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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힘으로 돈 버는 펀드 한계, 정석 투자 다시 뜬다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

가치투자의 대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12년 만에 새 펀드를 내놨다. 베트남·인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대표 기업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슈퍼아시아리치투게더펀드’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의 대세를 거스르는 전략이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에셋플러스에서 그에게 직접 물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중국인들이 지금까지는 돈 벌기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본격적으로 소비에 나서면 가장 큰 혜택을 누릴 곳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라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 받는 베트남의 하노이 증권거래소. [중앙포토]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중국인들이 지금까지는 돈 벌기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본격적으로 소비에 나서면 가장 큰 혜택을 누릴 곳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라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 받는 베트남의 하노이 증권거래소. [중앙포토]

왜 지금 가치주 펀드인가.
“세상 입맛이 바뀌었다고 잘하지도 못하는 메뉴를 내놓으면 쓰겠는가. 이제 바람이 바뀔 때가 됐다. ETF 등은 기업의 가치나 경제의 체력이 아니라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를 때 맞는 투자 장치다. 양적완화(QE) 덕분에 주식시장 전체가 오를 때 지수를 따라가면 돈이 벌렸다. 이제는 정상화가 될 때가 됐다.”
 
정상화란 말이 무슨 뜻일까.
“투자의 기본은 평균치보다 나은 가치주를 고르는 일이다. (목소리를 높이며) 그런데 우리 나라에선 거꾸로 돼 있다. 시장 평균을 좇는 펀드가 기준이 되고 가치 펀드가 예외다. 이제 QE 시대가 끝나 국내외 지수들이 게걸음하고 있다. 코스피는 2100~2250선에서 맴돌고 있다. 이런 장에선 패시브 펀드들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아니다. 최근 펀드들의 자금 흐름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몇 년 전까지 액티브 펀드에서 패시브 펀드로 뭉칫돈이 흘러갔다. 우리 회사 자산도 2016년 5조원을 훌쩍 넘었다가 1조4000억원대로 줄었다. 그런데 요즘 자금 이동이 거의 멈췄다. 이는 패시브 펀드의 흡입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번 펀드 출시를 보고 자산운용 업계 몇몇 관계자들은 강 회장이 시대 흐름에 맞서는 돈키호테라고 한다.
“분명한 가치,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실천을 꾸준히 하는 고집 등은 투자자의 귀중한 돈을 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다. 단기적인 시대 흐름에 맞춰 기본 자세를 바꾸는 일은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올 1월 타계한 ‘패시브 투자의 리더’ 존 보글 전 뱅가드그룹 회장은 생전에 "액티브(가치주) 펀드는 아주 문제가 많다”며 "인덱스펀드가 대안 ”이라고 말했다.
“보글은 ETF 등이 너무 커져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지경에 이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듯하다. 패시브 펀드는 시장 자체를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오를 땐 더 오르도록 한다. 개별 기업의 실적이 별 차이가 없는데, 패시브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 지수가 오른 것을 보고 들어오는 돈으로 주식을 더 사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땐 더 떨어지게 한다. 지수가 떨어지면 돈이 빠져나가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판의 고전적인 원칙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런데 패시브 펀드는 비싸면 사고 싸면 판다. 그 바람에 시장이 위기를 맞으면 패시브 펀드 때문에 패닉이 더 커질 수 있다.”
 
패시브 펀드가 적은 비용 등 적지 않은 이점을 갖고 있는게 사실 아닌가.
“각종 수수료를 기준으로 패시브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우월하긴 하다. 하지만 에셋플러스가 최근 10년 동안 거둔 성과는 패시브 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2배 정도 높다. 이 정도 수익률 차이라면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초기 반응이 어떤가.
“초기 반응이 아주 좋다. 투자자들이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의 잠재성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소비 주도로 바뀌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이 혜택을 볼 것이다. 중국인들이 주로 여행할 곳, 중국인들의 생필품을 주로 공급할 곳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를 종목을 골라 투자하려고 한다. 또 동남아 인구 19억 명 가운데 12억 명이 젊은 세대다. 이런 지역의 최고 가치주를 투자할 때가 됐다고 확신한다.”
 
어떤 투자자들이 관심을 표현하는가.
“퇴직연금 등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금은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하는 돈이다. 동시에 절대 돈을 까먹지 말아야 한다.”
 
동남아 증권시장에 투자했다가 현금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기관투자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애를 먹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베트남 등의 시가총액이 아주 많이 불어났다. 게다가 우리 펀드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대표 종목만을 편입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증시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다른 나라 종목을 팔아 투자자의 환매에 즉시 응할 수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강방천 회장 국내 가치투자 1세대 펀드매니저다. 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2년도 안 된 기간 동안에 1억원을 150억원대로 불렸다. 그의 투자인생은 대세 순응형이 아니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판매대행으로 끼고 펀드를 판매하던 2008년 그는 자산운용사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세우고 펀드를 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했다. 이번 슈퍼아시아리치투게더펀드는 그의 인생에서 또 다른 대세 거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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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