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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양치기 소년"된 산업부..ESS 화재 원인 발표 또 연기

지난해 12월 22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태양광 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119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이 화재로 18억원의 재산 피해가를 입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22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태양광 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119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이 화재로 18억원의 재산 피해가를 입었다. [중앙포토]

 
“정부 드라이브에 시동은 걸어 놨는데 이제는 정부가 나서 발목을 잡고 있어요. 산업부가 양치기 소년이 됐는데 이젠 누굴 믿어야 하나요.”
 
 
“6월 초에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2일 발표를 놓고 ESS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산업부=양치기 소년"이란 평가가 나오는 건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룬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앞서 산업부는 2017년부터 전국 ESS 사업장에서 화재가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민관조사단을 꾸려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올해 3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5월로 미뤘고 다시 다음 달로 연기했다. 그러는 사이 ESS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도깨비불이 ESS 사업장을 덮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까.
 
ESS 관련 기업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산업부가 화재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ESS 가동 중단을 권고해서다. 4월 말 기준으로 전국 1490개 ESS 사업장 중 35%인 522개 사업장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ESS 가동 중단에 국내 배터리 업체의 올해 1분기 손실은 2000억원에 이른다. ESS 필수 장비인 전력변환장치를 생산하는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나 감소했다.
 
산업부의 가동 중단 선언에 올들어 ESS 신규 발주는 한 건도 없다. 동시에 수출길도 막혔다. ESS 업계 관계자는 “화재 원인 조사하겠다며 반년 가까이 작동을 멈췄는데 한국 제품을 사겠다는 바이어가 있겠냐”며 “‘탈원전 하겠다’며 해외 나가 원전 수출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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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생 에너지 정책도 타격을 입게 됐다. ESS가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필수 설비로 꼽혀서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소방설비를 충분히 갖춘 실외 ESS에 대해선 산업부가 가동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실외 ESS는 가동 중"이라며 "업계와 소방설비 기준 등에 대해서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ESS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국가다. 일본 등 경쟁국보다 시장 개척이 빨랐고 필수 설비인 배터리는 기술력에서 가장 앞섰다. 하지만 산업부가 결정 장애에 빠지면서 성장 엔진이 멈췄다. 이대로 있다간 한국이 ESS 산업 리더에서 추종자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산업부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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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