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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수험생 절벽에 지방대 위기

27일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김정석기자

27일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김정석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기념관. 20~50대 남녀가 어울려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질문도 하고. 여느 견학 인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다양한 연령대가 이채로웠다.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학생들이었다. 이 학과는 30세 이상 성인이나 특성화고 졸업 3년 이상의 직장인만 입학할 수 있는 ‘성인 친화형’ 4년제 정규과정이다. 올해 처음 개설돼 25명의 신입생이 평생교육사나 사회복지사 등을 꿈꾸고 있다.
 
직장인 학과 신설은 대구한의대뿐만 아니다. 대구대는 성인 대상 단과대학인 미래융합대학을 2017년 개설했다. 대구 경일대는 성인 대상 융합산업기술학부를 단과대학으로 확대 개편했다. 성인 정규과정은 지금 전국 지방대의 트렌드다. 정부의 적극적 평생교육 지원도 있지만, 대학이 학령인구 급감의 공백을 성인들로 메우기 시작하면서다. 김문섭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생이 갈수록 급격하게 줄어 각 대학에 활로 모색의 숙제가 주어진 상황”이라며 “평생교육이 대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호남대는 2017학년도에 법학과·일본어과를 폐지하고 미래자동차공학부를 신설했다. 경찰학과·경영학과 정원은 대폭 줄이고 전기공학과를 증원했다. 호남대는 인문사회계열 105명을 공학 계열로 옮기는 학사구조 개편을 통해 교육부의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대학에 선정됐다. 나주 동신대도 당시 145명의 인문계 정원을 에너지 신산업과 전기차 쪽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단과대학인 에너지융합대학도 개설했다. 미래 유망산업 분야 특화를 통해 신입생 충원을 견인하고 교육부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려는 몸부림이다. 
호남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학생들. [사진 호남대]

호남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학생들. [사진 호남대]

 
호남대는 중국 특화대학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중국 유학생이 졸업했다. 중국어과 학생엔 자교 1·2학년, 상해대 3·4학년 과정을 마치면 두 대학에서 모두 학위를 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유학생은 국내 대학에 산소호흡기다. 국내 학생들의 등록금은 10년째 동결·인하됐지만, 유학생엔 등록금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이 유치에 발 벗고 나서면서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14만2205명으로 2010년보다 69.6%(5만8363명) 늘어났다. 국적은 중국(6만8537명·48.1%)·베트남(2만7061명·19%) 순이다(교육통계서비스).  
 
성인과 해외 유학생 유치,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학사 구조조정…. 지방대의 생존 전략이 끝이 없다. 사방팔방에서 조여오는 구조적 위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절벽은 지방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이다. 교육통계서비스 분석 결과(2018년 기준), 전체 대입 학령인구는 급감 추세다. 2019학년도 56만6545명에서 20학년도 51만241명으로 줄고, 21학년(45만7674명) 이후론 45만명 내외로 고착화한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은 5만8918명→5만2069명→4만5831명으로, 광주·전남은 4만1789명→3만7277명→3만3004명으로 감소한다. 2년 새 학령인구 감소 폭은 나라 전체와 두 지역 모두 약 20%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위기는 2021학년도부터 본격화한다. 2018학년도 대학 정원(48만7272명·일반대+교육대+산업대+전문대)을 기준으로 하면 21학년도엔 정원이 학령인구를 3만명가량 웃돈다. 대구·경북(정원 5만9434명), 광주·전남(3만6327명)도 정원 초과다. 경북은 두드러진다. 대학 정원(3만6518명)이 학령인구(2만3148명)의 1.57배에 이른다. 교육부의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로 2013학년도 대비 2018학년도 전체 입학 정원이 5만8000여 명 줄었는데도 그렇다(지난해 교육부 국감 자료). 교육부는 지난해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전국 대학의 36%인 116곳(4년제 67, 전문대 49)에 7~35%의 정원 감축을 권고했다. 3년간 감축 목표는 1만 명이다. 그래도 지방대의 정원 미달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다.
 
여기에 고교 졸업생 진학률도 하향 추세다. 2008년 83.8%에서 10년 새 68.9%로 떨어졌다. 고도성장, 가방끈 신화가 빚은 대학 버블의 붕괴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 대학의 ‘2021학년 문제’는 지방대에 직격탄이다. 지방 학령인구 감소가 현저한 데다 지역 수험생의 수도권 유출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금 재정이 열악하고, 신입생 충원에 급급한 지방대는 한둘이 아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할 것(수도권에서 떨어진 지방 대학부터 도산한다)”이라는 지방대의 자조는 우연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 대학 역량진단에서 ‘역량 강화’나 ‘재정 지원 제한’ 대상 일반대 40곳 중 33곳이 지방대이고, 수도권은 7곳에 불과하다. 
 
지방대생의 엑소더스도 만만찮다. 4년제 대학(일반대+교육대+산업대) 재학생의 자퇴·미등록·미복학 등 중도 탈락 비율은 지방 소재 대학이 훨씬 높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 결과, 2018학년도 전국 중도 탈락률은 4.5%(9만3871명)였다.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대 탈락률은 3.4%인 데 비해 지방대는 5.2%였다. 시도별로는 전남 소재 대학이 6.4%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대전(5.8%), 전북(5.6%), 경북(5.5%), 충남(5.5%), 경남 (5.4%), 강원(5.2%) 순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인천(2.7%)이고, 다음은 서울(2.9%)이었다. 중도 탈락 학생 수가 1000명을 넘는 대학도 9곳으로, 모두 지방대다. 수험생의 지방 기피에 이은 2차 수도권 유출이다. 이 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지방 거점 국립대 및 주요 사립대의 중도 탈락 학생 상당수는 (수도권 등의) 더 좋은 대학이나 학과를 가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방대의 위상 약화는 졸업생 취업의 질을 낮추고 다시 우수 학생의 지방대 기피 현상을 부른다. 거대한 악순환의 고리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혁신본부장(교육학)은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나 경쟁력 있는 대학을 뺀 지방대는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방대 위기는 지방대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지방대의 생존 문제는 지역 경제와 직결된다. 과거 동대구역 쪽의 한 대학이 이전하면서 부근 상권은 큰 타격을 받았다. 강원연구원이 최근 강릉원주대 사례를 중심으로 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학교 운영비의 65%, 교직원 인건비의 71%가 지역 내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1명당 월 100만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대학생이 1만 명 줄면 지역 경제가 월 100억원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지난달 8일 경북대 강의실에서 김규원 교수가 지역학 강의를 앞두고 수강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지난달 8일 경북대 강의실에서 김규원 교수가 지역학 강의를 앞두고 수강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체제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 대구·경북 지역 대학에 개설된 ‘대구·경북 지역학’ 과목은 그런 사례의 하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하고 지역 산업기술 발전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대학 간의 지역발전을 위한 공동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대학끼리 강의와 시설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동서대와 경성대는 중복 투자를 막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강의와 시설을 공유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학 협력시스템을 구축한 두 대학은 2017년부터 영화·교양 강의를 공동 개설해 운영 중이다. 

 
대구·광주=김정석·최경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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