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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뮬러 특검 보고서가 의미하는 것

스테판 헤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스테판 헤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직면하는 딜레마가 있다. 민주주의는 법치에 기반을 두며, 이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국가의 최고 지도자에게도 적용된다. 그런데 그 최고 지도자는 자신을 수사하고 재판할 수도 있는 법무부 장관·검사·대법관을 임명할 권한을 가진다. 그렇다면 최고 지도자에게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트럼프 ‘혐의 없음’ 발표했지만
대선 앞둔 정치판은 혼란·분열로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겪었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였는데, 상황은 훨씬 애매하다. 뮬러 특검은 온라인 매체 등을 이용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는 그의 측근이 러시아 측과 공모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단서들이 있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가 있는 행위들이 현행법상 기소 대상에 해당하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특검보고서의 답은 ‘아니다’ 였다.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러시아와 접촉한 모든 정황을 조사한 끝에 불법적인 공모를 규명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측은 뮬러 특검 보고서를 ‘혐의 없음’으로 단순하게 요약했지만, 450쪽 분량의 해당 보고서를 객관적 관점에서 읽어보면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
 
첫째, 정보기관을 포함한 러시아 측의 선거 개입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 선거 캠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방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 범위를 제한하려 했고 전면적인 수사 중단까지 시도했다. 뮬러 특검은 수사 방해를 도모한 중요한 증거를 발견했다. 법률 고문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 해임을 추진하려고도 했다.
 
이러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뮬러 특검은 딜레마에 직면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 대통령이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의회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핵해야 한다. 결국 특검은 대통령이 유죄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뮬러 특검보고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해당 보고서는 대통령의 무죄를 입증하지 않으며 대통령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 정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절차에 헌법재판소가 관여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하원(현재 민주당이 다수)의 투표와 상원(공화당 다수)의 결정으로 판가름난다.
 
공화당 내부 의견은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이 문제가 결국 당면한 선거 때문에 자연히 종결될 것으로 본다. 게다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지지부진한 논쟁에 유권자들이 진력을 내면서 의료 정책과 같은 실질적인 안건에 더 힘써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안을 비롯해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처신이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취임 선서 때의 맹세를 저버렸다. 탄핵을 진행하지 않는 것도 직무 유기다. 이번 일로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전 부통령 조 바이든은 탄핵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적 결점을 예리하게 꼬집었다.
 
공화당은 뮬러 특검 보고서를 ‘무죄 판결문’으로 포장하려고 애쓰면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중이다. 이 같은 정치적 혼란과 분열로 인해 미국은 국외로 시선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대북 문제 진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지만, 다가오는 2020년 대선에서 결판이 나기 전까지는 국제적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쏟을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다.
 
스테판 헤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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