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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치밀한 '맞춤 도발'…"美 태도 바꾸라는 압박 카드"

 북한이 4일 오전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치밀한 '맞춤식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방한(9일)을 닷새 앞두고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을 향한 시위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합동참모본부 발표 등을 종합할 때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방사포로 추정된다. 북한이 2013년 첫 선을 보인 300㎜방사포는 기존 다연장 로켓(240㎜)의 구경을 확대해 사거리를 늘리고, 러시아 GPS(위성항법장치)인 글로나스를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단거리 미사일급임에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등이 '탄도 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미사일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피해갈 수 있는 부분이다.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저강도 도발이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에 충격요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맞춤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긴급 보고를 통해 "이번 발사체는 발사 고도가 낮고 거리가 짧아서 미사일일 가능성은 낮다"며 "여러 발 쏜 것으로 파악됐고 일부는 중간에 (동해상에)떨어진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거리 70~200㎞의 단거리 발사체였던 만큼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했다고도 보고했다. 국정원의 이번 보고는 한미연합사의 초기분석을 근거로 했다.

 정보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동식 발사대의 이동경로나 징후를 사전에 우리 정보 당국이 파악하지 못했다면 정보 능력에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의 핵심이 이동식 발사대에 집중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북부 동창리 미사일기지의 경우 초창기 모델인 고정식 발사대다. 하노이 회담 이후 일부를 해체했던 동창리 기지를 북한이 복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을 향해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면서 압박 수위를 조금씩 높여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직후인 지난 달 16일 조선인민군 항공부대인 1017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17일 국방과학원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는 등 군사 행보를 연이어 공개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자 북한이 대미 압박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면서, 다양한 계기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분명하게, 경로 변경(change paths)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 강경한 입장으로 대응한 셈이다.   
북한군이 지난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군이 지난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또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통화 직후 이뤄진 것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밝혔다. 북ㆍ러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확보하고자 했던 김 위원장에게 또다른 압박이 될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의 F-35 증강이나 주한미군의 사드 훈련 이야기까지 나오자 북한이 군사적 ‘맞불작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게는 향후 장거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체 도발까지 가기 전 대북 정책을 바꾸라는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한ㆍ미ㆍ일 외교 당국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이날 오전 전화 통화를 갖고 관련 내용을 협의한데 이어 오후에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통화했다. 고노 외무상도 이날 오전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로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유정·성지원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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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