가든 먹고 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 자립 정신을 강조한다. 그게 세탁업일 수도, 청소업일 수도, 무엇을 고치는 수선업일 수도 있다. 남의 집 지붕에 페인트를 입힐 수도 있을 수 있고, 건축업을 배워 생계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 부모를 도와 용돈 벌고, 부모의 직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리라. 3D 업종의 일을 배우는 동안, 유대인 아이들은 가정경제의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 경제생활을 꾸려나가는 방법도 알게 된다.
 
이런 교육 못지않게 투자법도 익힌다. 유대인 소년·소녀는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한다. 부모와 하객들로부터 받는 축의금은 평균적으로 5만 달러(약 5500만원) 정도다. 이날 받은 축의금은 부모와 상의해 투자처를 정한다. 이 돈은 투자해 종잣돈을 만든다. 이 종자돈을 훗날 경제적으로 독립할 시기에 활용한다. 순간 우리도 부모가 아이들이 지켜야 할 용돈 규칙과 기부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액수를 용돈으로 주되, 자녀에게 용돈 기입장 활용, 기부, 저축을 권유해 보면 어떨까? 용돈이 처벌이나 보상의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자녀가 용돈을 100% 자율적으로 사용하되 용돈을 사용한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100% 자녀가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돈이 헤프기에 용돈은 반드시 현금으로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기부를 하게 하려면 먼저 자녀의 성향과 관심사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어떤 사회현상에 관심 있는지 관찰해야 지속가능한 기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경우는 어린이 관련 단체,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는 게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막연히 불우이웃 돕는 데 쓰기보다는 기부 대상 기관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기부 방법, 기간, 후속 조치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교육하는 게 좋겠다. 기부자인 아이들의 이름을 거는 것도 자긍심과 기부의 지속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돈의 소중함을 아는 자녀들이 훗날 돈을 제대로 사용하고 기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만약에 아이를 기부천사로 키우려면, 쩨다카의 원리와 돈의 소중함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경제학에서 기부의 의미
1992년 9월 소말리아의 어린이와 함께 한 오드리 헵번. / 사진:북북서

1992년 9월 소말리아의 어린이와 함께 한 오드리 헵번. / 사진:북북서

경제학에서 기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제학에서는 기부를 어려운 불우이웃에게 경제적 도움을 줘서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로 이해한다.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행위로 도움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도움 주는 사람도 행복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 관점은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내 효용함수에 다른 사람의 효용을 포함한다는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다. 한마디로 공감이다. 이런 해석은 기부가 이타적 동기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 성립한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많은 경우 사회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많은 집단이 대립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서로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어려서부터 키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부는 사회 전체의 행복과 후생을 증가시킨다. 기부는 수혜자의 효용뿐만 아니라 기부자의 효용까지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공공재와 유사하다. 정부가 기부금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면서 기부를 장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험 경제학에서 사람들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인간이 이기적인지를 검증해 보자. 예를 들어 실험에 참여한 10명에게 5만원씩 나눠주고 자신이 갖거나 기부할 금액을 결정하도록 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부한 금액은 공공재 생산에 쓰여 2배의 가치를 창출하고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20%씩 돌아간다고 할 때 어떤 결과에 도달할까?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효용의 크기는 아무도 기부하지 않으면 5만원인 반면, 모두가 5만원을 기부하면 20만원이 된다. 따라서 아무도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 모두가 기부하는 게 더 나은 결과가 된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이기적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모두 5만원을 기부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기부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누릴 효용의 크기는 25만원이다. 이는 기부했을 경우에 누릴 수 있는 효용인 20만원보다 크다. 만역 이 사람이 공공재에 무임승차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해서 아무도 기부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결과 균형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이기적으로만 행동할까?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론에서 예측한 것처럼 무임승차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소득 중 40∼60%를 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이타심과 다른 관점에서 기부행위를 설명하는 예도 있다. “우리가 기부를 하면 각종 혜택을 줍니다. 기업도 기부를 하면 세금공제를 받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세금 공제 혜택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동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기부행위로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기부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한 것이 아닐까요.”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기부할 수도 있다. 만일 사람들이 뿌듯한 느낌을 얻기 위해 기부한다면 그 행위는 결코 순수한 의미의 이타심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기부행위는 넓은 의미에서 경제학이 말하는 이기심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주고받는 게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기부행위가 있었다. ‘부유한 시민의 공적인 의무’가 바로 그것이다. 부유한 시민들이 제공한 기부금은 주로 축제를 위해 사용됐다. 당시 아테네의 축제는 빈번해서 상당히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부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축제를 위해 음식, 음악대, 평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달리기, 노래, 춤, 항해 등을 위한 활동비를 지원했다.기부의 역사는 그만큼 실로 오래된 것이라 하겠다.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은 아테네의 법원이나 집회에서 자신이 수행한 기부에 대해 자랑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리스 부자들은 금전적 기부를 통해 명예를 얻는 경제적 유인을 얻는 것을 소중히 여겼다.
 
기부의 공공재적 성격을 터득한 엔젤리나 졸리는 어린아이를 안고 이렇게 말한다. 저녁이 노을 져 내리는 길목에서 하늘에는 쌍무지개가 떠 있다. “아가야, 너는 불쌍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거야.”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졸리의 빛나는 말에 로마의 휴일을 명작으로 만든 오드리 헵번의 말이 살짝 오버랩된다. 우리는 졸리처럼, 헵번처럼 세상의 모든 아이를 사랑할 의무가 있다. 그녀들은 굶주린 아이들에게 그렇게 달려간다. 우리도 졸리처럼, 헵번처럼 살 수 있을까.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100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헵번의 말이다.
 
전 세계 억만장자의 수를 보라.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 소유주·CEO의 현황을 보라. 미국 최상위 부호 400명에서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라. 아마 그 숫자는 당신이 생각하는 규모나 비중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조지 소로스, 스티븐 스필버그, 세계적인 석유회사 쉘의 창업자 마커스 새뮤얼…. 각 분야의 대가이자 동시에 엄청난 부를 획득한 유대인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돈은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배웠다. 강인한 생활력과 제대로 된 재테크는 부의 창출과 더불어 세상을 사는 기부의 의미를 알게 하는 기본이 됐다.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기부에 인색하지 말라. 부는 기부하는 자에게 있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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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