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18세 선거' 이래서 딜레마···하면 韓만 고3, 안하면 韓만 19금

[이슈리포트] '18세 선거권' A to Z
지난 3월 '선거개혁 청년· 청소년 행동'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만 18세 선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선거개혁 청년· 청소년 행동'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만 18세 선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을 지정했습니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이들 이슈에 가려 묻혀 있긴 하지만, 향후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패스트트랙에 포함돼 있습니다. 바로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것이죠.  
 
원래 만 20세 이상에게 부여됐던 선거권은 2005년 19세로 하향됐습니다. 당시에도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 나이대가 딱 고교 3학년에 해당돼 교실 혼란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8세 선거권’ 이슈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그 이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하향은 민주당의 당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는 입장을 보여 왔죠.  
 
그러나 한국당은 ‘18세 선거권’에 반대 입장입니다. “고교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 된다”는 것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한국당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청년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언젠가는 선거연령이 낮아지겠지만 한국교총과 학부모 단체에서 여러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국회에서 이를 점검하고 사회적 컨센서스를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18세 선거권 논란
    [이슈리포트]
    ➀고3은 모두 투표하나
    ➁다른 법과 혼란 가능성
    ➂외국은 어떤가
    ➃문제는 한국식 학제
 
 여론도 찬반 의견이 팽팽합니다. 지난 3월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3명에게 ‘18세 선거권’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니(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찬성은 51.4%였고 반대는 46.2%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005년 이후 20여 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과연 ‘18세 선거권’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민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의 규정과 충돌하는 부분은 없을까요? 또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요. 오늘 ‘이슈리포트’에서는 ‘18세 선거권’을 둘러싼 ‘A to Z’를 꼼꼼하고 알기 쉽게 파헤쳐 봅니다.    
 
➀고3은 모두 투표하나
2017년 국회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참여했다. [중앙포토]

2017년 국회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참여했다. [중앙포토]

 만일 ‘18세 선거권’이 도입되면 고3 학생들은 모두 투표할 수 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선거인 명부 작성일(선거일 22일 전) 기준으로 생일이 지나야만 가능합니다. 즉 내년 총선이 계획대로 4월15일에 치러지면 2002년 3월24일 이전 출생자부터 투표할 수 있습니다. 같은 교실에서도 선거권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혼재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등이 선거연령 인하를 촉구하는 근거는 만 18세부터 사회적 의무와 각종 자격기준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만 18세가 넘으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2016년에는 한 외고 3학년생이 자퇴 직후 18세의 나이로 9급 공무원에 합격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로 남성의 경우엔 18세면 군대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납세·근로의 의무가 개시되는 연령이 18세입니다. 그렇다 보니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18세 선거권’을 권고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나이가 3·1운동 당시 만 17세였다’며 18세는 선거권을 갖기에 미숙한 나이가 아니라는 주장도 합니다.  
 
➁다른 법과 혼란 가능성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사용된 투표용지. [중앙포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사용된 투표용지. [중앙포토]

 하지만 선거권만 18세로 낮추면 다른 법과 혼동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민법입니다. 민법 ‘제4조(성년)’은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른다’고 명시했죠. 민법상 성년은 '부모의 친권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연령'을 뜻합니다. 부모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하거나 법정대리인 없이 단독으로 법률적 계약이 가능합니다.
 
  청소년보호법에도 또 다른 혼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은 술·담배 등을 구입할 수 없고 유해업소 출입이 제한됩니다. 이 법에서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제2조 1항)고 명시해 꼭 생일이 지나지 않아도 출생연도만 맞으면 청소년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즉, 생일이 1월이건 12월이건 같은 해에만 태어났으면 만 19세가 되는 해에 청소년을 벗어난다는 이야기죠.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는 이런 단서 조항을 붙여 놓은 이유가 나옵니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했거나 취업한 자 등은 사회통념상 성인으로 간주되고 있어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라는 것이죠. 실제 ‘만 나이’보다는 생년을 중시하는 한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➂외국은 어떤가
미국은 1920년 여성 선거권을 인정했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NWSA)가 주도한 1913년 3월 3일 여성 참정권을 요구 행진의 공식 책자 표지. [미국 의회도서관]

미국은 1920년 여성 선거권을 인정했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NWSA)가 주도한 1913년 3월 3일 여성 참정권을 요구 행진의 공식 책자 표지. [미국 의회도서관]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들은 어떨까요. 사실 OECD 35개 국가 중 ‘19세 선거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16세 선거권’을 규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를 제외하면 33개 국가 모두 ‘18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죠.  
 
 특히 이웃나라인 일본도 2016년 6월 71년 만에 선거권 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췄습니다. 이에 따라 법 개정 한 달 후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18~19세 유권자 약 240만 명이 새롭게 투표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또 2018년 민법상 성년 연령도 만 20세에서 18세로 하향했습니다. 민법에서 성년 연령을 낮춘 것은 메이지유신 이래 140여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은 ‘18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➃문제는 한국식 학제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의 미국 초등교과서 코너. [중앙포토]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의 미국 초등교과서 코너. [중앙포토]

 하지만 ‘18세 선거권’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된 이유는 ’만 18세=고3‘인 한국식 학제 때문입니다. OECD 교육지표(2016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7개국은 만 17세에 고교를 졸업합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초중고 12년을 다니지만 1~12학년으로 통칭해 부릅니다. 주마다 초등학교가 5~6년제로 이뤄져 있죠. 그렇다 보니 중학교도 6~8학년이 다니는 ‘middle school’, 7~9학년이 다니는 ‘junior high school’ 등 지역마다 다릅니다. 또 한국보다 6개월 먼저(보통 8~9월)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즉,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만 6세란 이야기죠.
 
 일본은 한국처럼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교 3년 체제지만 입학 시기가 1년 빨라 우리보다 일찍 고교를 졸업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국과 일본에서는 고교생이 투표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처럼 큰 이슈가 되지 않고요.
 
 반대로 체코나 스위스 등 유럽 국가중엔 18~19세에 고교를 졸업합니다. 선거권이 18세부터 주어지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투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16세 선거권을 인정하는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고요.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단지 투표권만 주는 게 아니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생기기 때문에 학교 현장이 정치화될 우려가 있다”며 “선거 때마다 교내외에서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학생들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실의 정치화’가 걱정된다는 것이죠.  
 
 한국당이 ‘18세 선거권’을 부여하려면 ‘학제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학제개편’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교육과정 전반을 뜯어고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패스트트랙에 따라 내년에 ‘18세 선거권’이 인정된다 해도 곧바로 ‘학제개편’을 할 순 없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