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국, 중국보다 미국에 더 가까워져야 한·일 관계 호전

‘레이와 시대’의 동북아 외교
아키히토 전 일왕이 퇴위하고 나루히토 새 일왕이 즉위한 지난 1일 일본 오사카 시내에서 젊은이들이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가 적힌 옷을 입고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지지통신]

아키히토 전 일왕이 퇴위하고 나루히토 새 일왕이 즉위한 지난 1일 일본 오사카 시내에서 젊은이들이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가 적힌 옷을 입고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지지통신]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지난 1일 즉위하면서 일본에 ‘레이와(令和)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미·중 갈등과 북한 핵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일본 대 북한·중국·러시아 구도의 강화, 중국과 일본의 전략적 관계 개선,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 등으로 규정되는 동북아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나카니시 히로시(中西寬·56) 교토대 교수에게 ‘레이와 시대’ 동북아 외교의 전망과 한·일 관계 개선 방향 등을 물었다.
 
나카니시 교수는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은 (대일 외교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며, (일본의 경우)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일본인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대일 외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하고, 일본은 한국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뷰는 아키히토(明仁·지금은 상왕) 전 일왕이 퇴임한 헤이세이(平成)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교토대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중·일 관계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

헤이세이 30년 일본 외교를 정리한다면.
“전후 쇼와 시대부터 일본 외교는 이른바 ‘요시다 노선’을 걸어 왔다. 경제 중심 외교, 미·일 안보 중시, 군사 무장의 최소화(경무장) 등이다. 내용이 바뀌진 않았지만 우선순위는 바뀌었다. 1991년 걸프전 때 많은 돈을 쓰고도 국제정치적 위상이 올라가지 않은 게 일본으로서는 쇼크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삼고 이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안보법제와 PKO(유엔 평화유지활동) 등을 통해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 왔다. 반면 ‘경제 중심 외교’의 비중은 작아졌다. 즉 미·일 동맹 속에서 일본의 존재감과 안보 분야의 발언력 확보가 헤이세이 외교의 기본 방침이었다.”
 
레이와 외교의 중심은.
“핵심은 미국·중국과의 관계다. 미국은 동맹국이고 중국은 경제적 비중이 크다. 중국에 대해서는 봉쇄하거나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세력으로서 관리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여기에 미국 외에 다각 외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을 들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또 다른 큰 축이 될 것이다.”
 
중·일 관계 개선이 눈에 띈다.
“회복 기조지만 미·중 대립이 변수다. 미·중 사이에 일시적 타협은 가능해도 근본적인 대립 구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엔 일본이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미·중 상호 의존성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며 양쪽을 중재하는 게 향후 일본의 역할이란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게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중국은 왜 대일 관계를 개선하려 하나.
“미국과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일본과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나 영토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독립적인 대국(大國)으로 상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아베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예외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나. 또 일본 경제는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 대일 관계 개선은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이득이다. 일본은 6대 4든, 7대 3이든 미국·중국과의 거리를 확실히 정해 놓아야 향후 대중 관계의 스탠스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일 우호 관계가 당분간 더 지속될까.
“미·중 갈등이 과거의 냉전 수준으로 가지 않는다면 중·일 관계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다.”
 
 
징용 문제 ICJ 제소는 반대 많아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1일 즉위하면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 앞으로 한·일 관계와 북핵 문제 등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를 만나 레이와 시대 외교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 봤다. 지난 1일 도쿄 긴자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令和’라는 글자를 촬영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1일 즉위하면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 앞으로 한·일 관계와 북핵 문제 등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를 만나 레이와 시대 외교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 봤다. 지난 1일 도쿄 긴자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令和’라는 글자를 촬영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동북아 구도에서 한국엔 뭘 주목하나.
“미·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보수는 안보와 한·미·일 관계를, 진보는 남북 관계 개선과 대중 관계를 중시해 왔다. 박근혜 정권은 처음엔 중국을 중시하다가 사드 문제로 틀어졌다. 보수든 진보든 한국이 6대 4 또는 5.5대 4.5 정도로 미국 쪽에 가깝게 선다면 한·일 간 협력도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반엔 중국 쪽에 가까웠다고 보지만, 북핵 문제로 한·미 관계가 강조되면서 미국 쪽으로 시프트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한·일 관계 개선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측 요구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달 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할까.
“솔직히 지금 타이밍에 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 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답을 해올지, 답하면 어떤 답을 할지가 G20 때 한·일 정상회담 성사의 기본 전제다. 소송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1965년의 틀이 지금도 유효하고, (양국 간) 합의를 전제로 한 수정은 있을 수 있어도 근간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일본 내부나 한국 일각에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맡기자는 의견이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에서 보듯 국제 재판은 양쪽 다 리스크가 있다. 결과가 나와도 서로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ICJ에서 결정을 내자’는 의견은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일본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대응에 차이가 있다고 보나.
“중국은 전제국가이니 모든 게 정부의 자세에 달려 있다. 역사나 영토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지시하면 반일 목소리가 커지고, 반대로 정부가 (여론을) 봉쇄하면 지금처럼 밖으로 전혀 흘러나오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는 명쾌한 데가 있다. 반면 한국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욱일기 문제도 일본 입장에서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엔 문제가 안 됐는데, 갑자기 문제가 됐다’고 느낄 수 있다. ‘골포스트가 자주 바뀐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내 정치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나.
“좌우 대립 상황에서 한국 내 진보파가 친일파 문제를 걸고 나오면 일본 입장에서 ‘반일’로 보이는 행동들이 점점 정당화된다. 그런 흐름이 징용공 문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일본 측은 인식하고 있다.”
 
그럼 일본 측의 문제는.
“두 가지인데, 우선 한국과의 역사 인식 차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됐다. 또 하나는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일본인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쪽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지나치게 싸늘한 것 아닌가.
“반한(反韓)이라기보다 한국 정치 (풍토)에 대한 불만이 강한 것 같다. 하지만 정치가인 만큼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고 극복해야 한다. 아베 총리도 크게 볼 때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미국 쪽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게 일본에 의미가 크다는 걸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아베, 올림픽 후 개헌 추진 가능성
 
한국에서도 최근 양국 관계 개선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대미·대중·대일 등 외교의 기본 관계가 정권에 따라 극단적으로 바뀌는 것은 국익을 생각할 때 한국 자신에게도 손해다. 관광이나 한류 등을 볼 때 한·일 간 교류의 기반이 탄탄하지만 정치 문제가 터지면 양국 모두에서 극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의해 한·일 관계가 좌우되고 흔들릴 우려가 있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의 전망은.
“(자위대 명기 등) 헌법 제9조를 바꾸는 건 긴급성이 크지 않다. 안보법제(집단적 자위권의 제한적 행사 인정)로 대부분의 안보 과제는 법률로도 실현 가능하다. 개헌은 국내적 허들이 여전히 높다.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2020년 후반부터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 사이에 시도할 수는 있을 거다. 군사적 분쟁이 동아시아에서 발생하거나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일본 국민들 사이엔 반대가 더 많을 것이다.”
  
교토=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법대 교수. 일본국제정치학회 이사장을 지내는 등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국제정치 전략가. 제2차 아베 내각의 ‘안전보장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 민주당 정권의 ‘새로운 시대의 안보와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 등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현실 문제에도 관여해 왔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