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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남자테니스 코치도 여성이…거세지는 ‘성역 파괴’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 스포츠 우먼파워
탬파베이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NFL 경기. [중앙포토]

탬파베이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NFL 경기. [중앙포토]

어머니라는 존재는 여성 리더십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어머니는 왠지 흰색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모두를 품에 안는다. 그래서 스포츠에서도 ‘빛이 나지 않는 영역에서 묵묵히 일하며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을 표현할 때 어머니 리더십이라고 비유한다. 야구에서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하거나 골프에서 캐디의 역할을 ‘내조’라고 하는 경우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스포츠에서 여성을 떠올릴 때는 어머니 이미지와 함께 ‘조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것도 지나간 얘기다.  
 
제시카 멘도사(39)는 미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성일 것이다. 그는 소프트볼 선수로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는 소프트볼과 유사한 야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탁월했다. 그 능력을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이 샀다. 2007년부터 소프트볼, 야구, 대학 미식축구 경기 분석에 관여했고, 대학야구, 메이저리그 중계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5년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ESPN 애널리스트(해설가)가 됐다.
 
 
멘도사, 여성 첫 MLB 플레이오프 중계
 
주로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콤비로 ESPN 야구의 시그니처 방송 ‘선데이나이트 베이스볼’ 중계를 하는 멘도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획을 하나 더 그었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특별보좌역으로 브로디 밴 웨그넌 단장에게 야구 운영에 대해 직접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멘도사는 현직 방송인으로 야구단 운영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그는 두 아들의 어머니이다.
 
올해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뤼카 푸유(오른쪽)의 여성 코치 모레스모. [중앙포토]

올해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뤼카 푸유(오른쪽)의 여성 코치 모레스모. [중앙포토]

올해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뤼카 푸유(프랑스)는 8강에서 밀로스 라오니치(몬테네그로)를 꺾고 4강에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져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푸유는 프랑스 선수로서는 2010년 조 윌프레드 송가 이후 9년 만에 호주오픈 4강에 올랐다.
 
당시 푸유의 쾌거와 함께 더 빛나는 조명이 그의 여성 코치에게 향했다. 한때 여자테니스 세계 정상(2006년 윔블던 등)을 누볐던 아밀리에 모레스모(프랑스)가 그의 코치였다. 여자 선수를 가르치는 남자 코치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남자 선수를 가르치는 여자 코치는 뭔가 낯선 것이 우리의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스스로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출신의 모레스모는 2014년 앤디 머레이(영국)의 코치로 활약하면서부터, 여성 코치도 얼마든지 남자 선수를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당시 세계정상권에 있던 머레이는 일부 편협한 기성세대로부터 “여성 코치 다음에는 개(dog)를 코치로 쓸 거냐”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머레이는 그런 시선을 일축하고 모레스모를 인정했다. 그는 “모레스모는 코치로서나 인생의 선배로서 내게 많은 도움을 준다. 그 경험만으로도 내게 꼭 필요한 코치다”라며 2년간 모레스모와 동행했고, 푸유의 코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남자테니스에는 약 8% 선수가 여성 코치와 함께하고 있다. 가족, 친척인 경우가 많지만, 모레스모처럼 코치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세계 톱랭커를 리드하는 코치도 나타나고 있다.
 
미식축구 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는 올 시즌 풀타임 코치로 여성인 마랄 자바디파(사진)와 로리 로커스트를 선임했다. [중앙포토]

미식축구 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는 올 시즌 풀타임 코치로 여성인 마랄 자바디파(사진)와 로리 로커스트를 선임했다. [중앙포토]

미식축구는 유니폼과 장비만 봐도 격렬함이 느껴지는 스포츠다. 기량과 수준의 정점에 있는 프로리그 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는 지난 4월 11일 로리 로커스트(어시스턴트 디펜시브라인 코치)와 마랄 자바디파(어시스턴트 스트렝스, 컨디셔닝 코치)를 각각 풀타임 코치로 선임했다. 이 발표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두 코치가 모두 여성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2015년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젠 웰터를 트레이닝 캠프 동안 인턴코치로 영입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정규시즌 동안 풀타임 코치로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커니어스 브루스 아리안스 감독은 “좋은 구단이 현명한 선택을 한다. 두 코치는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스포츠에서는 지난 3월 여자배구 통합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의 우승 헹가래를 기점으로 새삼 여성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박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를 거쳐 2006년부터 방송해설을 했고, 2014년부터 흥국생명 감독을 맡고 있다. 박 감독 이외에  핸드볼 임오경 감독(서울시청)과 축구 이미연 감독(보은 상무), 하키 임계숙 감독(kt) 등은 이미 국내 스포츠계에서 그 리더십을 인정받은 여성 지도자들이다.
 
 
축구 프리미어리그 여성 CEO 모색
 
그들은 “지도자를 남녀로 구분하지 말고 동등한 리더로 봐 달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들은 아직 ‘여성팀의 여성 감독’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리더의 어떤 기준에 ‘여성이라서’라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난달 팀을 만든 여자프로농구 BNK캐피탈 유영주 감독 역시 “강한 통솔력과 리더십에 있어 여성 지도자가 남성들보다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며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한편으로는 아직 ‘여성이니까 여자 선수들을 잘 이해하고 이끌 것이다’라는 일부의 관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여자 감독은 안 된다’는 한때의 편견은 이미 깨졌다.
 
어린 남자 선수들에게는 여성의 어머니 리더십이 오히려 더 경쟁력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남자초등학교배구는 최근 3년 연속 전국 최강 팀에 여성 코치들이 활약하고 있다. 2017, 2018년 각각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울산 언양초 김엄지 코치, 올해 2019 연맹회장기(1월), 24회 재능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4월)에서 거푸 정상을 차지한 면목초 남자배구팀 임혜숙 코치의 활약은 충분히 시선을 끈다. 일신여상 시절 118연승이라는 고교 여자배구 최다연승 기록의 주역이었던 임혜숙 코치는 지난 4년 동안 선수들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자상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 전국 무대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에 대한 분석과 전략 등에서도 탁월했다.
 
지구촌 최고 축구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해 11월 현 리차드 슈다모어 사장의 뒤를 이을 최고책임자(CEO)로 수재나 디나지(53) 현 애니멀 플래닛 사장을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지금의 모습이 된 이후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들이는 프로스포츠 최고의 무대마저 성적 선입견 없이 오로지 그 능력만으로 여성 CEO를 초대한 것이다. 디나지는 오히려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아직 후보를 물색 중이다.
 
국내 스포츠도 여성팀 지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져야 한다. 여성은 당당히 전문성으로 경쟁하고, 주체들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스포츠 리더의 발탁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태일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를 거쳐 인터넷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지금은 데이터업체 스포츠투아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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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