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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보다 미국에 더 가까워져야 한·일 관계 호전"

나루히토(德仁)새 일왕이 지난 1일 즉위하면서 일본에 ‘레이와(令和)시대’가 열렸다. 미ㆍ중 갈등,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ㆍ일 vs 북ㆍ중ㆍ러 구도의 강화, 중국과 일본의 전략적 관계 개선, 수렁에 빠진 한ㆍ일 관계로 규정되는 동북아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나카니시 히로시(中西寬)교토대 교수에게 ‘레이와 시대’ 동북아 외교의 전망과 한ㆍ일 관계의 개선 방향을 물었다.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 서승욱 특파원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 서승욱 특파원

 
나카니시 교수는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은 (대일외교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며, (일본은)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일본인들에게는 잘 전달이 안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일외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하고, 일본은 한국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뷰는 아키히토(明仁·지금은 상왕)전 일왕이 퇴임한 헤이세이(平成)의 마지막 날, 4월 30일 오후 교토대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레이와 시대 일본 외교
헤이세이 30년 일본외교를 정리하면.
“전후 쇼와시대부터 일본외교는 소위 ‘요시다 노선’을 걸어왔다. 경제 중심 외교, 미·일 안보 중시, 군사 무장의 최소화(경무장)다. 내용은 바뀌지 않았지만,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91년 걸프전 때 많은 돈을 쓰고도 국제정치적 위상이 안 올라간 것이 쇼크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ㆍ일동맹을 기축으로 삼고, 이를 강화시키는 흐름속에서 안보법제와 PKO(평화유지활동)를 통해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왔다. ‘경제 중심 외교’의 비중은 내려갔다. 즉 미ㆍ일 동맹속에서 일본의 존재감과 안보 분야 발언력 확보가 헤이세이의 기본방침이었다.”
 
레이와 외교의 중심은.  
“핵심은 미국, 중국과의 관계다. 미국은 동맹국이고, 중국은 경제적 비중이 크다. 중국은 봉쇄하거나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세력으로서 관리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미국 외 다각 외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공을 들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이 또 다른 큰 축이 될 것이다.”  
 
중ㆍ일관계 개선이 눈에 띈다.  
“회복 기조지만 미ㆍ중 대립이 변수다. 미ㆍ중 사이에 일시적 타협은 가능해도 근본적인 대립구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일본이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으론 미ㆍ중 상호의존성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며 양쪽을 중재하는 게 향후 일본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게 현재 일본의 입장이다. ”
 
중국은 왜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려 하나.  
“미국과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일본과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나 영토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독립적인 대국(大國)으로 상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과 아베 정권이 전세계적으로도 아주 예외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나. 또 일본 경제는 독자적 경쟁력을 갖고 있어 대일 관계 개선은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이득이다. 일본은 6대 4든 7대 3이든 미국ㆍ중국과의 거리를 확실히 정해놓아야 향후 대중 관계의 스탠스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중ㆍ일 우호 관계가 당분간 더 지속될까.  
“미ㆍ중 갈등이 과거 ‘냉전’수준으로 가지 않는다면 중ㆍ일관계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지난 1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즉위 행사의 하나인 '조현 의식'(朝見の儀)'에서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오코토바·お言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지난 1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즉위 행사의 하나인 '조현 의식'(朝見の儀)'에서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오코토바·お言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동북아 구도와 한·일관계
동북아 구도 속에서 한국엔 무엇을 주목하나.    
“미ㆍ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보수는 안보와 한ㆍ미ㆍ일 관계를, 진보는 남북관계 개선과 대 중국관계를 중시해왔다. 박근혜 정권은 처음엔 중국을 중시하다 사드 문제로 틀어졌지만. 보수든 진보든 한국이 6대 4 또는 5.5대 4.5 정도로 미국 쪽에 가깝게 선다면 한ㆍ일간 협력도 용이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권 초반엔 중국 쪽에 가까웠다고 보지만, 북한 핵문제로 한ㆍ미관계가 강조되면서 미국 쪽으로 시프트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한·일관계 개선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측 요구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말 오사카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할까.  
“솔직히 지금 타이밍에 회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 징용문제에 한국 정부가 답을 해 올 지, 어떤 답을 해올 지가 G20 때 회담 성사의 기본 전제다. 소송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정부로선 ‘65년의 틀이 지금도 유효하고, (양국간) 합의를 전제로 한 수정은 있을 수 있어도 근간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일본 내부나 한국 일각에선 ICJ(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자는 의견이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결정에서 보듯 국제재판은 서로 간에 리스크가 있다. 결과가 나와도 서로 납득 못할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ICJ에서 결정을 내자’는 의견은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일본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대응에 차이가 있나.  
“중국은 전제국가이니 모든 게 정부의 자세에 달려있다. 역사나 영토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지시하면 반일 목소리가 커지고, 정부가 (여론을) 봉쇄하면 지금처럼 밖으로 전혀 새 나오지 않는다. 어떤 점에선 명쾌한 데가 있다. 한국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욱일기 문제도 일본 입장에선 ‘10년 전이나 20년 전엔 문제가 안됐는데, 갑자기 문제가 됐다’고 느낄 수 있다. ‘골 포스트가 자주 바뀐다’는 불만도 그런 맥락이다.”
 
정치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나.  
“좌우의 대립 상황에서 진보파가 친일파 문제를 내걸고 나오면 일본 측 입장에서 ‘반일’로 보이는 행동들이 점점 정당화된다. 그런 흐름이 징용공 문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일본 측은 인식하고 있다.”
 
그럼 일본 측의 문제는.  
“두 가지인데 한국과의 역사 인식의 차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됐고, 또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일본인들에게는 잘 전달이 안된다는 점이다. 양쪽 모두 다 (개선이) 필요하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지나치게 싸늘한 것 아닌가.   
“‘반한(反韓)’이라기보다 한국의 정치(풍토)에 대한 불만이 강한 것 같다. 하지만 정치인이니 만큼 서로 이해를 조정하고 극복해야 한다. 아베 총리도 크게 볼 때 한국이 미ㆍ중 관계에서 미국 쪽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것이 일본에 의미가 크다는 걸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양국 관계 개선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대미, 대중, 대일 등 외교의 기본 관계가 정권에 따라 극단적으로 바뀌는 건 국익을 생각할 때 한국 자신에게도 손해다. 관광이나 한류 등을 볼 때 한·일 양국 교류의 기반이 탄탄하지만 정치 문제가 터지면 양국 모두에서 극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양국 관계가 좌우되고 흔들릴 우려가 있다.”
교토=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나카니시 히로시(56)=교토대 법대 교수. 일본국제정치학회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국제정치 전략가. 제2차 아베내각의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 민주당 정권의 ‘새로운 시대의 안보와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현실 문제에도 관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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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